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륜차 라이딩의 멋과 품위 <이륜차 명상>으로

M스토리 입력 2021.06.01 10:30 조회수 4,746 1 프린트
Photo by Raul Varzar on Unsplash
한주일의 스트레스를 바람에 날려버리는 이륜차 주말 라이딩이야말로 누구에게나 멋진 취미요 스포츠다. 하지만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이륜차 사고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많은데, 라이더의 과실로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과실은 대부분 정신줄을 놓쳐 <깜빡>할 때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향기로운 들꽃이 만발한 주변 경치에 넋을 잃거나, 집안일이나 회사일이 걱정돼서, 아니면 갑자기 헤어진 연인생각이 나서... 등등. 그런 번뇌망상 잡념에 의한 <깜빡>을 극복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을까? 
요즘 한창 붐이 일고 있는 <생활명상>을 추천하고 싶다. 이륜차를 타면서 명상을 한다? 왠지 다소 엉뚱한 느낌이 들겠지만, 명상은 특정 종교인들만의 수행용 전유물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존재와 위험요소를 살펴야하는 동적인 라이딩에 오히려 적절한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상은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교통법규 등 질서를 잘 지킴으로써 마음을 평안하게 유지하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수행이다. 또한 나의 현재의 위치, 운행속도, 주변 교통의 흐름과 노면상태, 내가 지금 가고 있는 목표지점에 대한 분명한 주의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는 주의를 하다가도 앞에서 들은 예처럼 잡생각 때문에 <깜빡> 하는 것이 다반사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주의할 수 있는 명상 방법에는 신·수·심·법(身·受·心·法) 네 단계가 있다. 신(身)은 나의 현재 몸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또한 출발하기 전에 분신인 이륜차의 정비 상태도 점검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수(受)는 운행 중의 느낌을 그대로 접수하는 것으로 계절과 날씨에 따른 바람과 햇살 그리고 노면의 감촉은 어떤지 그 느낌들을 느낌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떠오르는 망상도 바람을 맞듯이 ‘아, 이 망상이 이 망상이로구나!’하고 주인이 손님 맞아들이듯 접수하는 것이다. 다음단계로 심(心)은 수(受)에 따른 내 마음의 변화와 내 몸과 이륜차 기기의 상태와 라이딩 과정을 전반적으로 스캔하듯 살피는 것이다. 귀가(歸家) 운행할 때도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살피고 마침내 라이딩을 다 마치고 나면 오늘 하루의 기분은 어떠했는지 라이딩으로 나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마음의 운행일지를 작성하는 것이 마지막 단계인 법(法)이다. 

사실 <이륜차 명상>은 라이더라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그런 내용이다. 다만 라이딩 하는 동안 내가 내 생각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노예처럼 온갖 잡념에 이끌려 다니느라 연속적으로 의식하고 정리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륜차 명상>으로 이륜차동호인 모두의 건강과 안전뿐 아니라 라이딩의 멋과 품위도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권혁수 시인
 
 
 
 
 
권혁수 시인 약력
- 강원 춘천 출생
- 강원대 건축공학과 졸업
- 198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 2002년 시 ‘미네르바’로 등단
- 서울문화재단 2009 젊은예술가지원 선정
- 2010년 한국현대시인협회 현대시인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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