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라이더스의 치맛바람 휘날리며] 배달라이더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M스토리 입력 2022.02.16 15:56 조회수 3,884 0 프린트

치라가 만난 사람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인터뷰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올해 상반기동안 ‘치맛바람 휘날리며’는 한 달에 한 번씩, 새로운 코너 ‘치라가 만난 사람들’로 찾아온다. ‘치라가 만난 사람들’은 각자의 바이크 위에서 서로의 행복을 바라며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코너다. -편집자 주-

친구가 문득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왜 자기 밥 갖다주는 사람한테 그렇게 막 대하는지 모르겠어.” 머리를 툭 맞은것 같은 기분이었다. 배달 라이더를 비롯한 수많은 서비스직을 전전해본 경험이 있는 나에게는 ‘막 대해지는’ 것이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그건 부당한 일이라는 사실을 소비자인 친구에게 들어서야 알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편리한 것 중 하나로 ‘배달 음식’을 빼먹을 수 없다. 우리는 따뜻하거나 시원한 실내에서 핸드폰 몇번만 두드리면 원하는 메뉴의 음식을 문앞까지 받을 수 있다. 그게 낮이든 밤이든, 폭염이든 눈이오든, 아이스 커피는 차갑게, 뜨끈한 찌개는 따뜻하게 와야하지만 배달료는 그대로여야 한다. 이 비정상적인 기대 속에서 배달 노동은 어느새 배달대행사, 플랫폼 회사의 산하 안으로 빨려들어갔고, 그곳은 노동자를 노동자로 대우하기 보다는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부품처럼 보는 것 같다. 노동자로써 마땅히 가질 수 있는 권리조차 가지지 못하던 라이더들이 모여 연합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것은 당신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었던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음은 치맛바람 라이더스 노노와 라이더 유니온 박정훈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라이더유니온은 국내 최초의 배달노동자 노동조합이다. 배달라이더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라이더 유니온이 출범한 이후로 이루어낸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저희가 2019년에 출범하기는 했지만 2018년도 가을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의 가장 큰 변화는 배달노동자들이 이야기할 권리가 있다는것과 산재가 된다는것을 알린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배달 노동자는 산재가 안됐는데 되도록 바꾸신건가요?
△ 아니요. 2013년부터 *특수고용산재라고 해서 배달노동자는 산재보험을 들지 않아도 산재가 되는걸로 치는데, 변호사 등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이 배달노동자는 산재가 안된다고 했어요. 
*해설 - 특수형태고용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란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으로서, 아래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요건에 해당하는 직종 종사자에 대하여는 노무를 제공하는 시점부터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적용 특례에 따라 산재 보험의 당연 적용 대상이 된다.(출처: 두루누리 사회보험 홈페이지 nsurancesupport.or.kr)

그러면 원래 법적으로는 산재가 되는건데, 실제로는 안된다고 한건가요?
△ 아무도 몰랐던 거죠. 원래 산재보상이 된다는걸. 심지어 산재 지정병원에서 직접 배달노동자는 안된다며 치료를 거부하는 바람에 저희가 직접 전화를 걸어서 산재가 가능하다고 설득한 적도 있습니다.
 
라이더 유니온 이후에 배달노동에 관련된 노조가 더 생긴것 같더라고요.
△ 네 맞습니다. 저희가 배달노동 관련해서는 첫 노조였고요. 작년에 민주노총에서 배민지회를 출범했고, 올해에 한국노총에서도  출범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추가 노조가 결성되고 나서 생긴 변화가 있나요?
△ 저희가 라이더 유니온을 시작했을때는 노조가 되겠냐 하는 말이 많았었는데, 이제는 상식이 된 거죠. 또, 노조가 하나가 아니니까 경쟁을 하게 되잖아요. 경쟁을 통해서 각자 더 열심히 하다 보니까 양쪽 다 조합원수가 확 늘었죠. 저희가 처음시작할때는 100명이나 모일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민주노총 1000명, 라이더유니온 1000명이에요. 사람이 느니까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많이 모여서 좋은점이 크죠.
 
