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생성일 2020.02.16.]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제도가 시행된 이후 첫 번째 청원으로 알려진 것이 바로 법률방송의 장한지 기자가 제기한 ‘오토바이에 대한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금지 해제에 관한 청원’이었다. 이 청원은 2020년 1월 14일 장한지 기자가 작성한 것으로 2월 15일까지 10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받을 수 있다.(이상 오마이뉴스 2020년 2월 3일 기사)
위와 관련해 최근 필자는 법률방송의 기사를 찾아본 바 있다. 그런데 해당 기사 내의 위 장 기자의 국토교통부 담당공무원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본 필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토교통부 공무원의 ‘오토바이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제한’의 이유는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요약될 수 있으며 이는 오토바이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논리와 전적으로 같은 것으로 보인다.
첫째 ‘위험해서 안된다’였다. ‘이륜차를 자동차전용도로에 밀어 넣었다(해당 공무원의 표현)가 화물차에 치이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공무원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의 수준을 얕잡아 보다 못해 잠재적인 범죄자(도로교통법 위반 사범) 취급을 하는 것이다. 법률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인 국민 간의 약속이다. 모든 국민은 도로 위에서는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규를 지켜서 안전운행함으로써 교통사고를 미리 방지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도로 위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모든 사람이 교통관련 법규를 지킬 것으로 믿는 것이 정상 아닌가. 그런데 저 공무원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화물차와 같은 대형차량의 운전자들은 이륜차만 보면 일부러 부딪쳐서 이륜차 운전자로 하여금 다치게 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륜차는 자동차전용도로에만 들어가면 대형차량을 일부러 들이받고 죽거나 다치고 싶어 안달이 난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화물차를 비롯한 대형차량이나 승용차, 이륜차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차들이나 모두 교통법규에 따라 안전운전한다면 무엇이 문제가 될 것인가?
둘째 이륜차를 배기량에 따라 차별하여 소배기량 이륜차는 못 들어가게 하고 대배기량 이륜차는 들어가게 하는 것은 경제력에 따른 차별이 되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이 공무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대배기량 소배기량을 구분하는지 그 기준을 모르겠지만 애초 우리나라에서 1972년까지는 고속도로에 1990년대 초반까지는 자동차전용도로에 배기량 250cc 이상 이륜차량이 진입 가능했으며, 이는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가 시속 100km, 자동차전용도로의 그것이 시속 80~90km였으므로 이륜차의 배기량이 250cc는 되어야 각 제한 속도에 맞춰 무리 없이 주행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즉 그것은 위 공무원의 말과는 달리 경제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셋째 자동차전용도로 이륜차통행이 국익이나 사회적 이익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 자동차 전용도로와 고속도로의 이륜차 통행금지 때문에 우리나라 이륜차 산업이 고사하였고, 현재의 이륜차 시장은 수입이륜차가 대부분을 차지하였다고 보면 과언일까? 특히 250cc 이상 대배기량 이륜차는 더욱 그렇다. 이웃 나라 일본은 혼다의 ‘슈퍼커브’라는 기종이 얼마 전 1억 대 판매 기념 모델을 출시한 것을 보면 그간 그들이 누렸을 경제·사회적 이익이 부러울 뿐이다.
넷째 안 그래도 자동차가 많은 상황에서 외국(OECD 가입국)에서 한다고 해서 우리도 따라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며 반문한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이후 6·25 전쟁과 국가, 사회적 혼란기를 겪고 군사 독재 등의 과거를 겪었다. 군사독재 시절을 지나오면서 우리는 우리의 자유와 기본권을 포기하는 대신 굶주림에서 해방되어 요즘 시대에는 보릿고개라는 단어가 없어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많은 애국·민주지사들의 피와 땀을 통해 민주화를 쟁취했다. 그것이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독재자를 몰아내고 민주화하는 것을 보고 따라 했다는 것인지, 다른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하니까 우리도 따라 했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대한민국은 위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앞세워 운전자들의 자유와 권리를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철저히 짓밟아 왔다.
우리는 군사독재시절 수많은 기본권을 유린당하면서도 그것이 당연한 양 받아들이고 살아왔다. 자정이 되면 어김없이 시행되던 야간통행금지, 남학생들의 삭발과 여학생들의 단발머리와 교복, 미니스커트 착용 금지, 장발 단속, 영화나 잡지, 음악의 검열 등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금지, 금지 또 금지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그와 같은 불합리하고 불법적인 기본권 유린을 군사독재의 종식과 민주화와 더불어 더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우리나라 헌법은 이렇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제14조 모든 국민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가진다. 제37조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만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해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운전자들은 그동안의 타성에 젖어 이제 국민동의청원이라는 밥상이 차려졌는데도 수저를 들어 밥을 떠먹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왜 자신의 자유와 기본권을 스스로 포기하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