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다낭에서 머물면서 한 것이라곤 먹는 것이 전부였다. 여행 중반이 지나자, 관광하고픈 의욕이 사라진 터였다.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마땅히 없어진, 말하자면 여행 권태기랄까. 하지만 찜통 같은 더위에도 시간이 되면 배꼽시계는 울리고, 밥은 먹어야 하니까 이왕이면 맛있는 것을 찾아다녔다. 다행히도 다낭은 먹는 것에만 집중해도 24시간이 모자란 미식의 도시이다. 해안가의 최대 이점인 풍부한 해산물을 기본으로 다양한 재료와 요리법을 사용한 특색있는 요리가 많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어딘가가 생각나지 않는가? 미식 천국, 해안을 인접한 대도시라는 점이 부산을 떠올리게 한다. 다낭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며 엄선한 요리 4가지를 소개한다.
아침은 가볍게 달걀과 빵으로 - Op La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역사적 배경 덕에 베트남의 빵 문화는 발전되었다. 프랑스의 레시피 그대로를 따른 것이 아니라 현지화된 바게트인 반미는 쌀가루가 들어가서 속이 가볍고 덕분에 속 재료를 넣는 샌드위치를 만들기에 딱 맞다. 반미 샌드위치는 베트남 저녁 어디서든 먹을 수 있지만 샌드위치가 조금 지겹다면, 익숙하지만 새로운 조합인 옵라(op la)를 파는 가게에 들어가 보길 권한다. 꼭 특정한 맛집에 가지 않아도 길을 지나가다 간판에 op la라고 적힌 곳 아무 데나 들어가도 좋다. 옵라는 달걀후라이를 뜻하는데 옵라집에서 달걀만 파는 것은 아니고 세지나 파테를 추가해서 취향대로 커스텀도 가능하다. 집집이 구성에 차이가 있어서 달걀후라이가 뜨거운 철판에 나오는 곳도 있다. 달걀후라이와 반미, 국과 생야채가 나오는 구성이 가장 기본적이고 저렴한 메뉴이다.
점심은 비빔 칼국수 - My Quang
미 꽝은 국물이 적은 국수를 칭하는데, 면발이 대체로 두껍기 때문에 처음 마주하면 비빔 칼국수가 떠오른다. 잘 비벼서 한입 먹어보면 물론 맛은 비빔 칼국수와는 다르다. 소스에서는 연한 카레의 향과 달콤한 코코넛밀크의 맛이다. 뒤이어 약간의 향신료가 느껴지지만 달곰하고 고소한 양념에 어우러져 전혀 위화감이 없는 맛이다. 위에 올라간 튀긴 라이스 페이퍼를 잘게 부숴 국수와 섞으면 바삭한 라이스페이퍼와 부드러운 국수, 아삭한 야채와 쫄깃한 닭고기가 어우러져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상호 : My Quang Cô Sáu , 주소: 397 Đ. Tran Hưng Đao, An Hai Trung, Sơn Trà, Đà Nang
간식으로 비건 만두 - Banh Loc
베트남에 몇 번을 왔는데도, 베트남 전통 만두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심지어 그 전통 만두를 비건식으로 만드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귀엽고 투명한 미니 만두들 위에 새콤한 소스가 자작하게 부어져 있고 그 위에 신선한 허브와 튀긴 양파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다. 신선한 경험인 동시에 높은 완성도에 놀랄 것이다. 비건이라는 것에 편견을 가지지 마시고 꼭 한번 드셔보시길!
상호 : CHAY corner in Danang, 주소: 17 Lê Huu Trác, An Hai Đông, Sơn Trà, Đà Nang
저녁으로 물회 - Goi cá Nam Ô
길을 지나가다 가게 앞에 걸린 음식 사진이 너무나 익숙한 비주얼이라 잠시 발길을 멈추고 주저 없이 식당에 들어갔다.
내 눈길을 끈 요리는 영락없이 물회처럼 생긴 Goi cá Nam Ô로, 오른쪽의 오징어튀김처럼 생긴 녀석은 국물이 없는 버전이다.
이 요리는 날 생선의 비린 맛에 예민하지 않고 도전의식이 강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자작한 소스에 양념한 청어회를 부드러운 라이스페이퍼에 신선한 야채들과 함께 싸서 소스에 찍어 먹는다. 물에 적시지 않아도 얇고 부드러운 라이스 페이퍼와 아삭한 야채, 강렬한 매운맛으로 무장된 청어의 맛은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조합이다.
상호: Quán Cô Hong - Đac San Đà Nang , 주소 : 103 Nguyen Văn Thoai, An Hai Đông, Sơn Trà, Đà Nang
먹고 자고 쉬고 수영하는 것만 반복하는 게 지겨워질때쯤, 바이크 대여점 한 곳을 알게 되었다. 이 바이크 대여점은 해변 근처에 있는 곳이라 가볍게 바닷가를 달리고 반납하기 편하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사장님께서 카톡으로 연락을 주어도 된다고 하셔서 한결 편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상호: Quang Nga Motorbikes, 주소: 38 Lê Quang Đao, Bac My Phú, Ngũ Hành Sơn, Đà Nang, 연락처: +84.82.765.9829
마지막날 렌트한 바이크로 해안가 라이딩을 잔뜩 즐긴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인 하노이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by. 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