[치맛바람라이더스의 치맛바람 휘날리며] 치라’s 픽 청바지 돌려 입기 &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입력 2021.12.01 17:09 조회수 3,352 0 프린트
 
#1 <청바지 돌려 입기>의 레나 by 노노

<청바지 돌려 입기>는 소설이 원작인 영화인데, 청소년이던 때 학교 도서관에서 책으로 먼저 접했다. 촌스러운 표지에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나왔단 걸 알게 되자마자 바로 봤는데, 몇 년 동안 이 작품을 잊고 지내다가 뜬금없이 영화 스트리밍 앱에서 이 영화를 추천한 것을 보고 다시 보게 되었다.

영화 <청바지 돌려 입기>는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줄거리를 가졌는데, 장르는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중학생 정도 되는 4명의 친구 티비, 브리짓, 카르멘, 레나의 우정과 그들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티비는 괴짜처럼 보이지만 자기만의 소신이 있다. 브리짓은 자신감 넘치고 외향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엄마를 잃은 상실감에 여전히 힘들어한다. 활발한 카르멘은 재혼하는 아빠의 새 가족과의 관계에서 혼란스러워하고, 가장 조용한 레나는 처음 만나는 그리스의 조부모님 댁에 가게 된다. 

네 캐릭터가 모두 다르고 살아 있다는 점이 이 영화를 매력 있게 만드는 것 같다. 그중 가장 평면적인 캐릭터는 레나라고 생각했다.
레나는 옷차림부터 보수적이고, 수줍음이 많다. 혼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맘에 드는 남자가 생겨도 조부모의 반대를 수용하는 전형적인 착한 아이 콤플렉스 캐릭터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레나는 조금씩 달라진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본인의 조부 간의 싸움에도 몰래 사랑을 이어나가려 한다. 하지만 그 반항이 가족에게 순응하는 여성에서 이성에게 순응하는 여성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보였다. 순종의 대상만 옮겨갔다고 할까. 
 
 
가족과 좋아하는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레나에게 “조부 간의 문제는 그들의 문제이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며 설득하는 남자의 말은 별로 설득력이 없었는데도 레나는 그 말에 납득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후반부에 레나는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조부에게 자기 생각을 전달하고, 올드 슈퍼커브를 타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남자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레나는 자신을 찾아오는 남자를 기다리기보다 멀리 떠나는 그를 직접 만나러 간다. 
영화 내내 남성의 베스파 뒤에 텐덤 했던 레나가 스스로 바이크를 운전해서 사랑을 쟁취하러 가는 모습은 진취적이었다.
영화를 다시 보기 전에 이 영화에 바이크가 나왔다는 것을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청소년 여성 캐릭터가 직접 바이크를 운전해서 무언가를 이루려 하는 모습은 매우 드문 표현이다. 그리고 그 장면으로 레나는 다른 캐릭터 못지않게 입체적으로 변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마친가지다. 바이크 안장에 앉기까지 용기를 내었다면 바이크는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것을 스스로 이룰 수 있는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준비가 됐다면 목표를 향해 스로틀을 당겨보자. 
 
 
 
 
#2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안생 by 채린

이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보게 됐다. 그저 극장에서 포스터에 여자 두 명이 바이크를 타고 있는 것만 보고는 주저 없이 이 영화를 골랐다. 영화를 본 뒤 글을 쓰기 위해 영화를 검색했는데, 내게는 충격적인 영화 소개 영상을 발견했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베프의 남친을 사랑하게 되었다”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소개한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대체 왜???’ 라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정말 가슴 절절한 레즈 영화다. 안생은 칠월을 너무 사랑하는구나.’ 이런 생각으로 극장을 나왔다. 칠월이 누군가를 필요로한 순간마다 옆에 있던 사람은 안생이었고, 남자 친구로 등장한 가명은 심하게 말해서 그냥 안생과 칠월의 사랑을 돋보이게 하는 존재였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 한 건가….

아무튼, 이 코너는 바이크를 타는 여성 캐릭터를 소개하는 것이니 안생과 칠월이 바이크를 타는 모습에 집중해보자. 안생과 칠월은 표면적으로는 소꿉친구다. 교과서 같은 인생을 살고 있던 칠월은 자유분방한 안생 덕분에 안전지대를 벗어나 다양한 모험을 해본다. 

이 영화에서 안생과 칠월이 바이크를 타는 장면은 네 번 나온다. 맨 처음에는 안생이 남자애에게 칠월에게 상처 주면 죽여버리겠다는(이렇게 말하진 않았다) 협박을 하고 어떤 남자의 바이크 뒤에 올라타 휙 떠난다.
 
 
두 번째에는 칠월과 안생이 스쿠터 하나를 함께 타고 골목을 누비는 모습이다. 바이크 한 대에 함께 올라타 속도와 바람을 즐기는 장면은 보는 이를 웃음 짓게 한다. 칠월과 안생은 깔깔 웃으며 바이크를 타고, 영업시간이 지나 문 닫은 쇼핑몰에서 쇼핑한다. 가격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쇼핑을 한 뒤 돈을 딱 맞춰서 내고 나간다. 바이크를 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안생과 칠월을 보기만 해도 너무 즐겁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안생과 칠월이 각각 자신만의 여행을 떠나면서 바이크를 타는 모습이 인서트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주아주 짧아서, 바이크에 관심이 없다면 정말 기억조차 하지 못할 정도이다.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크리스티나 양의 바이크에 집착한 것처럼, 여기서도 나는 바이크에 집착했기에 간신히 기억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칠월과 안생은 멋진 CG125(추정)를 타며 풀 페이스 헬멧을 쓰고 이곳저곳을 누빈다. 

은근슬쩍 안생과 칠월 각자의 여행에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칠월과 안생이 바이크를 탄다고 해서 별나고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저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을 하는 모습 중 하나로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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