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기자 출신인 백현주 교수와의 인연으로 M스토리와 진행했던 인터뷰는 이후 내 스스로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사실 오랜 세월 바이크를 타면서 내 생활 속에서 바이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최애 존재기에 바이크와 관련된 문화, 인식, 법규, 정책 등 정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M스토리 지난 호에 용기 있게 펜을 들고 칼럼을 올렸던 만큼, 이번 호에도 오랜 시간 동안 여기저기 흩어졌던 바이크와 관련된 내 생각들을 정리할 요량으로 칼럼을 이어가 보려 한다. 지난번 칼럼에서는 내가 주로 들었던 질문인 ‘바이크를 왜 타는지’에 대한 답과 ‘가족의 허락이 없이 타지 말자’는 나의 경험에 비춘 의견, 그리고 바이크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하는 고민인 ‘어떤 걸 타지?’에 대한 내 생각을 몇 자 적어보았다.
오늘은 ‘바이크 모임’과 ‘안전에 대한 의식’ 그리고 바이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다시 말해 ‘국민감정’이라는 것과 내가 바이크로 인해 받았던 ‘감동’에 대해서도 몇 줄 적어보려 한다. 또 궁금해하실 듯한 부분이 ‘남희석 씨는 과연 언제까지 바이크를 타실 건지?’에 대한 부분일 듯싶어 이왕 바이크 이야기를 쓰는 김에 아낌없이 다 써보려고 한다. 바이크를 탄다고 하면 대체로 내게 묻는다. “바이크 타는 분들끼리 무리 지어 가는 거 종종 보는데 남희석 씨도 그런 동호회 같은 거 하세요?” 나는 신중한 성격이라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고려한 편이다. 아직 동호회에 들어가기 전이라면 조금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해 합류할 것을 제안한다. 잘 선택해서 바이크 모임에 들어간다면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동호회든 모임이든 그룹을 결성하든 간에 가장 중요한 건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동호회를 바라볼 때 꼭 살펴보는 기준 한 가지가 또 있는데 바로 돈거래 여부다. 장시간 동안 좋은 인간관계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바이크를 즐기며 타기 위해서라도 회원들 간에 돈거래는 절대 금물이다. 좋은 모임은 세상 그 어떤 곳보다 즐겁고 행복감을 안겨준다. 나도 한 모임에 속해 있는데 그 안에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낀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할리데이비슨을 오래 타신 모임의 회장님이 귀가 안 좋으신 덕분에 귓속말을 해도 엄청 크게 해야 해서 비밀이 없다는 점 그것뿐이다.
바이크를 타는 우리들은 주변에서 한 번쯤 이런 말을 듣는다. 정말이지 우리들 주변에는 꼭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너 오토바이 타다가 죽는다” 우리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마치 모범답안처럼 열심히 하는 대답도 있다. “안전하게 타면 괜찮아” 맞다. 바이크는 위험하다. 바이크의 위험성을 인식한다고 해서 우리가 이걸 ‘이야~오늘 날씨도 좋은데 7번 국도 타고 가다가 한번 죽어볼까?’ 생각하고 타지는 않는다. 자동차 운전도 면허를 따고 연수를 받고 가까운 거리부터 익숙해지면서 타듯이 바이크도 차근히 단계를 밟으며 타자. 사고 영상도 많이 찾아보면서 스스로 경각심을 키움과 동시에 어떤 경우를 조심해야 하는지 학습도 하고 탈 때마다 안전 장비도 철저히 챙겨서 타는 습관을 들인다면 주변의 걱정을 사그라들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바이크를 향한 국민정서가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걸 부정하려 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가 모범을 보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정 장비 갖추고 교통법규 최대한 준수하면서 이렇게 안전한 라이딩을 하는 게 우리 바이크의 문화로 정착된다면 바이크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도 어느 순간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바이크를 타는 사람끼리는 걱정이 없다. 서로 챙기기도 하고 서로 도움을 주려는 결속력 같은 동지의식 비슷한 것이 있으니 오히려 바이크를 통해 인간의 정이 무엇인가 되짚어 생각도 하게 된다. 감동은 뜻밖의 곳에서 물밀 듯이 다가온다고 하더니만, 투어 중에 의외의 감동을 받은 일이 있어 몇 자 보탠다. 한 번은 바이크를 타고 혼자 포항을 간 적이 있다. 막 달리며 가고 있는데 자꾸만 건너편 사람이 내게 손을 흔드는 것이었다. 엄지를 내밀기도 하고 심지어 뒤에 탄 여인이 내게 손을 흔들었다. 참 멋지고 고마웠다. 또 한 번은 생뚱맞은 곳에서 잠시 내려 바이크를 살펴보고 있는데, 몇 대의 바이크가 줄지어 서더니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묻는 거다. 세상에 개그맨 선배도 아니고 무슨 남 씨 종친회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다 도우려는 마음이었던 거다. 그저 바이크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이상이 있으면 돕겠다는 마음으로 가던 길을 멈췄던 거다. 심지어 같은 기종도 아니고 연배도 달랐다. 그저 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끼리의 우정 같은 것이었다. 남들이 보면 별것 아니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장면이 지금까지 하나의 큰 감동으로 남아 인생의 추억으로 이따금 씩 꺼내 본다.
모든 것이 신속하게 달라지고 바이크도 다양해지는 빠른 시대지만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아날로그의 정서가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내 몸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바이크를 탈 생각인데 꼭 가고 싶은 인생 장소가 있다. 나는 <이제 만나러 갑시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탈북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말 기회가 된다면 속초에서 북쪽을 향해 90박 91일 투어를 해보고 싶다. 그게 가능한 어느 날 내가 투어를 떠나고 나진 선봉에서 남희석을 보시는 분들이 계시면 내게 손 한번 흔들어 주시기를 희망한다. 그날이 온다면 그때는 남양주 이륜관이 아니라 평양 옥류관에서 집합해서 출발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