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편까지는 서해와 남해를 돌아 부산까지의 여정을 소개했었다.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울로 복귀하는 여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부산에서 서울로 냅다 달리면 대략 400km 초중반의 거리에 7시간반 내외의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달리면 앞서 달린 3일간 여행의 좋은 기억들이 차량들로 붐비는 도로의 기억으로 뒤덮여버릴 수 있다. 이 시점에 결정을 해야한다. 여행기간을 하루 더 연장하여 좋은 경치로 힐링을 하며 서울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그냥 내일부터 출근하기 위해 신속하게 복귀를 할 것인지 말이다.
나는 예전에 서울로 한번에 복귀한 적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여기까지 와서 멋진 경치들을 다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이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기에 이번에는 강릉에서 하루 더 휴식하고 서울로 복귀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강릉에서 하루를 더 쉬어가기로 결정하였다면 한 가지 더 결정할 것이 있다.
만항재
우리나라의 멋진 도로로 손꼽히는 7번 해안도로는 어이없게도 울진에서 삼척까지의 구간은 자동차전용도로이기에 부산 송정에서 강릉까지의 경로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하면 자동차전용도로를 피해서 내륙을 돌아 강릉까지 가는 길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해수욕장들을 끼고 달리는 옛길이 있지만 이 길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경치는 좋고 느긋하게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할리데이비슨과 같은 아메리칸 바이크에는 특유의 낭만에 젖게 하는 좋은 길이다.
불영사 계곡
두 번째 선택지는 이왕 내륙으로 돌아서 간다면 울진까지 해안도로를 타고 올라가고 불영사계곡으로 빠져서 구문소, 만항재를 지나 영월의 꼬부랑길을 달려 강릉까지 가는 길이다. 이 선택은 마치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을 것인가 짬뽕을 먹을 것인가?라는 고민과 같지만 지난 3일간 서해, 남해를 곁에 두고 달린 이번 여행에서 나는 이번에는 두 번째 선택지인 영월의 꼬부랑길을 거쳐가는 코스를 선택하였다.
감나무CC
부산 송정 숙소에서 조식을 간단히 해결하고 경주에 새로 생긴 골프컨셉의 이색카페인 감나무cc에 들려 독특한 감성을 느껴보고, 포항 죽도시장에서 강원도와는 또 다른 포항물회를 먹는 것으로 오전의 일정을 정했다. 경주는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심지어 스타벅스까지 한옥으로 지어져 있는 독특함과 아울러 안압지와 같이 야경이 멋진 곳들이 많다. 하지만, 한번의 여행에서 모든 곳에 욕심을 내면 집에 가지 못한다. 경주는 나중에 경상권 투어에서 숙박지로 정하고 다시 오는 것으로 하고 출발.
포항물회
포항식 물회는 속초를 중심으로 한 강원도식 물회와는 결이 좀 다른데, 일품요리로 한 그릇 나오고 마는 속초식 물회와는 달리 포항식 물회는 생선구이와 해물을 비롯해서 찬이 풍성하고 육수가 따로 나오기 때문에 뭔가 정찬을 먹는 느낌이 든다. 아직 경험이 없다면 꼭 한번은 드셔 보시길 추천한다.
고래불해수욕장
점심까지 든든하게 먹었으니 이제는 월포와 고래불 해수욕장을 비롯한 동해안의 힘센 바다를 느끼며 해안도로를 따라서 울진까지 올라가 불영사계곡으로 빠진다. 불영사 계곡은 운치 있는 산세로 그 길을 달리는 것 만으로도 산림욕을 하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불영사를 지나 청옥산을 거쳐 구문소를 지나 우리나라에서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라는 만항재를 지나는 길은 바람을 맞으며 할리데이비슨으로 스로틀을 느긋하게 당기며 달릴 때 경치를 만끽하기 좋은 곳이다. 이 코스는 자동차로도 몇 번 다녀봤지만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스카이베이인피니티풀
정선의 멋진 나무숲에 휩싸여 달리다 보면 이제 강릉 경포해변에 도착한다. 이렇게 달리면 대략 400km 중반 정도의 거리에 순수 라이딩 시간 약 8시간이 소요된다. 내 경우는 아침 8시에 나와서 송정해변을 산책하다가 올라왔기에 점심시간까지 대략 10시간 남짓이 소요되어 6시경에 강릉에 도착하였다. 숙소는 늘 그렇다시피 인터넷 예약앱을 사용해서 검색하고 이번에는 인피니티풀로 유명한 강릉 스카이베이 호텔로 정하였다. 시간여유가 있으니 호텔로 가는 길에 보헤미안 카페에서 따끈한 커피를 한잔 하며, 이 카페가 산속 오두막으로 시작했던 때를 기억해보니 강릉도 참 많이 변했구나 싶다.
영덕게이트
강릉에서의 저녁은 먹을거리가 많아서 오히려 고민이지만 이번엔 내일의 복귀를 위해 든든하게 고기로 체력 보충을 하며 하루를 마감하였다. 이제 다음은 드디어 4박5일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복귀하는 여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추천 장소]
1. 감나무cc (경북 경주시 보문로 441): 이름이 컨트리클럽이라 골프장이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보문단지 앞에 위치한 골프 컨셉의 대형 카페다. 골프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감성과 재치가 묻어나는 인테리어와 메뉴에 좋아할 곳이다. 가격도 과하지 않으며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컨셉일 뿐 아니라 라이더 할인도 있다.
2. 포항 죽도시장 (경북 포항시 북구): 동해안 최대규모의 수산시장이라고 알려져 있는 전통시장으로 시장 내에 삼형제횟집, 새포항물회집 등 물회와 대게 맛집들이 즐비하다. 포항물회는 육수물에 말아먹는 느낌이 아니라 고추장양념에 비벼먹는 느낌으로 독특한 느낌이며 생선구이를 비롯해서 간장게장, 해물까지 밑반찬으로 나온다.
3. 불영사계곡 (경북 울진군): 울진에서 불영사까지 들어가는 길에 있는 계곡으로서 20억년 전에 만들어진 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 길은 녹음이 우거지는 시기에 달리면 지리산 계곡길과 같이 달리는 자체가 삼림욕의 느낌을 주는 길로 중간에 위치한 불영사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4. 구문소 (강원 태백시 동점동 498-123): 낙동강 물길이 산맥을 뚫고 지나가면서 만들어 놓은 석문과 그 아래 물이 고여있는 연못(?)이 있는 곳으로 낙동강의 근원으로 세종실록지리지에도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모든 것을 떠나서 색다른 느낌의 석문과 석회동굴을 볼 수 있다.
5. 만항재 (강원 영월군 상동읍 함백산로 426): 우리나라에서 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로 정령치나 싸리재보다 높은 곳이다. 겨울에 눈꽃을 보기에도 좋지만 한여름이 되기 전에 이 꼬부랑길을 올라보는 것도 좋다.
6. 보헤미안 경포 카페 (강원 강릉시 수리골길 121-4): 사천해변에 위치한 보헤미안 박이추카페로 박이추 바리스타가 가면서 아들이 운영하는 카페다. 강릉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하고, 사천해변에 있는 박이추카페에 비해서 사람이 적은 편이라 느긋하게 커피 한잔 하기에 좋다.
7. 진고개참나무숯불구이 (강원 강릉시 보래미길 29): 메뉴가 단촐하게 특수부위 모듬 한가지로 그날의 좋은 고기로 내어놓는 한우고깃집이다. 육사시미도 훌륭하지만 고기의 품질과 가격까지 좋다. 2인분 정도 먹은 후에 먹는 된장소면이 일품이다. 고기를 좋아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