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에 도래한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와 지역 봉쇄로 외부와 차단된 사람들은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데카메론』은 14세기 중세 유럽에 흑사병이 퍼지며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갔던 당시, 이탈리아의 문호 조반니 보카치오가 특별한 소설로 동시대 사람들에게 눈물과 웃음을 선사했던 책이다. 피렌체 근교 저택에 피난해 있던 사람들이 시간을 때우기 위해 서로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로 액자 소설 형식 구성이다. 뉴욕타임스의 편집자들은 700여 년 전 공포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현실을 잊을 수 있게 했던 것처럼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집필한 단편소설들을 모아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 앤솔로지는 2020년 7월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29편의 단편들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으로, 세계 각지의 작가들이 팬데믹으로 고립된 시간과 제한된 장소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한 불안과 공포, 고통과 슬픔, 그리고 희망을 담고 있다.

20년이 넘도록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공지영 작가의 대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여성을 향한 타자화, 억압과 차별, 편견 등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고발한 작품으로, 출간 당시 사회적으로 큰 이목을 끌었다. 주인공 혜완이 친구 경혜에게서 영선의 자살 시도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결혼 후 각자의 삶을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이들이 서로의 삶은 온전히 알게 되며 점차 드러나는 삶의 정체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으로 사건 전개가 이어진다. 책 속에는 ‘착한 여자’, ‘똑똑한 여자’, ‘능력 있는 여자’와 같이 여성에게 요구되는 여성상 세 가지를 사회가 동시에 강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 과정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여자뿐만이 아니라 이를 요구하는 남자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모순된 선택을 통해 비극적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은 이에 관해 특정 인물의 잘못이라 재단하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할 삶의 과제를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