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방송인 남희석의 ‘바이크 세상’ 1편

M스토리 입력 2021.02.26 16:05 조회수 7,985 0 프린트

방송인 남희석

몇 달 전 한 바이크 전문 매거진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인터뷰를 자주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내가 좋아하는 바이크와 관련된 정보들을 싣는 매거진이라해서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했다. 그 매거진이 바로 M스토리였고 오늘 이렇게 몇 자 적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인터뷰를 진행한 뒤 내가 했던 말들을 지면이 허락하는 한에서 꼼꼼하게 넣어 기사를 쓴 백현주 기자가 얼마 전 칼럼 제안을 해왔다. “남희석씨는 직접 타시니까 바이크의 장점과 문제점, 개선되어야 할 점을 정확히 아시니 칼럼을 써주시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겁니다.” 잘 모르기도 하고 고민이 되긴 했지만 나와 같이 바이크를 즐겨 타거나 생업을 위해서 타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막 입문하려는 사람들과 공감하는 이야기를 써 보기로 하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글머리를 고심하며 풀어가고 있다. 
아마 내가 탄다고 해도 그렇고 대체로 주변에 누군가 바이크를 탄다고 하면 첫 번째 하는 질문은 “왜 타?”일 것이다. 

예전에 90년대 아이돌그룹 잉크의 멤버였던 만복이라는 연예인이 있다. 한번은 같이 방송을 했었는데 주제는 그의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 미국 애틀랜타를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출발하기 직전부터 알 수 없는 답답함과 호흡 곤란을 심하게 겪었다. 견디지 못하고 내리는 바람에 나로 인해 비행기가 1시간 반 가까이 서 있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나는 극심한 폐소공포증을 겪게 되었고, 인지행동 치료를 통한 정신과 치료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 무렵 어떤 재력가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다. 나보다 더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분이었는데 그분이 할리데이비슨을 타고나서 공황장애를 극복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래? 타보자’ 이렇게 시작한 바이크는 내게 그야말로 놀랍도록 자유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 주었다. 폐소공포증이 치유되었고 온통 나만의 세상을 가질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되었다. 
뇌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내 주식만 갈치처럼 토막 나서 괴로운 분들, 사타구니에 고로쇠나무처럼 땀 한번 차보는 것이 소원인 분들에게 바이크를 타보시라고 강력추천한다. 왜 타느냐고 묻는 말에는 내가 경험한 것 이상 명쾌한 답이 없을 듯하다. 

그럼 여러 마음과 정신적 번뇌의 치유와 해소 차원에서 무작정 바이크를 탈 것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바이크를 타면 가족의 걱정이 패키지처럼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가정의 평화를 위해 동의를 얻는 과정이 매우 필요하다. 나를 위해 바이크를 탄다는 명분으로 가정에 분란을 일으키면 되겠는가. 
듣기로 아내의 허락이 없이 바이크를 몰래 사서는 그 바이크를 판매한 매장이라든가 집에서 좀 떨어진 상가 자전거 세우는 곳이라든가 친구의 사무실 주차장에 숨기고 타는 유부님(?)들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거 답 없다. 둘 중 하나다. 아내에게 자수하여 광명 찾거나, 차라리 그냥 포기하시길 추천한다. 혹여 퇴근 후 바이크를 타고 배달을 해서 수입을 창출하면 좀 누그러질 수도 있을까. 하지만 모두 다 베스트는 아니다. 

내 마음의 치유 혹은 자유를 위해 바이크를 탄다는 것이 가족과 불화를 일으켜서는 안 되니 항상 나는 주변에 이야기한다. 나처럼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아내의 동의를 구하고 허락해 준 아내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안전하게 라이딩하시라고 말하곤 한다.
분란 없이 바이크를 시작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첫 번째는 바로 ‘뭘 타지?’다. 이걸 탈까 저걸 탈까 서치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한다. 그런데 뭘 구입하건 타다가 곧 바꾸고 싶어진다. 그러므로 초반에 너무 돈을 많이 쓰지 마시기를 바란다. 

나도 바이크를 타면서 알게 된 건데 독자들에게 팁을 준다면 자신의 패션 성향도 고려하는 게 좋다. 모든 건 자기 선택이고 자유지만 막상 타다 보면 느낀다. ‘아~내가 사우디에 티팬티 입고 왔구나.’ <브레이크아웃>의 공격적 포지션이 멋져서 왕초보 주제에 전국 일주하고 나서 보름 동안 무에타이 선수처럼 목 빼고 걸어 다녔다. 자신의 신체와 운동 능력에 맞는 바이크를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남희석의 칼럼 ‘바이크 세상’ 2편은 다음 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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