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지정차로 헌법소원 1년… 어디까지 왔나?

M스토리 입력 2021.11.01 13:29 조회수 4,567 0 프린트

법을 준수하면 오히려 더 위험한 현행 이륜차 지정차로제
헌재 심리 단계로 넘겨 국내외 연구자료 분석 들어가…

지난해 10월 23일 이륜차 운전자 370명은 이륜차를 도로의 오른쪽 차로만 주행하도록 규정한 현행 지정차로제가 라이더의 생명을 위협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륜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방어운전을 하면 처벌받습니다. 이륜차 운전자들은 화물차·대형차들을 따라가야 하고 화물차와 대형차 사이를 주행해야만 합니다. 왜냐. 왼쪽 차로를 주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23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앞에서 법무법인 삼율의 이호영 변호사가 한 말이다. 이날은 370명의 라이더가 헌법재판소에 현행 이륜차 지정차로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날이다. 이륜차 지정차로제가 헌재 심판대에 오른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헌재는 판단을 미루고 있다.

지정차로제는 도로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의 제원과 성능에 따라 차로별로 통행 가능한 차종을 지정한 제도다. 1970년 처음 도입됐으며, 1999년 4월 차로 이용의 자율권 보장과 차량 간 형평성을 이유로 폐지됐다. 그러나 중・대형 화물차량의 과속과 안전거리 미확보 등 교통안전의 문제로 2000년 6월 부활했다. 

현행 지정차로제는 도로를 왼쪽 차로와 오른쪽 차로로 구분하고 대형차와 저속차량은 오른쪽 차로로만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왼쪽 차로는 1차로에 가까운 차로이며, 차로가 홀수인 경우 가운데 차로부터 오른쪽 차로가 된다. 오른쪽 차로만 통행할 수 있는 차량은 버스와 같은 대형 승합차와 화물차, 특수차, 건설기계, 이륜차, 원동기장치자전거 등이다.

라이더들이 현행 지정차로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은 지정차로제를 준수할 경우 오히려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현행 지정차로제는 이륜차를 대형 차량과 함께 오른쪽 차로로만 통행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륜차는 다른 차량과 비교해 크기가 작고 속도도 빨라 대형 차량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특히 대형 차량은 사각지대가 넓어 크기가 작은 이륜차를 시야에서 놓쳐 사고를 낼 위험이 크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라이더들은 제도 도입 당시와 달리 현재 이륜차의 대부분은 저속차량이 아닌데도 오른쪽 차로만 쓸 수 있게 하는 것은 당초 목적인 원활한 교통흐름에 저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라이더의 생명권과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도 이륜차를 저속의 대형 차량과 같은 차로만 통행하도록 제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국가는 1968년 도로교통에 관한 유엔 협약에 따라 바깥차로 통행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차량의 속도가 느리고 크기가 큰 화물차량에 대해서만 세부 규정을 지정 가능하다고 규정할 뿐 이륜차가 이용할 수 있는 차로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헌재는 지난해 지정차로제 위헌 헌법소원을 접수한 이후 올해 1월 회부 했다. 지정재판부에서 기본적인 사건 내용을 먼저 검토한 다음 각하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심리하는 단계로 넘긴 것이다. 
이에 따라 헌재는 올해 상반기에 경찰청 등 이해 관계기관의 의견을 취합 했으며, 최근에는 지정차로제와 관련한 국내외의 연구자료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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