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빈 감독의 영화 ‘강릉’의 첫 장면은 2007년 군산 앞바다에 표류하고 있는 어선안에서 인육을 먹으며 목숨을 유지했던 민석(장혁)의 날 것의 날이 선 눈빛으로 시작한다. 후에 민석과 길석의 대사중“세상엔 말만큼 의미 없는게 없어요. 같이 살자고 해놓고 급하면 친구의 심장을 씹어먹는게 인간이라고”라는 말이 다시 생각날 수 있게 강력한 도입부를 연출한 듯 하다.
반면 길석(유오성)의 등장신은 2017년 강릉 경포 백사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뒷모습으로 시작하고 있어 상대적 평화가 대조적이다. 강릉이라는 도시는 인구가 21만명 정도 되는 한가롭고 평화로운 도시이다. 나름대로의 질서를 유지하며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인간다움을 보여주는 듯 보람(한선화)의 결혼식전 행사로 강릉 앞바다가 시끌벅적하다.
포크레인으로 조직의 막내녀석을 거꾸로 매달아 입수 담금질을 하는 장면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장난끼가 넘치기에 그지없다. 보람의 말로 “쟤가 저거(입수) 끝나면 살아 있기나 해요”라는 대사가 강릉 사투리로는 약간 어색하기는 해도 사람 사는 동네라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장면이다. 길석(유오성)의 관할 동네 주점에서 손님들이 약(마약)을 한다는 제보를 받고 경찰 팀장 친구인 방현(박성근)을 안심시키며 약을 하고 있는 손님들을 폭력으로 제압한다. 이에 관할구역의서열 3인자인 충섭(이현균)이 등장하게 된다. 충섭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본인의 관할구역에 약을 공급하고 있음을 알게된다.

길석과 민석은 리조트와 불법 약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강릉 해변 포장마차에서 조우하게 된다. 문제는 서로간에 말로 해결되지 않으며 길석 부하들은 민석의 조직원들을 잡아 민석이 마약을 거래하는 현장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민석도 이를 미리 알고 있다는 듯이 경찰의 수사망을 교묘히 빠져나간다. 조직의 서열3위 충섭(이현균)은 서열1위 무상(김준배)과 공모해 폭력으로 민석을 제압하려고 하나 무상의 배신으로 충섭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민석은 경찰을 동원한 수사와 길석파의 공격에 뒤질세라 반격에 나선다.
평소 민석과 밀애를 즐기며 채권추심의 이자를 차감해주고 있는 은선(이채영)에게 “언제까지 몸뚱아리로 이자만 탕감할 거냐고” 솔깃한 제안 아닌 제안을 하게 된다. 민석은 길석파의 큰형님 오회장(김세준)을 찾아가 제거한다. 그리고 은선은 눈물을 머금고 민석의 범죄를 덮어쓰며 대신 감옥으로 향한다. 치밀한 민석은 길석과 형근(오대환)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한다. 민석의 부하인 정모(신승환)는 해변가에서 한가로이 소주잔을 기울이는 길석과 형근을 차로 밀어버리고 치명상을 입힌채 돌아간다.
3개월후 민석은 법원에서 오회장의 살인교사에 대해 무혐의 판결을 받게된다.
몸을 추수리고 다시 재기를 노린 길석은 다신 한번 민석을 만나 기회를 주게 된다.

길석은 조직원들을 규합하고 민석의 조직 2인자인 청송기획 신사장(송영규)과 아스라 리조트최대지분을 넘기기로 하고 손을 잡는다. 강릉의 한적한 창고건물에 청송기획이라는 간판을 걸게 된다. 민석의 조직원들도 이에 질세라 청송기획을 급습한다. 신사장의 덫에 걸린 조직원들은 전멸을 한다. 불길에서 마지막 문을 닫으려는 찰나 민석의 부하인 정모가 나오자 형근은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다분히 보여주며 정모의 생을 마감해 버린다. 또한 신사장과 민석의 부하는 손을 잡고 길석과 민석을 모두 제거하려 했으나, 이를 알아챈 길석은 신사장과 민석의 부하를 제거해버린다. 또한 조직의 배신자였던 서열1위 무상을 찾아간다. 무상은 물회 한그릇으로 시작된 조직의 생활을 말하며 탐욕이 무슨 죄냐고 말한다. 하지만 길석은 내것과 우리것의 차이를 설명하며 무상을 제거한다.

민석은 길석에게 “너나 나나 다른 것 같아? 지금 내얼굴을 잘봐, 훗날의 네얼굴이니까”라는 말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길석은 [아스라 리조트] 테라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담배 한모금을 내뱉는다. 누구나 삶에 있어서 좋은 환경에 좋은 역할을 맡고 싶어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그건 같이 공존할 수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