 
라이더 유니온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수리공제회를 운영하시던데, 어떤내용인가요? 
△ 이륜차는 자차 보험이 안되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수리비를 지원해요. 사고가 나면 수리비의 50%를 지원하고, 교통사고 위로금을 주고 있습니다. 

배달 중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나요? 휴가같은걸 쓸 수 있는 구조는 아니잖아요. 
△ 산재처리가 되면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잇는데, 최저임금에 달하는 수준이어서 아쉽죠. 또 오래 쉬기 어려운게, 이륜차 리스비용이 계속 나가잖아요. 그래서 마음놓고 쉬기도 어려워요. 

배달 노동자 분들은 리스를 많이 이용하시더라고요, 리스가 많은 이유가 뭔가요? 
△ 보험료가 비싸서 그렇죠. 그게 아니면 그냥 바이크 사서 직접 보험가입 하면 되지만. 그것보다 리스로 하는게 나은 경우가 있는거죠.

배달 라이더들은 젊은 분들이 많으신가요? 청소년분들도 계신지 궁금해요. 바이크 보험료는 나이가 적을수록 보험료가 턱도 없이 비싸잖아요. 
△ 주축은 30~40대에요. 영업용 보험도 바이크 보험이랑 똑같이 비싸요. 그래서 청소년들은 주로 리스로 하죠. 취약계층이죠. 리스비용이 하루에 2만5000원정도니까, 한달에 7-80만원 나오는 거에요.

라이더 유니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있는 내용이 라이더 보호법 제정에 대한 서명운동인데요. 5가지 중 4가지는 비교적 직관적인데 그 중 ‘알고리즘협약’이 뭔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 배달료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하나는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같은 플랫폼으로 활동하는 라이더들이 있고, 또 하나는 동네 배달대행사에 소속된 라이더들이 있어요. 이 알고리즘 협약은 배민이나 쿠팡에 해당되는 건데요. 위 플랫폼들은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배차를 해주는 방식이거든요. 배달료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변동해요. 거의 초마다 달라지는데, 그것이 어떤 기준으로 설정되는지 우리가 알 수 없는거죠. 최소한 배달료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회사가 어떤 변수들을 넣는지 알아야 협상이 가능한데 그걸 알 수 없으니 협상도 할 수 없는거죠. 또, 쿠팡은 평점을 매기는 방식이에요. 라이더의 평점이 낮거나 배차가 된 배달을 거절할 경우에 벌점처럼 쌓여서 앱 정지를 시킨단 말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얼마나 평점이 낮아야, 그리고 배달을 몇 번을 거절해야 앱이 막히는지 알려줘야 하는데 그걸 공개하지 않는거죠.

그럼 그런 문제들이 라이더 유니온에서 주장하는 안전배달료와 관련있는걸까요?
△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와 동네배달대행사에 소속된 경우 두 배달체계가 다른데요. 플랫폼의 경우에는 기본 배달료 + 알고리즘에 의한 변동 배달료이고, 동네배달대행사의 경우에는 기본 배달료 + 거리별 할증이 붙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전자는 아까 얘기했던것처럼 알고리즘이 문제고요. 배달대행사의 경우에는 수수료가 각각 달라요. 그런데 보통 플랫폼 노동자보다 배달대행사 소속이 훨씬 많아요. 요즘 플랫폼에 대한 얘기는 수면위로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바로고’나 ‘생각대로’ 같은 동네배달대행사에 대한 문제도 이슈가 되어야 해요. 일반대행은 독립 법인이라서 수수료를 자기 맘대로 책정하거든요. 또, 산재비도 원래는 1만5190원인데 3만원씩 걷어버린다던지, 자기 맘대로인 경우가 많죠. 이런 문제들이 있어서 안전배달료를 주장하고 있어요. 안전 배달료는 최소 기준을 보장하고 플랫폼기업과 배달대행사를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하는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by. 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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