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환경부가 ‘이륜차 소음허용기준 강화 타당성 및 검사방법’ 연구 용역 발주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륜차 소음 피해는 창문을 열고 생활하는 시간이 긴 여름철에 주로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모든 이륜차에서 큰 소음이 나는 것은 아니다. 큰 소음을 내는 이륜차는 좋은 소리와 성능향상, 디자인 등을 이유로 애프터 마켓 소음기로 교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소음기 튜닝을 할 때 구조변경 승인을 받지 않고 불법으로 개조한 경우 폭음을 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현행법상 이륜차 소음기 튜닝 시 소음허용 기준으로 잡는 배기소음 기준이 너무 허술하다는 점이다.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이륜차 배기소음은 제작차의 경우 배기량에 따라 가속주행소음(달릴 때 나오는 소음)은 75dB(80cc 이하) 이하, 77dB(80cc 초과 175cc 이하) 이하, 80dB(175cc 초과) 이하, 배기소음 105dB 이하(175cc 초과), 102dB 이하(80cc 이하), 경적소음 110dB 이하다. 운행차는 배기소음(배기가스가 배기구로 배출될 때 발생하는 소음) 105dB 이하, 경적소음 110dB 이하다. 가속주행소음 허용기준인 80dB은 지하철의 차내소음과 유사한 수준이다. 반면 배기소음은 105dB로 열차 통과시 철도변에서 나는 소음보다 시끄럽다. 6dB 차이는 음압 세기 차이가 2배다.
배기소음에 기준이 허술하다 보니 소음 민원이 발생해 단속에 나서도 실제 적발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서울시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7차례 합동단속에 나서 불법 튜닝 이륜차 93건을 적발했지만, 소음기 불법 튜닝은 28건에 불과했다.
배기소음에 대한 기준은 1990년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기준 강화가 없어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배기소음허용 기준인 105dB은 다른 나라 배기소음 기준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일본의 이륜차 배기소음 기준은 96dB다. 영국의 경우 배기소음에 대한 규정은 없으나 서킷자체적으로 제한하는 소음허용 기준은 105dB이다.
국내 이륜차 소음허용 기준 강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음에도 그동안 기준을 강화하지 못한 것은 한-EU FTA 때문이다. 한국과 유럽은 한-EU FTA에 따라 이륜차 배출허용 기준 및 소음허용 기준을 동등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현재 이륜차 소음허용 기준은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 ECE) 41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UN ECE 41조는 가속주행소음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만 배기소음허용기준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한국 단독으로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강화해 유럽산 이륜차가 국내에서 판매하기 어려울 경우가 발생한다면 한-EU FTA에 저촉될 수 있다.
이번에 환경부가 발주 예정인 ‘이륜차 소음허용기준 강화 타당성 및 검사방법’ 연구 용역은 한-EU FTA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이륜차 소음을 줄이기 위해 운행 이륜차 소음허용기준 강화 타당성 여부와 운행 이륜차 및 이륜차 수시검사에서 소음측정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무인 단속을 위한 소음 단속 카메라 도입 방안 등도 함께 조사된다.
무인 소음 단속장비의 경우 프랑스는 2019년부터 파리 오를리 공항 인근에서 테스트를 시작했으며, 같은 해 영국도 햄프셔주 인근에서 소음허용 기준을 넘은 차량을 감지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륜차 소음을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과 지속해서 논의해 왔고 이번 연구 용역을 통해 배출가스 소음허용 기준 강화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