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대한민국이 UN 가입을 위해 힘쓰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당시 소말리아 내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발발한 내전 중 고립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통신조차 되지 않아 대한민국과 교류할 수 없던 상황에 놓여 그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중 북한 대사관 일행들이 반군에 의해 습격을 당하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대한민국 대사관의 문을 두드린다. 남북 대사와 일행들은 사상적 대립으로 서로 경계할 수밖에 없었지만 생존이라는 숙명 아래 힘을 합쳐 난관을 뚫고 나간다.

가깝고도 먼 과거인 약 30년 전을 배경으로 해 당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소품들이 활용됐다. 88올림픽 비디오와 88올림픽을 상징하는 호돌이의 등장은 90년대 초반을 추억하기에 매우 적격이었다. 우리나라와 북한이 UN 가입을 시도하던 때인 만큼 외교에 총력을 가하던 때로 대한민국 대사와 북한 대사의 대립이 극 초반의 주를 이룬다.

소말리아 정부군과 독재를 타도하겠다는 반군 간의 내전으로 길거리에 널브러진 시체와 총격 상황은 우리네 과거의 상흔을 되새김질시키기도 한다. 국민들을 억압하던 독재 정부와 이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반군의 대치 상황은 관객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독재를 타도하겠다는 명목 하에 반란을 일으켰지만 반군 세력들에서도 현실의 참혹함이 드러나는 면이 강하게 연출됐다. 아직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소년병들은 각자 총을 차고 민간인들을 위협하기도 하며, 반군들은 관련 없는 대사관을 습격해 쑥대밭을 만들어놓기도 한다. 민간인들은 길거리에 나가지도 못할 만큼 잔인한 내전 상황으로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남북 관계를 소재로 했지만 이 같은 소재를 사용한 기존의 영화들과는 달리 신파적 면을 강조하지 않아 깔끔하게 감상하기에 좋은 영화다. 같은 피를 나눈 동포라는 면을 강조하는 드라마적 요소를 주입시키지 않고, 국가와 이념을 뛰어넘어 같은 인간으로서 생존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물론 남북의 대립적 관계를 걷어내고 인류애를 기반으로 서로를 대하는 모습이 드러나지만 감독은 관객으로 하여금 억지눈물을 짜내려 하기 보다는 마음속에 작게나마 동요를 일으키는 정도의 연출로 심플하게 메시지를 던져준다.

불과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우리 또한 군부독재시절을 거쳐 왔고 목숨을 내건 민주화 열사들의 뜨거운 항쟁으로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 살 수 있게 됐다. 여러 가지 생각이 중첩되는 메시지를 던지는 이 영화는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과거를 상기시키기도 하고,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여러 국가의 이념 대립과 내전 등에 대한 사유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 더욱 의미 있는 영화로 기억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입식 감동보다는 관객이 스스로 많은 생각을 이어갈 수 있을 여운을 주는 영화로 만족하며 극장을 나올 수 있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