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크 그만 타는게 어때?>는 무거운 책이 아니다. 책의 저자 유선 씨는 입원 당시의 일상을 기록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썼다. 매우 담담한 표현과 문체를 통해 일상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글로 이루어진 이 책은 다소 시니컬한 느낌의 분위기를 풍기는 것 또한 매력이다. 라이더로서 사고를 겪고 난 후 병실에서 다시 바이크로 가기까지의 신체와 정신을 회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많은 라이더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눈을 감았다 뜬 순간 제 몸은 이미 차로 위에 뉘어져 있었어요. 당시 주변에 있던 퀵 배달업에 종사하시는 라이더 분들이 구급차와 경찰차를 부르는 등 뒷수습을 해주셨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나요. 그 때 느꼈죠. 아, 이게 같은 공감대를 공유하고 있는 이들의 유대감인건가. 감사할 따름이었어요.”
이후 오랜 기간 입원 생활을 지낸 유선 씨는 치맛바람라이더스 멤버들과 친구들 덕분에 정신적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입원 초기에는 극심한 고통을 견디기 힘들어 자다 깨서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고 한다. 고통을 조금이라도 잊기 위해 지인들과 단체 전화로 수다를 떨곤 했다는 유선 씨는 통화 중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는 순간이 오기도 했지만 친구들은 유선 씨의 고통을 함께 감내하기 위해 묵묵히 들어주었다고 한다.
1월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병문안과 외출이 거의 불가해 입원 생활은 더욱 힘들기만 했다고 한다. 병문안에 관한 제약이 풀린 후 친구들은 방문을 위해 미리 스케줄을 엑셀 파일링 해 서로 공유하며 일정을 맞추기도 했다며 친구들의 방문이 입원 생활을 견디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책의 제목은 부정적 의미를 띨 수도 있지만 이는 유선 씨가 지인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고 이후 걱정이 컸던 지인들은 유선 씨에게 그와 같은 말을 다짐을 듣겠다는 식으로 또는 조심스럽게 권유하는 식으로 전했으며 하지 않더라도 무언으로 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에 퇴원 후 두 달도 되지 않아 다시 바이크를 구매했을 때에도 지인들에게 말하기가 꺼려졌다고 한다.
유선 씨는 바이크를 타는 것에 대해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을 때도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다보니 힘듦에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유선 씨는 입원 시 움직임에 제약이 크다보니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어 우울증이 온 것만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시 바이크가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며 바이크에 다시 올라타기 위해 열심히 재활과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바이크 재 구매에 대한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고 한다. 라이더 지인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며 바이크를 타는 행위 자체에 대한 피드백을 피하고 바이크 기종 등에 대해 묻곤 했다. 비라이더는 직접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조심하라는 정도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문병 왔던 친구들 중에 저와 함께 바이크 면허를 딴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했던 말 중에 너무 고마웠던 말이 있어요. ‘그래도 다시 바이크 탈거지?’라는 말이었는데, 제 마음을 읽어준 것만 같았어요. 사실 정말 하기 힘든 말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믿어주는 느낌이었어요.”
“한 친구는 책을 읽고 병원이 편안한 휴식처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어요. 병원 또한 하나의 작은 세상이자 사회구나 싶었다고, 일상과 같은 외부자극이 지속되고 살고자 버둥대야하는 곳이라 깨달았다더라고요. 사실 작은 병실 내에서 평생을 모르고 살아오던 4명의 타인과 부대껴야만 한다는게 정말 쉽지 않았어요. 소음 문제든 인간관계든 바깥세상에서 겪던 문제를 똑같이 겪었어요. 특히 생활리듬이 다른 경우에 고충이 더 크고 커튼을 닫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불편했어요.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고 난 후에는 사람들로 인해 겪는 스트레스를 환기시키고 주의를 돌리기 위해 글을 쓴 것도 있어요. 그리고 반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너무나도 괴로웠으니 뭐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한편, 유선 씨는 입원 3개월 후부터는 줌 회의를 통해 퇴원 중에도 치맛바람라이더스의 다양한 행사 준비를 이어갔다고 한다. 당시 기획해 진행했던 행사는 사고와 죽음에 대한 수다회 및 유서쓰기 워크숍이다.
유선 씨는 사고를 직접 겪으면서 언제나 사고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라이더로서 위험이 가까이 있을수록 더욱 회피하는 경향이 높다고 느꼈다. 이에 동료 라이더들과 함께 사고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갖고자하는 취지에서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수다회에서는 어떤 것이 두려운지,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와 대처 및 예방법 등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유선 씨가 직접 진행한 유서쓰기 워크숍에서는 정부 법령 유서 양식을 참고해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 형식을 익히고 유서에 어떤 내용을 적어야 법적 효력이 발생하며 필수 기재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에 대해 알리는 유익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현재 유선 씨는 서울에서 순천으로 거처를 옮겨 유유자적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7월 자이로엑스 스쿠터 갖고 제주도로 한 달 정도 여행을 다녀온 후 친구 집인 순천으로 잠깐 갔다가 그 곳에 우연히 정착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은 순천에서 운동도 다니고 책 작업을 하는 중이다.
“바이크 타다가 사고가 났다는 말은 사실 가십처럼 쉽게 소비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래서 죽었다든지 바이크를 그만 타게 되었다든지. 그 같은 말은 쉽게 퍼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혀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저야 사고 전에도 바이크는 위험하니까 타지 말라든가 하는 사고 이후 바이크를 접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듣곤 했지만 그 말들 때문에 바이크 타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또한 병원에 있을 당시 다시 바이크를 타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런 마음을 가지면 안 되지’라는 생각을 했고요.”
“각자의 선택에는 각자의 서사가 있고, 저의 서사가 흔한 케이스가 아니어서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게 다가가고 용기를 북돋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퇴원을 하면서 6개월이라는 시간을 하나의 물질적인 무언가로 만들고자 한 것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일차적인 목표였어요. 그 외에는 부차적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제가 사고를 겪고도 다시 바이크에 올라탔던 것처럼 누군가가 어떤 선택을 할 때 그 사람이 경험했던 삶에 대해 알게 되면 ‘다쳤으니까 바이크를 타면 안 된다’는 말이 얼마나 몰이해한 말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 이야기는 병원 이야기지만 사실은 바이크에 대한 이야기이고 바이크를 타고 싶은 나의 마음을 주변 사람들을 비롯해 제 자신에게도 설명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설명의 결론이 어쩌면 허무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다시 바이크를 탈 수 있었던 이유가 가볍게 다쳤기 때문도, 회복이 쉬웠기 때문도 아닌 그저 ‘바이크를 타고 싶다’라는 하나의 집념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