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어벤져스의 히어로 ‘블랙 위도우’의 솔로 무비 <블랙 위도우>는 많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개봉했다. 블랙 위도우는 어벤져스 중 매우 인기가 많은 캐릭터로 마블 팬들이 오래도록 솔로 무비를 기다리기도 했다.
<블랙 위도우>의 시간적 배경은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대치했던 시빌 워 사건이 종결되고 어벤져스가 잠시간 해체를 맞았던 시점이다. 이에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는 은신을 위해 노르웨이로 떠난다. 해결사 맨슨의 도움으로 거처를 마련한 나타샤는 잠시간 휴가를 즐기기도 하지만, 역시나 정체불명의 빌런이 나타나 그녀를 공격한다. 상대의 능력을 복제하는 빌런 ‘태스크마스터’는 나타샤를 제거하는 것보다 나타샤가 지니고 있던 물건을 뺏는 것이 목적이었고, 나타샤는 사태 파악을 위해 자신에게 그 물건을 보냈던 이를 찾아 헝가리로 떠난다. 헝가리에서 나타샤는 오래 전 헤어진 동생 옐레나와 맞닥뜨린다. 둘은 소련의 비밀기관이었던 레드룸에서 암살자로 육성되어왔던 과거를 지니고 있다. 레드룸과 관련된 거대한 음모를 알게 된 둘은 과거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을 찾아 조력을 요청하며 사건 해결을 위해 함께 나선다. 결국 나타샤를 중심으로 모인 과거 동료들은 레드룸의 위협에 맞서 싸운다.
과거 소련의 비밀조직 ‘레드룸’은 전 세계에서 버림 받은 소녀들을 모아 인간병기 위도우로 만들어냈다. 나타샤의 세대까지만 해도 정신적인 세뇌를 통해 이용했지만 각성한 나타샤가 레드룸을 떠난 후, 옐레나를 포함한 아래 세대는 실질적으로 정신을 조종하는 기술에 의해 세뇌됐다. 이에 위도우들이 각성하기 위해서는 특정 해독제가 필요했고 옐레나는 이 해독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과거 가족으로 위장했었던 위도우 일행 나타샤, 옐레나, 레드 가디언, 멜리나 보스토코프는 해독제를 확보하고 레드룸을 찾아 위도우들의 각성을 도운다.
블랙 위도우는 마블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 중 하나로, 마지막 어벤져스 시리즈였던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아쉬움을 많인 느낀 이들이 특히나 더욱 기다린 영화다. 블랙 위도우 역의 스칼렛 요한슨은 10년 간 블랙 위도우를 연기하며 나타샤 그 자체로 자리 잡았다. 각 캐릭터와 배우는 각자에게 수식어로 작용할 만큼 마치 한 사람과 같은 혼연일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블랙 위도우의 가장 큰 특징은 화려한 액션과 랜딩 포즈로 역시나 이번 솔로 무비에서 또한 강조되며 나타난다. 나타샤의 역동적이면서도 담백한 액션신은 물론, 블랙 위도우의 시그니처인 랜딩 포즈를 비꼬는 옐레나의 언급 또한 등장하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이번 영화 <블랙 위도우>의 가장 큰 특징은 주요 인물을 포함해 잘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여성에서 여성으로 이어지는 서사가 강조되며 남성이 주도한 레드룸에 의해 세뇌 당한 여성들을 여성이 구원한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지닌 과제와 일맥상통한다. 이전까지 히어로 무비에서 여성 캐릭터는 단지 남성 영웅에 가려진 조력자 정도로만 등장하곤 했다. 뿐만 아니라 차라리 조력자 역할이면 다행일 정도로 남성 영웅의 각성을 위한 희생의 도구로만 등장하는 경우인 ‘냉장고 속의 여자들’은 여전히 클리셰로 자리 잡고 있다. <블랙 위도우>는 이 같이 여성에 대한 기만적 서사 요소들을 제외하고, 남성들만이 전유했던 스파이 영화의 판도를 뒤집어 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의 대부분의 멤버들은 여전히 남자이며 멤버 중 여성 히어로의 첫 솔로 무비라는 점과 블랙 위도우의 최후 등을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지만 <블랙 위도우> 영화 자체의 메시지는 매우 강력하고도 의미 있다.
영화 <블랙 위도우>는 이전 영화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나타샤의 상념과 고민의 실체를 파헤치며 캐릭터를 완전하게 드러낸다. 특히 블랙 위도우의 운명을 알고 보는 상황에서는 더욱 오랜 여운이 남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어벤져스의 여성 히어로 블랙 위도우의 활약상과 이제까지의 감정선을 완성시키는 영화 <블랙 위도우>는 시간을 내어 영화관에 들를 만한 가치가 있는 히어로 무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