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소음기준 강화 추진에 대배기량·튜닝 산업 위축 우려

M스토리 입력 2022.04.01 08:10 조회수 3,135 0 프린트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배달 이륜차 소음 민원 급증에
제작차 및 운행차 배기소음105dB에서 95dB 강화 검토
125cc이하 영향 제한적이나 대형이륜차 수입 제한 우려
머플러 튜닝 산업에 직격타 산업 존폐 기로에 놓여…
환경부, EU와 소음기준 협의 추진 예정… 합의 가능성 아직 예상하기 어려워

환경부가 이륜차 소음허용 기준 강화에 나섰다. 사진은 심야의 도심을 질주하는 이륜차.

환경부가 30년 만에 이륜차 소음 허용기준 강화를 예고해 이륜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일부 대배기량 이륜차의 경우 강화되는 소음 허용기준을 초과해 국내 출시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뿐만 아니라 애프터마켓 시장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표적인 이륜차 튜닝 분야인 머플러의 경우 산업이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3월 15일 이륜차 제작차 및 운행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현행 105dB에서 95dB로 강화하고, 이동소음 규제 대상에 배기소음 95dB을 초과하는 이륜차를 포함하는 등 소음 규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강화되는 이륜차 소음허용 기준은 제작차 배기소음 허용기준과 운행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이다. 제작차 소음허용 기준 중 이륜차가 주행하면서 발생하는 소음을 측정하는 가속주행소음은 이번 소음허용 기준 강화 대상에서 제외돼 현행 수준으로 유지된다.

강화되는 제작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살펴보면 △175cc 초과 이륜차 현행 105dB에서 95dB △175cc 이하 80cc 초과 이륜차 현행 105dB에서 88dB △ 80cc 이하 이륜차 현행 102dB에서 86dB로 현행 기준과 비교해 10~17dB까지 강화된다. 운행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은 인증 결과 값에서 5dB을 더한 값 또는 제작차 배기소음 허용기준 가운데서 더 강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제작차 인증과정에서 배기소음이 80dB인 차량과 94dB인 차량의 운행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보면 각각 85dB과 95dB이 된다. 

환경부가 이륜차 소음 허용기준 강화에 나선 것은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배달 이륜차가 급증하면서 이륜차 관련 소음 민원이 폭증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환경부의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 강화가 실제 이륜차 소음 민원 감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륜차 업계의 지적이다. 소음 민원의 주요한 원인은 머플러 등을 불법으로 개조한 이륜차가 주행하면서 내는 소음이지 배기소음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륜차 업계에 따르면 배달에 많이 사용되는 125cc 이하 이륜차의 경우 순정 상태에서는 가속주행소음과 배기소음 모두 현행 및 강화되는 기준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260cc 초과 대배기량 이륜차의 경우 가속주행소음은 80dB 이하지만 배기소음은 100dB에 육박하거나 초과하는 차량이 상당수 있어 이러한 차량의 국내 출시가 막힐 것이라는 우려다.

유럽연합(EU)에서 승인된 대배기량 이륜차의 가속주행소음과 배기소음을 살펴보면 △ 아프릴리아 투오노 660 가속주행소음 77dB / 배기소음 99dB △ 두카티 파니갈레 슈퍼레제라 가속주행소음 77dB / 배기소음 108dB △ 할리데이비슨 펫보이 가속주행소음 75dB / 배기소음 96dB △ 혼다 CBR1000RR-R 가속주행소음 75dB / 배기소음 99dB △ 트라이엄프 로켓3 TFC 가속주행소음 77dB / 배기소음 102dB △ 야마하 YZF R1 RN191 가속주행소음 77dB / 배기소음 99dB 등으로 대배기량 이륜차의 경우 가속주행소음과 배기소음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륜차 소음을 막겠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주로 소음 민원을 일으키는 요인인 불법 튜닝 이륜차보다는 애꿎은 대배기량 이륜차만 국내 출시를 막아 레저용 이륜차 시장과 관련된 튜닝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이륜차 수입사 관계자는 “스쿠터 시장은 영향이 거의 없을 듯하지만 문제는 대배기량 시장이다. 대배기량의 경우 배기소음이 100dB에 근접하는 차량도 있고 95dB 이하 차량도 시험 환경에 따라서 불합격할 가능성이 있어 인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듯하다”라고 우려했다.

다른 이륜차 업계 관계자는 “짝퉁 머플러를 막는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디자인이나 출력, 배기 사운드 개선 등을 위한 튜닝은 순정보다 소음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민들이 소음규제 강화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이륜차가 주행하면서 내는 소음이 민원의 주요 원인인데 주행소음과 차이가 있는 배기소음을 규제하는 것은 효과를 보기 어려울 듯하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륜차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륜차 소음 규제 강화에 대한 환경부의 의지는 단호하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관계자는 “소음 규제는 국제적인 흐름이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도 소음 단속 카메라 등을 시험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륜차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조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조만간 이륜차 소음허용기준 강화와 관련해 EU와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이륜차에 대한 배출가스 허용기준과 소음허용기준 사전 협의 대상이기 때문에 한-EU FTA 자동차 및 부품 작업반 논의를 거쳐야 한다. 환경부는 EU도 이륜차 소음허용기준 강화를 검토하고 있어 논의에 큰 장애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합의가 어려울 경우의 대안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럽은 국내와 제작차 소음허용기준과 운행차 소음허용기준에 있어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작차 가속주행소음 허용기준은 국내와 유럽이 같다. 그러나 제작차 배기소음 허용기준과 운행차 소음허용기준은 다르다. 유럽은 제작차 인증과정에서 배기소음을 측정하지만 운행차 소음관리를 위한 목적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별도의 허용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유럽집행위원회는 제작 이륜차의 가속주행소음 허용기준을 현행 기준보다 2~5dB 낮추는 방안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2~3dB 낮추는 안이 실현 가능하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유럽 이륜차 업계는 가속주행소음 허용기준 강화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현재까지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배기소음 95dB을 초과하는 이륜차를 이동소음원으로 지정을 추진하기 위해 조만간 소음・진동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해당 이륜차가 이동소음원으로 지정되면 지방자치단체가 이동소음 규제지역 내에서 95dB을 초과하는 이륜차의 통행을 제한하는 시간대와 범위 등을 지정할 수 있다. 이동소금 규제지역에 대한 규제는 한-EU FTA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배기소음 허용기준 강화보다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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