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동도 하지 않던 이륜차 관리제도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국토부가 이륜차 관리제도 도입 선언과 함께 관련 공청회 개최에 이어 법령개정을 서두르는 등 지각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국토부가 관리제도 도입에 적극성을 보이는 부분은 크게 4가지 분야다.
신고제도 개선과 검사제도 도입 그리고 전문성강화를 위해 정비자격증 제도 도입과 폐차제도 도입 등 이다.
이 분야는 평소 이륜차 업계에서 꾸준히 제도개선 목소리가 이어져 왔던 분야라 새삼스러운 것은 없다. 늦었지만 관리제도 도임은 크게 환영할 만 하다.
다만 실로 혁명과도 같은 일임에도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관(官) 중심으로 관리제도가 도입되다보면 자칫 이륜차 시장을 위축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이륜차 검사부분은 가장 대표적으로 우려하는 분야다. 국토부가 이번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검사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22년부터 전국 교통안전공단 검사소 59곳에서 대형 이륜차를 대상으로 안전검사를 함께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에 대형 이륜차가 약 7만여대 있다는 점과 주로 도시에 소재하고 있다는 점으로 고려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 국토부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마니아들이나 관련업에 종사하는 종사자들의 입장은 사뭇 다른 입장을 표하고 있다. 이미 환경검사를 대형 이륜차에서 실시해 오고 있어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검사소에서 안전검사가 실시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문제는 별개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안전을 위해 육안 검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륜차는 대부분의 장치들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 육안검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전혀 틀린 주장은 아니다. 다만 누가 검사를 하느냐가 문제다.
현행법으로는 검사를 자동차 검사자격으로 이륜차를 검사한다. 교통안전공단에 소속된 검사소들은 계속되는 교육으로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육안 검사를 한다고 해도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사설 검사소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사설검사소는 지금까지 자동차 검사만 해 왔던 터라 이륜차에 대해 이해도가 전혀 없다. 4륜에 비해 2륜은 간단하니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의 주장은 이륜차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주장이다. 2륜이 4륜에 비해 구조가 간단한 것은 사실인지만 이륜차를 구성하고 있는 기술적 메커니즘은 4륜과 전혀 다르다. 전투기와 순항미사일이 제트엔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같지만 메커니즘이 전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에도 이들이 검사자격증이 있다는 이유로 이륜차를 육안 검사를 하게 한다는 것은 전투기를 정비할 수 있으니 순항미사일도 정비할 수 있다는 것과 전혀 다른지 않다. 한마디로 모순이다.
또 폐차제도 도입은 어떠한가.
국토부는 이륜차 폐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극소수이고 또 대부분 영세해 자동차 폐차장에서 이륜차 폐차를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이륜차 업계는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도 공식적으로 이륜차 폐차는 자동차 폐차장에서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이륜차 폐차를 자동차 폐차장에서 하는 경우는 극소수다. 왜냐면 폐차 비용이 없다보니 자동차폐차장에서는 이륜차를 처다 보지도 않는다. 현실은 영세하지만 전국에 10개미만의 이륜차 집하장에서 부품재활용과 중고이륜차를 수출하기 위해 폐차장을 겸해서 분해 조립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이륜차폐차업을 자동차에 넘겨줄 경우 부품재활용과 중고 이륜차 수출길은 거의 단절된다고 봐야 한다. 산업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산업을 단순히 규모의 경제로만 평가하다보니 낳은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롭게 도입되는 관리제도는 이륜차업계에 새로운 변곡점을 찍을 것이 분명하다. 그 동안 규제만 있어왔던 이륜차업계에 보호, 육성이라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고, 이륜차산업의 미래를 위해 젊은 인재와 정부적 차원에서 하나씩 체계적으로 정리, 관리하면서 정부의 대대적은 투자와 지원이 함께 따라준다면 침체기에 빠져있는 이륜차업계에 새로운 활력과 동력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