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이크 소음에 갇힌 농촌

M스토리 입력 2021.12.17 09:37 조회수 3,384 0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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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훈 전 무주신문 기자,
전 열린순창 기자
필자가 사는 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평범한 농촌마을이다. 
도시의 다양한 인프라를 누리기는 어렵지만 오염원 없고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이 곧 재산인 이 마을의 시계는 당연히 ‘느림’과 ‘여유’를 지향한다.

그런데 필자가 이 마을에 정착하고 나서 한 가지 생긴 고민이 있다. 조용한 농촌마을임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나 단풍철에는 주중에 쌓인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잠을 자거나 마음 편히 휴식 시간을 누리기 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생업 때문에 잠을 못자는 게 아니라 바이크 소음이 그 원인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주변에 있는데다 와인딩 하기 좋은 길로 소문이 난 터라 이곳에 오는 라이더들은 하나같이 풀스로틀을 일삼곤 한다. 도시 골목이 배달용 소형 바이크 소음으로 몸살을 앓는다면 여기는 리터급 바이크 굉음이 고요한 농촌 마을을 뒤흔들고 있다. 어쩌다 잠들더라도 굉음에 놀라 깨기 일쑤다보니 바이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점점 커져만 갔다.

바이크 소음으로 주민이 신음하는 마을은 필자가 사는 곳이 전부는 아니다. 농촌에 사는 지인들과 대화하다보니 하나같이 오토바이 소음으로 인한 문제의식을 안고 있었다. 경찰을 대동해 도로변에서 소음측정기를 노상 붙잡고 있을 수도 없고 방음벽이라도 설치해달라는 건의는 갖은 이유로 묵살당하기 일쑤니 “오죽하면 굽은 길에 기름을 뿌리겠냐. 잘한 행동은 아니어도 그 심정을 알 것 같다”는 것이다. 필자를 비롯해 주요 와인딩 구간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하루에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명 이상 굉음을 일으키며 달리는 라이더를 본다. 

바이크에 문외한인 필자는 당연히 라이더들이 왜 소리를 크게 하는지 잘 모른다. 라이더들이 도로변에 사는 주민들을 괴롭히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음을 내며 달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소음허용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보니 도로변에 사는 다수의 주민들이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만큼 피해를 보고 있다. 현행 소음허용 기준인 105db은 공사장의 소음보다 크고 단시간 소음에 노출돼도 일시적으로 난청을 겪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음이다. 천지를 뒤흔들 정도로 소리가 큰데 합법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기준이다.

물론 바이크의 구조적 한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엔진이 외부에 노출된 형태로 있고 자동차처럼 여러 흡음재를 쓸 수도 없으니 듣기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사 차원에서 더욱 소음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저소음 바이크를 출시했다는 소식이 없는 건 매우 아쉽다. 300km/h를 쉽게 넘나드는 바이크를 만드는 제조사가 설마 기술력이 없어서 저소음 바이크를 못 만들었을까?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바이크가 일으키는 사회문제에 제조사, 행정당국도 함께 고민하고 책임지고자 노력했는지를 묻는 의지의 문제다. 
필자가 전기이륜차의 등장을 격하게 반기는 이유는 대기오염이나 경제성 문제가 아니라 소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단 한 가지 기대 때문이다.

바이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더 빠른 속도와 더 나은 코너링, 더 좋은 소리를 원할 것이다. 마음껏 바이크를 즐길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충분하지 않은 국내 환경에서 라이더들은 오늘도 필자의 동네로 마실 나와 마음껏 바람을 가르고 있다. 갑갑한 일상을 벗어나 주말에 라이딩을 즐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라이더에게는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바이크 소리가 다른 사람들에는 고통이자 일상을 깨부수는 소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언제쯤 우리 동네는 배기소음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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