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이륜차 업체 수십 억대 보조금 부정수급 의혹 불거져

서용덕 기자 입력 2021.08.02 08:07 조회수 5,342 0 프린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개 국내 전기이륜차 제조사 보조금 부정 수급 정황 드러나
관계사 이용해 모두 723대 19~21억 보조금 부정 수급… 경찰부정 수급 업체 수사 착수
보조금 부정 수급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이하 벌금
보조금 부정 수급 의혹 회사 가운데 전기이륜차 관련 협회 임원 포함돼 있어 논란 지속될 듯

국내 전기이륜차 제조사들의 보조금 부정수급 의혹이 불거져 경찰에서 수사 중이다. 사진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서 중 한 곳인 칠곡경찰서 전경.

국내 전기이륜차 제조사들이 수십억 원의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는 의혹을 받는 업체 중에는 전기이륜차 관련 협회 임원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전기이륜차 제조‧수입사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이륜차 제조사인 A사와 B사, C사가 지사나 하청업체 등 관계사를 통해 자사의 전기이륜차를 대규모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에서 이들 업체의 전기이륜차 보조금 부정수급 정황을 조사해 환경부와 경찰에 사건을 송부했다는 것이다. 사건을 담당한 각 지역 경찰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해줬다.

A사는 자사의 판매 법인과 부사장이 대표인 회사를 통해 전기이륜차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18년 A사의 판매 법인으로 추정되는 대전D사와 대구D사는 환경부 전기이륜차 보조금을 지원 받아 A사의 전기이륜차를 각각 70대, 100대를 구입했다. 2019년 A사의 부사장이 대표인 것으로 추정되는 E사는 A사의 전기이륜차 59대와 전기삼륜차 20대를 환경부 보조금을 지원 받아 구입했다. 또한 E사 뿐만 아니라 A사의 판매 법인으로 추정되는 대구D사도 A사의 부사장이 대표인 것으로 추정된다.

B사는 S사와 G사 등이 합작 설립한 기업으로 모기업과 하청업체를 통해 전기이륜차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의심을 받고 있다. 2017년 B사의 하청업체인 E사와 F사는 대표가 같은 사람이다. 이 두 업체는 B사의 전기이륜차를 각각 10대씩 모두 20대를 환경부 보조금을 지원 받아 구입했다. 또한 B사의 모기업 중 한 곳인 G사는 2017년 전기이륜차 48대, 2018년 전기이륜차 97대와 전기삼륜차 28대를, 또 다른 모기업인 S사는 2017년 전기이륜차 20대를 환경부 보조금을 지원 받아 구입했다. 

C사도 제조사 판매 법인과 협력업체를 통해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정황이 드러났다. 2018년 C사의 대전지사는 2018년과 2019년 자사의 전기삼륜차 51대와 60대를, 제주지사는 2018년 자사의 전기삼륜차 120대를 보조금을 받아 구입했다. 또한 C사의 협력업체로 추정되는 H조합은 2018년 C사의 전기삼륜차 30대를 보조금을 받고 구입했다.

이들 3개 업체의 보조금 부정수급 규모는 드러난 것만 해도 최소 19억여원에서 최대 21억여원으로 추정된다. 이들 업체가 전기이륜차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대수는 2017년 88대, 2018년 496대, 2019년 139대 등 3년간 723대다. 

2020년부터 관계사를 통한 보조금 부정 수급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나오지 않은 것은 그해부터 개인이나 법인 및 단체가 전기이륜차 보조금을 지원 받아 한 번에 여러 대의 전기이륜차를 살 경우 사업계획서나 사업목적 증빙서류 등을 제출하는 것으로 변경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 수사에 따라서 보조금 부정 수급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으며, 추가로 적발되는 업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과 지방자치단체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이나 간접보조금을 교부받거나 지급받은 자 또는 교부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지급받은 경우 보조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해야 한다.

전기이륜차 업체 사이에서는 일부 업체가 관계사 등을 동원해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이들 3개 업체가 전기이륜차 보조금을 부정 수급할 수 있었던 것은 실제 차량을 확인하지 않고 서류만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기이륜차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가 관계사 등을 동원해 대량으로 전기이륜차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먼저 확보하고 나중에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는 명의변경을 하는 방식으로 판매하거나 아예 실제 차량을 출고 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판매한 것으로 처리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전기이륜차는 이륜차 사용신고제도의 특성상 실제 운행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기이륜차 보조금은 차량 유형과 230만원에서 최대 350만원까지 지급 받을 수 있었다. 보조금이 전기이륜차 원가보다 높아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않아도 보조금만 받으면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였던 것도 일부 업체의 보조금 부정수급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렇게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3개 업체 중 2개 업체의 대표와 전임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이 전기이륜차 관련 협회 이사로 등재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협회는 전기이륜차 보급사업과 관련해 업계의 의견을 환경부에 전달하며 보조금 사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쳐온 것으로 전기이륜차 업계에 인식돼 왔는데 보조금 부정 수급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정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한 전기이륜차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업체들 가운데 협회 임원이 있다니 충격적인 일이다. 협회가 환경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전기이륜차 보조금 지급 기준 등을 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부정한 행위를 한 사람들이 임원으로 있는 협회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으며,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한 전기이륜차 보급정책이 공정한 것인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비판했다.

또 다른 전기이륜차 수입사 관계자는 “국내 전기이륜차 제조사를 살려야 된다는 논리로 국내 제조사를 지원하자고 하고 수입 전기이륜차는 국익에 저해되는 것처럼 목소리 높이던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은 보조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타냈다”며 성토했다. 
서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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