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조 조현의 모터스포츠 이야기] 수백억 몸값 모터사이클 레이서들의 치열한 세계 - 1 -

M스토리 입력 2024.01.15 15:02 조회수 1,703 0 프린트
Photo by Harlie Raethel on Unsplash

모터사이클(이하 ‘바이크’)만 잘 타도 1년에 수백억을 벌 수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오늘은 스포츠 선수로서 많은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는 월드클래스 바이크 레이서들의 일반적인 성장루트를 살펴보면서 그들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자.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이 조기교육을 받는 것처럼, 바이크 레이서들도 어릴 때부터 라이딩을 시작하고 레이스에 참가한다. 비교적 빨리 시작했다는 선수들이 3~4세부터 타기 시작하니, 이보다 더 빨리 시작한 선수들은 걸음마와 동시에 바이크를 타기 시작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이 안되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유망한 스포츠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열성적으로 지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3~4살의 어린이가 장비를 갖추고 라이딩 하는 모습이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일본, 동남아, 유럽 권역만 보더라도 유소년들이 미래의 발렌티노 롯시(전설적인 바이크 레이서)를 꿈꾸며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이 아이들의 공통적인 목표는 모토 GP 입성이다. 모토 GP는 바이크 로드레이스의 최고봉으로 연간 전세계 약 20개 안팎의 서킷을 순회하며 챔피언을 가린다. 바이크 계의 F1 레이스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여기 입성해서 스타가 되면 수백억의 연 수입과 명예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꼬마 선수들은 포켓 바이크나 미니 바이크를 타고 기본적인 바이크의 운동 특성과 레이스에 필수적인 행오프(무릎을 대고 코너링 하는 서킷 테크닉)을 익히고 숙달해 나간다.

아스팔트가 잘 닦여있는 서킷에서 달리는 것이 기본이고 거기에 오프로드(비포장도로)에서 달렸을 때 실제 서킷 레이스에서 배우는 점과 트레이닝이 잘 되는 이유로 오프로드 바이크부터 시작하는 어린 선수들도 꽤 많다. 거친 길의 오프로드에서 달릴 경우, 브레이킹 및 슬라이드 등 바이크의 특성을 습득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모토 GP 선수들도 오프로드 바이크로 트레이닝을 할 정도로 효과가 증명되어 있다.

세상을 막 인식하기 시작할 무렵의 아이들이 바이크에 올라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 자신들의 목표와 성취했을 때의 영광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다.

꼬마 레이서들이 조금 더 자라나서 7~8세가 넘어가게 되면 부모들의 본격적인 지원이 필요하게 된다. 이 시기가 레이스에 뛰어드는 또래 선수들이 급증하는 시기이면서, 레이스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급증하는 시기다.

대회 참가비, 안전장비, 연습주행비용, 타이어, 정비/수리, 세팅, 각종 레이스 파츠, 유류비, 인건비 등 다양한 명목 하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소위 말하는 ‘헝그리’ 정신’은 바이크 레이스를 포함한 ‘모터스포츠’에서 잘 통용되지 않는다. 다른 스포츠의 우승자 스토리 중에 물과 라면만으로 주린 배를 달래가며 우승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접할 수도 있지만 바이크 레이스는 거의 불가능하다. 연습 자체가 돈이기 때문에 서킷에 가서 제대로 하루만 연습을 해도 어린 나이의 클래스 이지만 수백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이 시기가 옥석을 가리는 첫번째 관문이기도 하다. 이전까지는 부유한 집안의 취미활동 느낌으로 해올 수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정말 장난이 아닌 투가자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전적인 측면에서 더 그렇다. 

이렇게 현실적인 벽을 뛰어 넘어 다음 단계로 가는 선수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뛰어난 실력이나 인맥으로 확실한 스폰서를 유치하여 지원을 받는 경우, 두번째는 부모, 친척, 지인의 지원으로 레이스에 참여하는 경우다.

이렇듯 재정적인 지원이 선수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다. 여타 스포츠도 그렇지만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모터스포츠의 경우 훨씬 더 하다. 실력이 있더라도 부유한 부모나 좋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면 돈이 없어서 레이스 자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운 좋게 지속적인 대회 참가가 가능하게 되었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매일 체력 단련, 테크닉 연습, 멘탈 강화훈련, 바이크 메커니즘 공부 등을 쉬지 않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벌써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힘든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11~14세가 되면, 월드 클래스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에 뛰어들게 된다. 선수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소년 대회 참가를 목표로 몸을 갈아(?)넣는다. 대륙별로 ‘아시아 탤런트컵’, ‘대륙별 레드불 루키컵’ 등이 대표적인 대회라고 볼 수 있다.

유럽 바이크 선진국을 제외하면, 각 나라를 대표하는 수재들이 모이기 때문에 이런 대회에 나갔다는 것만으로도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영재들의 집합소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다. 바이크 레이스의 양대산맥이라 볼 수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레이서들의 성지라고 볼 수 있다. 모토 GP 사무국의 소재지, 주요한 서킷들, 다양한 인프라들이 대부분 이 두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스페인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레이스 발전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등 최강국의 위치 유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기고 있다.

스페인의 이러한 정책은 약 20년 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이전에는 이탈리아가 초강세였으나 국가 차원의 전략 설정과 꾸준한 투자로 체계적인 육성을 시작하해 지금은 이탈리아와 함께 최정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다음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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