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림바이크란 무엇인가?
나는 드림바이크를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만드는 바이크’라고 정의하고 싶다. 설렘과 기대를 가져다주는 것 말이다. 정말로 가질 수 있을지는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바이크 카탈로그에서 혹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우연히 마주쳤을 수도 있다. 갑자기 운명을 믿게 되는 마법 같은 장면 전환을 겪었을 수도 있고, 그저 위시리스트에 한 줄이 더 늘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갤러리에 가득 찬 그 바이크 사진으로 뒤늦게 깨달았을 수도 있다.
지금, 2021년도를 사는 사람들은 어떤 바이크를 꿈꿀까? 왜 이 바이크여야만 했을까? 드림바이크를 가진 여덟 명에게 물었다.

본네빌 바버의 매력은? 좀 바보 같은 이유여도 괜찮나요?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바버가 투명의자에 앉아서 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바퀴 위에 엉덩이가 떠서 가는 느낌이 좋았어요. 또, 제가 옛날부터 네이키드 디자인을 좋아했어요. 작은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이유가 미니멀한 디자인 때문인데 바버는 큰 오토바이임에도 디자인이 심플해서 좋아요.
드림 바이크가 생겼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나이가 들다 보니 안전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서 배기량이 큰 바이크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몇 년 동안 했어요. 큰 바이크 중에는 딱히 마음에 드는 바이크가 없다가, 퇴근길에 누가 이 바이크를 타고 가는걸 봤는데 너무 예쁜 거에요. 지나가다가 바이크가 예쁘다고 생각했던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어떤 모델인지 찾아본 건 이게 처음인 것 같아요.

크로스커브의 매력은? 잘못 조색하면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원색을 완성도 있게 잘 재현한 것 같아요. 프론트에서 엔진까지 떨어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클래식 프론트 포크를 가진 바이크는 대체로 연료탱크가 위에 있고 거기부터 티본에 가까운 형태로 짜져있잖아요? 크로스 커브는 언더본이라서 라인이 아래쪽으로 빠지는데, 기능적으로 편의성과 기능성에 집중한 언더본에 클래식한 멋까지 연결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드림 바이크가 생겼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2018년도였어요. 바이크를 타고 가다가 노란색 바이크가 지나가는 걸 봤는데, 첫인상은 오프로드 가게 생긴 바이크? 포크레인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게 매력 있어서 찾아보게 됐어요.

슈퍼커브의 매력은? 제가 꿈꾸는 바이크 라이프는 대배기량의 바이크보다는 내가 언제든지 편안하게 즐기면서 탈 수 있는 그런거 같아요. 또 그스타일이 좋아요.
드림 바이크가 생겼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아직 정식으로 입문을 하지 못해서 바이크 자체가 드림바이크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슈퍼커브가 제 드림바이크라는 걸 깨달았어요. 길거리에 보이는 슈퍼커브를 핸드폰으로 찍어서 앨범에 모아뒀는데, 그런 식으로 사진을 모아두는 바이크가 슈퍼커브뿐이더라고요.

에이프의 매력은? 차제가 작고 디자인이나 구조가 깔끔해서 좋아요. (프론트) 카울이 없고, 탱크에서 시트까지 직선으로 빠지는 디자인도 좋고요. 제가 체구가 작은 편인데, 두 발이 안정적으로 닿아서 좋은 것 같아요.
드림 바이크가 생겼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처음 산 바이크가 CG125였는데 시트고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우연히 에이프를 보게 되었어요. 제가 지향하는 게 귀엽고 강한 사람인데요, 거기에 딱 들어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R3의 매력은? 어느 순간 보고 그냥 꽂혔어요.
드림 바이크가 생겼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제가 왕이보 선수를 좋아하는데, 그 선수가 타는 바이크가 야마하 R3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R3이란 모델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동네에서 처음 실물 바이크를 보게 됐어요. 스포츠 바이크라 실제 도로에서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 했는데 영상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까 더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 뒤로도 자주 주차되어있는 모습을 봤는데 계속 R3 눈에 밟혔어요.

히말라얀의 매력은? 덩치에 비해 낮은 시트고. 엔진이 드러난 디자인, 둥그런 헤드라이트. 현실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가격대.
드림 바이크가 생겼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그전에는 딱히 드림 바이크가 없었어요. 여러 바이크의 요소들은 좋았지만 하나씩 맘에 안 드는 점들이 있더라고요. 우연히 인터넷에서 히말라얀을 봤는데, 맘에 안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어요.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찾아봤더니, 현실적인 가격이어서 더 마음에 꽂혔어요. 100% 마음에 드는 바이크는 처음이었어요.

비위즈의 매력은? 듀얼 스쿠터라는 점, 작고 가벼운 몸체, 발랄한 배기음에 좋은 토크. 이제는 단종되었다고 하니 더 끌려요. 무엇보다 눈이 예뻐요.
드림 바이크가 생겼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다양한 종류의 바이크를 타보기 시작했을 때 우연히 을지로에 세워져 있던 비위즈 100과 눈이 마주쳤어요. 아주 작고 선명한데 눈이 예쁜 바이크였어요. 집으로 돌아와 밤낮으로 그 바이크를 찾으며 느꼈어요. ‘이 바이크다. 돌고 돌아 나는 결국 이 바이크로 향하겠다.’

골드윙의 매력은? 80년대 골드윙의 커다란 프론트 카울이 좋아요. 최대한으로 장착된 듯한 카울도 좋아요. 네이키드처럼 세련된 맛은 없지만 투박하고 오래된 기계같은 매력이 있는것 같아요. 최신 연식 디자인은 제 취향이 아니긴 한데 제가 노년이 되면 2021년식 바이크가 엄청 예뻐보일수도 있겠죠? 모터쇼에서 한번 앉아봤는데, 시트도 너무 편하고.. 누굴 뒤에 태우기에도, 짐을 싣기에도, 멀리 가기에도 좋아서 만능인것 같아요.
드림 바이크가 생겼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우연히 한 기사를 읽게됐는데, 70년동안 바이크를 탔다는 91세의 여성 Miriam Berger Laisure에 대한 기사였어요. 그분이 2003년식 삼륜 골드윙에 올라탄 사진을 봤는데 그 이후로 결심했죠. 내 마지막 바이크는 골드윙이다. 그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지만 바이크를 타기 전인 2016년도에 도로를 지나가는 골드윙을 직접 본 날 부터 은은하게 골드윙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날 풍경, 위치, 날씨가 다 기억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