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치앙마이에 온 것은 좋지만 사실 치앙마이를 온 가장 큰 이유는 빠이에 가기 위함이다. 치앙마이부터 빠이까지의 거리는 130km로, 대부분의 여행자는 미니밴으로 이동하지만 바이크로 이동하기에도 적당한 거리이다.
버스 정류장까지 직접 가기엔 번거롭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숙소까지 픽업을 와주고, 적당한 가격을 제시하는 곳을 찾아서 내일로 예약을 마쳤다.
시간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선택할 수 있는데, 오늘 바이크를 빌릴 예정이므로 오후 느지막이 출발하기로 한다. 태국에서의 바이크 기본 대여 시간은 24시간으로, 바이크를 하루씩 빌린다면 바이크를 집중적으로 탈 수 있는 시간에 대여하면 더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빠이에 가는 차가 내일 4시까지 숙소로 픽업을 오기로 했으니 오늘 3시에 바이크를 렌트하기로 했다. 3시까지는 여유가 있으니 그동안 빠이에서 머물 숙소를 알아보기로 한다.
지난 빠이 여행 때 머물렀던 숙소도 좋았지만, 전부 에어컨이 없는 곳이어서 더위를 피하고자 에어컨이 있는 숙소를 찾아야 했다. 선선한 날씨 덕분에 빠이에는 에어컨 있는 숙소가 많지 않다. 하지만 7월의 빠이는 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매우 후덥지근하다. 깨끗하고 시설이 좋은데 빠이 중심에 있는 숙소라면 가격이 비싸므로 빠이 중심이 아닌 약간 외곽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했다. 당분간 빠이에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일단 이틀 동안 머물면서 오래 지낼 숙소를 알아보기로 한다. 숙소 예약을 마치니 슬슬 3시가 되어갔다. 라이딩 기어와 헬멧, 여권을 챙겨 렌트 샵으로 향했다. 타페게이트에 있는 바이크샵들이 크고 종류도 다양하지만, 거기에서 대여하면 다시 그 렌트샵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이번에 빌리려고 하는 바이크가 마침 숙소 바로 앞 렌트샵이 가장 저렴했기에 같은 곳으로 선택했다.
처음에는 CRF250rally를 대여할까 했지만 무리하게 높은 시트고에 겁이 덜컥 났다. 마침 MSX를 반납하러 들어오는 여행자를 발견하곤 MSX125sf로 결정했다. MSX는 도심에 최적화된 네이키드 미니 바이크로, 펀바이크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을 정도로 125cc의 배기량에도 부족함이 없는 재미를 자랑한다. 딱 하루만 스쿠터를 탔을 뿐인데 매뉴얼 바이크를 타니 의식하지 못했던 부족함이 채워지는 기분이다. 착착 맞아 들어가는 기어 소리가 짜릿하다.

구글 지도로 미리 찜해두었던 치앙마이 대학 안에 있는 카페에 가기로 한다. 치앙마이 로컬에서 생산된 우유와 그 우유로 만든 음료를 판매하는 Fresh & Mild에 도착했다. 카페 바로 건너편에 주차한다. 한국에서는 보통 길에 주차되어있는 바이크가 한두대 정도지만 태국은 이륜차 전용 주차장처럼 한 쪽에 이륜차만 몇십대가 주르륵 주차되어있는 풍경이 흔하다. 수많은 바이크 옆에 귀여운 라임 색 MSX를 주차하고 카페에 앉아 창밖의 바이크들을 구경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바이크에 올랐다. 퇴근 시간인지 저녁이 되니 차도 바이크도 많아졌다. 태국은 차량 좌측통행 국가로 한국과 차량 통행 방향이 반대이다. 하지만 치앙마이 시내의 많은 도로가 중앙선이 페인트가 아닌 구조물로 되어있어 헷갈릴 일이 거의 없다. 중앙차선을 따라 한뼘정도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로 막혀있어 헷갈린다고 갑자기 우측으로 달리고 있다거나 하는 불상사가 생길 일이 없는 것이다. 좌회전할 경우(우리나라에서의 우회전처럼 신호 상관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구조물이 좌회전 방향을 따라 트여있기에 길을 따라가면 되고, 유턴의 경우에는 유턴이 가능한 곳에서만 구조물이 트여있어 불법 유턴을 원천봉쇄하는 신박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차량 통행이 많은 시간대에 운전을 하니 바이크 라이더가 많은 나라인 만큼 독특한 바이크 도로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빨간 불 앞에 정차하니, 보통 바이크는 왼편에 서고 그 이후에 오는 바이크들은 줄을 서듯이 그 뒤에 기다린다.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바이크는 바이크끼리 1차선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디를 가나 성질 급한 사람이 있는 법. 한 줄이었던 줄이 2줄이 되고 3줄로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선이라도 있는 듯 자연스럽게 줄을 서는 바이크의 모습을 보며 혼자 헬멧 안에서 깔깔 웃었다. 그렇게 치앙마이의 마지막 밤이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