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 레이스 히스토리의 대표주자 ‘XR-750’

김은솜 기자 입력 2020.03.30 09:33 조회수 6,592 0 프린트
XR-750 racer

할리데이비슨의 레이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바로 ‘XR-750’이다. XR-750은 기본적으로 플랫 트랙 레이싱에서 상용하기 위해 제작된 스포스터 계열의 레이싱 전용 모델이다. 플랫 트랙 레이싱이란 비포장 트랙을 미끄러지듯 달리며 승부를 겨루는 경기로 200㎞ 이상의 속도로 앞바퀴를 코너 반대쪽으로 꺾으면서 트랙을 돈다. 해당 경기에 사용되는 모델은 우측 발판에 기어가 장착됐으며 브레이크가 없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1970년 초기형인 ‘아이언XR’이 개발됐고, 1972년 올 알루미늄 트윈 캡·엔진이 탑재된 신형이 등장했다. 미국 레이싱 단체 AMA(아메리칸 모터사이클 선수 협회) 시리즈 전에서 수많은 챔피언의 영광을 누렸던 XR-750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레이싱 바이크’라는 명성을 떨쳤다.

XR-750C

XR-750은 더트 트랙 레이스를 위해 주로 개발됐지만 XRTT 모델에서는 로드 레이스를 위해 제작되기도 했다. XR-750은 1969년 AMA 그랜드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규칙 변경에 대응해 등장했다. 이는 변경 전 할리데이비슨 KR 모델이 압도적인 성능으로 레이스를 지배했던 것에 있어, 일본과 영국의 모터사이클도 레이스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모델의 평준화를 도모했던 것이다.

1969년 한정적인 시간과 예산으로 제작해야했기 때문에 할리데이비슨의 레이싱 매니저인 딕 오브라이언과 그의 팀은 기존 디자인 요소들을 이용해 새로운 OHV레이서를 제작했다. 애초부터 스포스터 기반 900㏄ 마그네토 장착 레이스 엔진을 개조하기로 결정했지만 법적 한계로 750㏄로 줄인 변형 버전으로 만들었다. 1970-71년 아이언 XR-750은 전력이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과열되기 쉬워 항간에는 ‘와플 아이언’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당시 기어, 철제 실린더 헤드 등에 따른 과열, 무거운 무게 등의 문제로 코너링이 원활하지 못한 점 등으로 아이언 XR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XR1200 Sportster

로드 레이싱 버전인 XRTT 로드레이서에는 알루미늄 오일 탱크가 사용됐으며 유리 섬유 연료 탱크와 라이더의 왼쪽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열 차폐 기능이 포함된 유리 섬유 페어링이 추가됐다. 

XR-750은 1972년부터 2008년까지 총 37번의 AMA 그랜드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29번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뿐만 아니라 역사상 수많은 레이싱 바이크 중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했다는 영예를 지니고 있다. 이후 1989년, 루 게렌서는 스윙암을 연장시킨 힐클라이밍 XR-750을 개발했다. 과압된 엔진은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AMA의 힐클라임 챔피언십에서도 충분한 성적을 거둘 정도는 되었다.

1983년, XR-750은 스포스터 XR-1000 스트리트 바이크로 재탄생했다. XR-750 헤드를 사용했지만 스포스터 스타일의 엔진, 프레임 및 기타 장비가 장착됐다. XR-1000은 기본 모델은 스포스터XL보다 거의 두 배가 높은 가격으로 책정돼 판매가 저조한 현상을 보였다. 결국 XR-1000은 출시 2년 만에 단종 됐다.

하지만 레이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XR-750은 여전히 회자되는 전설적인 바이크로 자리매김했다.          

김은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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