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조 조현의 모터스포츠 이야기] 수백억 몸값 모터사이클 레이서들의 치열한 세계 - 2 -

M스토리 입력 2024.01.31 14:49 조회수 2,274 0 프린트
Photo by Riccardo Farinazzo on Unsplash

모토 GP 영웅들은 마크 마르케즈, 호르헤 로렌조, 데니페드로사, 메버릭 비냘레스 등이 있고, 이탈리아 선수로는 전설이라 불리우는 발렌티노 롯시와 그가 육성한 선수들이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는 각각 CEV와 CIV라는 자국 리그가 있는데 대회의 수준이 국가별 리그 중 영국의 BSB와 더불어 가장 높다.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MOTO3 클래스는 모토 GP 로 가는 중요한 관문으로 월드클래스의 등용문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루키들이 부푼 꿈을 안고 이곳의 문을 두드린다. 각국의 영재들만 모였기 때문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선수 별로 필요 자금은 이미 웬만한 개인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치솟는다.

여기부터는 월드클래스 진입의 최종 관문이자 본격적인 프로 데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완전히 정착된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 부상과 실수를 줄이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는 등 어려울 일들을 동시에 해내야하는 시기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을 뚫으면 드디어 월드클래스 MOTO3에 입성하게 된다.

MOTO GP는 3개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엔진 배기량을 기준으로 나뉜다고 보면 된다.

기본이 되는 약 250cc 배기량 엔진과 포뮬러(개발용) 섀시(차체)로 달리는 MOTO3, 중간 클래스로서 약 600cc 배기량의 엔진과 포뮬러 섀시로 달리는 MOTO2, 세계 최고 클래스의 약 1000cc의 배기량의 엔진과 각 메이커 최신 섀시로 달리는 모토 GP 클래스 등으로 나뉜다.

모토 GP는 각 배기량 클래스별 세계 최고의 대회라고 보면 된다. 때문에 MOTO3 클래스라 해도 동일 카테고리의 최고 클래스이기에 피말리는 전투가 이어진다. 게다가 배기량이 적은 관계로 선수간 격차가 거의 없어서 작은 실수라도 돌이킬 수 없는 안타까운 결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선수가 받는 심리적 압박은 엄청나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물고 물리는 도그파이트를 해야 한다.

MOTO3는 차세대 선수의 옥석을 가리기 좋은 대회로 각 메이커 감독들이 특히 눈여겨 보는 클래스다. 때문에 성적은 물론 인터뷰, 스폰서 영업력 등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되고 체크된다.
이때부터 세계적인 제조사(혼다, 두카티, 야마하 등) 대형 스폰서들이 가능성 있는 선수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다. 앞으로의 떡잎을 볼 수 있는 클래스로 가치가 높다.

18~26세 정도의 영재들이 격전을 벌이는 MOTO2는 뒷바퀴를 미끌어뜨리는 슬라이드 주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다이나믹한 주행이 인상적인 클래스다. 선수들의 고속주행 적응력 등 모토 GP로 가기 위한 최종 검증을 받는 클래스이자 상위권과 하위권 선수의 금전적 대우 차이가 커지는 클래스이기도 하다.

상위권 선수의 경우, 메이커나 대형 스폰서가 연봉 및 각종 스폰서 비용을 지불하여 연간 30억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반면, 하위권 또는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선수는 자신의 개인 사비 또는 빚을 내서 팀에 비용을 지불하고 참가하기도 한다. 참고로 하위권 팀의 2~3일 테스트 비용이 일반 라이더 기준 억대가 넘는다.

MOTO2 에서 시즌 챔피언을 달성하는 대부분 모토 GP 로 스텝업 하게 된다.

MOTO2에서 20세 안팎의 젊은 나이와 출중한 실력, 또는 잠재력을 보이면 모토 GP 팀의 러브콜을 받게 된다. 레이서로서 가장 떨리는 영광의 무대이지만, 그만큼 어렵고 상상 이상의 치열한 레이스가 펼쳐지는 최대/최고 격전지다.

하위 리그와는 달리 이 클래스는 실력만 있으면 5년 이상 장기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수층이 매우 두터운데, 하위 리그 시즌 챔프들의 집합소로 보면 된다. 말 그대로 올스타전, 천재들의 경연장 인 것이다.

테크닉, 정신력, 머신 경쟁력, 팀웤, 자본 등 모든 것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투입되는 레이스. 글로벌 제조업체가 연간 수백억 이상을 쏟아 부어 자사 기술의 정수인 머신(바이크)을 개발하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수백억의 스폰을 한다. 또한 연간 수억의 시청자들이 주시하는 바이크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이자 시속 360km 까지 달리는 초고속의 상황에서 작은 실수로도 승패가 갈릴 수 있는 그야말로 숨막히는 레이스다. 실제로 40여분의 경기를 마치고 나면, 선수들의 체중이 2~3kg 빠질 정도로 치열한 경쟁의 장이다.

참전하는 선수들의 압박감도 상상을 초월한다. 참가선수 대부분이 세계 최고의 천재들이고 자신만큼 레이스를 좋아하며 미쳐있기 때문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잠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달려야 한다. 위로는 역대 챔피언들이, 아래로는 하위리그 챔프들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린다. 성적의 부진은 곧 자리를 잃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항상 자신을 관리하고 단련해서 성적을 내야만 하는,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자리다.

최고의 레이스이면서 가장 어려운 레이스인 만큼 보상도 크다.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챔피언, 또는 상위랭크를 획득하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

가장 유명한 발렌티노 롯시의 경우 연봉과 스폰서 비용을 합하면 전성기에 500억 가까이 된 적도 있다. 그의 재산은 조 단위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고, 그의 조국인 이탈리아에서는 우리나라의 김연아, 손흥민 선수 이상의 국민 영웅으로 대접 받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슈퍼스타 마크 마르케즈도 전성기 시절 연 수입이 300억 이상이었다. 또한 이들에게는 각 메이커에서 해당 선수를 위해 제작한 한정모델(바이크, 자동차) 등 다양한 헌정 서비스도 제공한다.
시즌 챔피언을 획득한 선수의 나라에서는 국가적 축제가 열리고 챔피언은 국민 영웅이 된다. 엄청난 부와 명예를 모두 얻는 셈이다.

이렇게 대단한 월드클래스 선수의 세계에 우리나라 선수는 없을까? 아쉽게도 2024년 현재 없다. 국내에서 바이크 레이서로 생업을 이어가는 건 정말 힘들다. 부와 명예는 고사하고 레이스 만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인식의 부족이다. ‘오토바이’ 라는 일본에서 생겨난 어원으로 대표되는 부정적인 이륜차에 대한 인식이 레이스에 까지 영향을 미쳐서 바이크 레이스과 관련된 인프라나 지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레이스는 특히 기업들의 후원과 스폰서십이 필수조건인데 국내에는 지원이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에 열정을 가진 선수들과 소규모 업체들이 사비를 털어서 어렵게 유지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분명한 인기가 있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건전한 선진국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완전한 비주류 스포츠로 전락해 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서 국내 레이서들은 수천만원의 레이스 머신과 대회 당 수백만원의 비용을 약간의 후원과 자비를 들여 어렵사리 레이스를 이어나가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꾸준한 투자로 모토 GP 대회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열광하고, 시상대에 태극기가 걸리고, 챔피언이 탄생하여 광화문 광장이 들썩이는 광경을 먼 미래에라도 꼭 볼 수 있기를 레이스 팀 오너이자, 선수, 팬으로서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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