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우리는 바이크를 왜 타는 걸까?

M스토리 입력 2023.11.30 15:09 조회수 5,482 0 프린트
 

바이크를 타고 있는 우리 라이더들은 다양한 이유로 첫 바이크 라이프를 시작했을 것이다.  나처럼 40대 중반에 사회생활의 스트레스 관리차원에서 할리데이비슨으로 첫 바이크라이프를 시작한 이들도 있을 것이고, 20대에 넘치는 혈기를 분출하기 위해서 쿼터급 스포츠바이크로 첫 바이크를 시작한 라이더, 또는 레저의 목적이 아닌 실생활의 도구로서 스쿠터로 입문을 한 생활형 라이더, 바이크를 타는 멋진 친구에게 매료되어 얼떨결에 바이크를 타게 된 라이더, 또는 50~60대 은퇴 후에 여가를 즐기며 전국을 여행하기 위해 바이크를 선택한 라이더 등 무척 다양한 이유로 바이크에 첫 발을 딛었을 것이다.

첫 바이크를 선택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저배기량에서 대배기량으로, 스쿠터나 커브 등의 변속부담이 적은 바이크로부터 시작해서 네이키드, 스포츠, 어드벤처, 아메리칸 등의 대배기량 고급바이크로 기변을 한다.   지난 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처음부터 대배기량 아메리칸으로 시작한 나 같은 라이더들도 있겠지만, 할리데이비슨을 비롯한 대배기량 바이크들은 가격이 높아 젊은 라이더들이 첫 바이크로 선택하기에는 부담이 되어 저배기량부터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한번의 경미한 사고에도 수백~수천만원의 수리비 부담은 경제적 여유가 충분치 않은 젊은 초보라이더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바이크를 타면서 무엇을 얻기에 이렇게 시간과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일까?

아마도 이 질문에는 라이더들마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라이더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장점은 바이크가 주는 자유로움과 즐거움이 큰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바이크는 바람을 직접 온 몸으로 받는다는 점에서는 자전거와 비슷하지만 내 심장이 아닌 엔진을 통해 힘들이지 않고 더 어렵고 긴 코스를 오롯이 즐기면서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고, 더 빠르게 코너를 돌고 편안하게 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는 컨버터블 스포츠카들에 비해서도 개방감 면에서 월등히 큰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물론, 시내를 자동차보다 민첩하게 주행하며 느끼는 신속성(?)도 장점이 되긴 하지만 이 부분은 교통법규를 모두 준수하고 달리는 대배기량 바이크들에게는 크게 해당되지 않는다.

내 경험으로는 바이크가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다른 ‘탈 것’들과는 차별화되는 추억이다.

자동차로 같은 곳을 수십번을 다녀왔더라도 바이크로 다녀온 길은 그 여정이 모두 자동차와는 다른 기억으로 남아 마치 다른 폴더에 저장된 것처럼 그 즐거움의 기억이 분리되는 느낌이다.  자동차로 셀 수 없이 다녀왔지만 이동과정의 기억은 사라지고 목적지인 바다의 기억만 남아있던 속초, 강릉, 부산이 특히 그랬다.  오고 가는 그 오랜 시간과 목적지의 즐거움이 함께 기억되고 있는 ‘탈 것’은 내겐 오직 자전거와 할리데이비슨 뿐이다.  하지만, 30대에 열심히 탔던 MTB와 로드바이크는 이젠 예전처럼 타기엔 체력에 부쳐서 속초는 고사하고 춘천도 다녀오기 만만치 않으니 이젠 바이크 만이 그 여정을 기억할 수 있는 즐거운 탈 것으로 외로이 남았다.

우리 한국사람들은 무엇을 하든 매니악하게 즐기는 편이라는 것을 다른 나라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느낀다.  등산을 해도 히말라야 고봉을 올라갈 듯한 장비로 1천미터 남짓의 산을 오르고, 아마추어 자전거라이더들도 장비는 Tour de France에 나가는 특급선수들과 맞먹는 장비와 의류를 착용하고 서울 근교와 강변으로 마실을 다니며, 주말골퍼들도 미국이나 유럽의 골퍼들에 비해서 최신 고급장비와 의류로 무장하고 필드에 나가곤 한다.
 
 
이런 성향은 바이크 라이프에도 어느 정도 적용이 되어서 많은 라이더들이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잦은 기변을 통해 저배기량에서 대배기량 바이크로, 저가에서 고가의 바이크로 자연스레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굳이 잦은 기변을 하기 보다는 타고 싶은 바이크를 심사숙고해서 정하고 한 두번의 기변/기추로 ‘드림바이크’로 다가서는 것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각 장르의 바이크들이 주는 즐거움이 다르기에 하나의 바이크로 만족하기는 아쉽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한 장르의 바이크가 주는 즐거움을 단기간에 모두 느끼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적어도 하나의 바이크를 몇 년은 타 보고, 바이크의 일반적인 특성에 익숙해 진 후에 다른 장르의 바이크로 기변을 하면 불필요하게 저배기량부터 하나하나 올라갈 필요가 없기도 하고 새로운 바이크가 기존 바이크에 타던 바이크와 구별되는 장단점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지금의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바이크인 로드글라이드 이후에는 가벼운 임도 정도를 탈 수 있는 어드벤처 바이크를 염두에 두고 있긴 한데, 최근에 급등한 바이크 가격으로 영입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나는 새 바이크를 들이더라도 기존의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를 처분할 생각은 없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로드글라이드와 어드벤처 바이크는 서로 다른 장르의 바이크라 주는 즐거움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어드벤처 바이크를 기추대상으로 고려하는 이유는 이미 로드용 바이크로 갈만 한 곳은 지난 7년간 20만km를 넘게 라이딩하면서 거의 다 다녔기에 기존에 가지 못했던 영역인 임도를 포함한 더 다양한 투어코스를 다녀보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자전거의 경우에는 산악자전거로 시작했다가 로드자전거를 기추 했었었는데 그 때의 이유는 산악자전거가 더 타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반면, 모터사이클의 경우에는 처음에 타고 싶었던 바이크가 어드벤처 바이크인 BMW의 R1200GS이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서 비교적 더 타기 쉬운 할리데이비슨으로 시작했다.  뭐든 감당이 되는 것부터 시작하는게 안전하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 방향이 무엇이든 바이크는 우리에게 다른 ‘탈 것’이 주지 못하는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준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래서 우리 라이더들은 바이크를 타 보지 않고 함부로 바이크의 안전도와 즐거움에 대해 언급하는 이들에게 답답함을 느끼고 ‘한번 해보시라’고 권하는 것이 아닐까?  해보지 않은 사람은 참 알기 어려운 것이 바이크라이프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바이크를 경험해 보고 나면 우리가 도로에서 만나는 ‘바이크에 알 수 없는 증오를 가진 운전자들’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 우리 모두 전국 방방곡곡을 넘어 해외 라이딩 투어까지 다녀오는 그 날을 기대한다.
by.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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