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여성혐오에 지친 라이더들에게 용기를 건네는 페미니스트 바이크 라이딩 기획단이 있다. 젠더불문 누구에게나 안전한 바이크 문화를 조성하고자 힘쓰는 치맛바람라이더스를 만나보자. SNS에서 서로를 알게 된 5명의 기획단이 운영하는 치맛바람라이더스는 SNS에 라이딩 및 다양한 행사 일정을 공유하고 참여를 도모한다. 이 행사에는 첫째 페미니스트인지, 둘째 치맛바람라이더스의 약속문을 지킬 수 있는지 이 두 가지의 조건만 지킬 수 있다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치맛바람라이더스의 ‘치맛바람’은 ‘치마를 입고 바이크를 타자’라는 일차원적 의미가 아닌 ‘여자의 극성스러운 활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 근원해 ‘극성스럽게 바이크를 타보자!’라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즉 남성 중심적이었던 기존의 모터사이클 문화를 타파하고 여성 주의적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기획단의 메시지가 함축되어있는 것이다.
치맛바람라이더스는 작년 2018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한시적으로 개최됐던 성소수자 당사자와 앨라이가 함께한 레인보우라이더스에서 감명을 받아 이에 착안해 기획됐다고 한다. 차이점이라면 치맛바람라이더스에는 젠더를 불문하고 페미니스트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획단은 “페미니스트들이 함께 즐기고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해 창설했다”며 “어떠한 젠더든 평등한 모터사이클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기존 모터사이클 문화는 매우 남성 중심적이며 특정성별에 편향돼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모터사이클은 남자의 로망’이라는 둥의 남성 중심적 단어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바이크 문화는 남성을 디폴트로 여기고 있다. 특히 바이크 설계뿐만 아닌 헬멧 등과 같은 보호 장비에서도 차별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사이즈가 남성 신체에 기인해 제작돼 스몰 사이즈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라이더에게 보호 장비는 생명과도 같아 라이더 신체에 알맞은 사이즈의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못할 시 사고 시 위험도는 매우 높아진다. 바이크 샵에서는 “원래 스몰 사이즈는 없어요”와 같은 식의 대처만 할 뿐 그 누구도 문제의식을 가지거나 개선점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여성 라이더들은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해외 직구를 통해 장비를 구매하고 이마저도 실착용을 해보지 못하기 때문에 사이즈가 안 맞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여성 라이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사이즈를 제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며 안일한 말을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획단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사이즈가 없기 때문에 여성 라이더들이 바이크에 입문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치맛바람라이더스 약속문
실제 기획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던 여성 라이더들을 향한 혐오 사례는 무궁무진했다. “일반 도로에서 바이크 주행 중 여자임을 들키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우리에게 향하는 위험은 매우 다양했다”며 이 때문에 항상 여자임을 숨기고 주행했던 경험이 대다수였다고 한다. 끊이지 않는 시선 강간과 단지 여성 라이더라는 이유만으로 “어쩜 그렇게 여자가 바이크를 잘 타냐”는 식의 본인은 칭찬이라 여기지만 상대방에게는 불쾌감을 주는 무례한 언사 등이 있었다. 또한 실제로 뒤를 쫓아와 말을 건넨 경험 등 상대방이 느낄 공포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동들이 많았다. 이뿐만 아니라 승용차에 탑승한 여러 남성들의 캣콜링, 바이크 샵에서의 ‘여성분’이라는 지칭, 위협운전 등이 있었다. 가장 경악스러운 사례는 바로 불법촬영이었다. 실제로 단지 여성 라이더가 신기하다는 이유만으로 당사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불법 촬영물을 메이저 바이크 커뮤니티에 업로드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기획단은 “바이크를 타며 숨 쉬듯 겪는 혐오사례가 많으며 이는 너무나도 일상적이다”라며 “특히 바이크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 ‘역시 여자라서’와 같은 무시와 일반화를 겪기 싫어 바이크 샵에선 항상 긴장하고 질문하는데 두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혐오 표현에 맞대응을 하고 싶다가도 그로 인해 돌아올 위협이 두려워 그냥 무시하는 것으로 일관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치맛바람라이더스 캠프아웃
이 같이 바이크 문화에서 여성을 지우는 행태를 타개하고자 만들어진 치맛바람라이더스는 다양한 진취적 움직임을 실천하고 있다. 캠프아웃 행사, 모임 행사, 굿즈 판매 행사, 다양한 SNS 계정 운영 등 쉬지 않고 젠더를 막론한 안전하고 유쾌한 바이크 문화를 만들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지난 9월 제천에서 개최된 2박 3일 일정의 모토캠핑 페스티벌 ‘치맛바람라이더스 캠프아웃’은 라이더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정비자격증을 소지한 강사를 섭외해 ‘자가정비교실’을 진행하고 ‘이륜차 x 페미니스트 집담회’ 시간을 통해 바이크를 타며 겪었던 다양한 혐오 사례를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했다. 또 포스트잇에 혐오 발언 및 문화 등을 적어 캠프파이어에 던지는 ‘가부장제 화형식’, ‘충주호 라이딩’, 채식주의자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바비큐 시간 ‘고! 베지나잇’ 등이 있었다. 참여 인원은 60명 내외로 이번 참여자를 대상으로 11월 초에 제천 행사를 추억하는 상영회 형식의 행사 또한 개최할 예정이다.
제천 행사를 개최하기 전 2부로 나누어 네 개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한 여성주의 오픈 세미나 또한 주목 할만 했다. 1부에서는 ‘공동체 내 성폭력과 강간문화’, ‘정상성, 규범, 그리고 경계’라는 주제로 반폭력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2부에서는 ‘우리는 치맛바람 날리며 바이크 탄다.’, ‘치맛바람 라이더스, 장소와 공간 만들기’의 주제로 페미니즘과 모터사이클에 대해 이야기 했다.
치맛바람라이더스는 유튜브 계정 또한 운영 중이다. 바이크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는 많지만 여성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이에 여성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맞춤 정보를 제공하고자 시작됐다. 특히 입문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과정을 담은 ‘돈 패닉’이라는 영상물을 제작해 게시하기도 했으며, 이외에도 여성 라이더 대상 여성 혐오 사례에 관한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다루고 있다.
치맛바람라이더스는 여성혐오 및 남성 중심적 표현을 지양하고 그러한 표현이 배제된 볼거리와 콘텐츠가 많은 이륜차 문화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 라이더들에게 더 이상 사회적 시선에 위축되지 말라는 의미에서 “페미니스트들아, 우리가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젠더의 구분 없이 누구나 평등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이륜차 문화를 만드는 것에 항상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