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라이더스의 치맛바람 휘날리며] 여름에는, 스로틀을 멈추면 안 돼!

M스토리 입력 2023.08.01 14:26 조회수 2,307 0 프린트
한여름에는 잠시만 스로틀을 멈춰도 뜨거운 햇살과 무더위가 찾아온다.

올해 여름은 일찍 찾아왔다. 매년 여름이 조금씩 빨라지는 건 기분 탓일까? 하지만 6월 초부터 낮 기온이 30도가 넘어가고, 반소매만 입고 밤바리를 해도 춥지 않다. 이런 여름에는 스로틀을 멈추지 않는 것이 해답이다. 그러고 보니 영화가 하나 생각난다.

영화<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2018년도에 개봉하였다. 300만 엔으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임에도 입소문을 타고 흥행했으며 인디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공포/코미디 영화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37분간은 제목 그대로 카메라가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원테이크로 이어진다. 스포일러 때문에 말할 수는 없는 모종의 이유로, 긴급 상황도 임기응변으로 처리하며 카메라를 멈추지 않고 어떻게든 결말까지 이어진다.

한여름의 라이딩도 그렇다. 끝까지 도착하기 전까지는 스로틀을 절대 멈추면 안된다. 자비없는 한여름의 직사광선은 헬멧의 쉴드 너머로, 온몸으로 내리쬔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아스팔트는 햇빛을 흡수하여 불판처럼 변신해 지글대는 열기를 위로 내뿜는다. 하지만 달리고 있을 때는 더운 날 선풍기를 틀어둔 것처럼 미지근한 바람이라도 불기 때문에 한결 낫다. 그늘을 지나갈 때는 더운 날 걷다가 발견한 은행처럼 오아시스를 통과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적신호에서 바이크를 멈춰야 하는 순간은 온다. 앞 차들이 조금씩 속도를 늦추어 정지선으로 다가갈 때마다 그늘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내가 멈추게 될 위치에 그늘이 있어서 안도하다가도 앞차가 휭 하고 출발해 버려서 의도치 않게 정지선 맨 앞으로 서게 되면 곤란하다. 교차로의 경우 정지선 몇 미터 전부터 가로수가 끊기기 때문에 그늘도 정지선 몇 미터 뒤에 있고 정지선 바로 앞은 땡볕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땡볕이 괴로워 그늘에 가기 위해 버스 뒤로 가기도 한다. 하지만 버스 뒤는 움직이는 사우나라는걸 왜 그렇게나 자주 잊는 걸까?
 
 
이런 치명적인 더위에 홀려 우리는 한여름 라이딩을 할 때 옷차림을 가볍게 입고 싶은 유혹에 늘 시달린다. 사고시 부상 위험도가 높아지는 건 모두가 알고 있을 테니 그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문제는 자외선이다. 피부가 노출된 채 반나절이라도, 아니 한 시간이라도 땡볕에서 주행하면 피부색이 변한 걸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자외선에 쉽게 노출된다. 그래서 통풍이 잘되는 기능성 재질의 긴팔 상, 하의를 입는 것이 좋다.

여름의 단짝은 더위뿐만 아니라 비도 빼먹을 수 없다. 올해 장마는 조금 일찍 찾아왔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장마만 지나면 비를 피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이상기후로 인해 이제 한국의 여름은 장마 기간 외에도 시시때때로 비가 내린다. 사람이 비를 맞으면 체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래서 탑 박스에 우비를 상시로 휴대하고 있는 게 좋다. 우비는 사시사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비나 눈이 올 때는 물론이고 갑자기 바람이 많이 불거나 기온이 떨어져 추울 때는 우비가 최고다. 그래서 우비는 너무 저렴한 것보다는 조금 투자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처음부터 비싼 우비를 구입하는 게 망설여질 수도 있고, 사실 저렴한 우비도 어느 정도 제 기능을 해주기 때문에 먼저 저렴한 것으로 구입한 뒤, 우비가 찢어지거나 혹은 자주 입게 되는 일이 생겼을 때 조금 비싼 우비로 바꾸는 것도 좋다. 비싼 우비는 가벼워서 주행의 피로도가 덜하다. 또, 디자인이 바람막이와 비슷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우비 외의 용도로 사용하기에도 좋다. 장시간, 혹은 자주 우비를 입으면 가벼운 우비의 편안함을 알게 될 것이다. 

우비에 더해서 장화나 방수 신발을 하나 마련하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 장화는 디자인 때문에, 방수 신발은 가격 때문에 선뜻 구입하기가 망설여져서 신발 커버를 고민하는 라이더도 있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신발 커버를 몇 가지 구매해서 사용해 봤는데 번거롭기도 하고 비닐 재질로 되어있어 쉽게 찢어진다. 어차피 중복으로 투자하게 될 아이템이란 소리다. 장화도 우비와 마찬가지로 우선 저렴한 것으로 구입해서 사용하다가 다음에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금액적으로 부담되어서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는 것보다는 디자인을 포기하고 저렴하지만, 튼튼한 시장표 장화를 구입해도 좋다. 나도 그렇게 시장표 장화를 여름내 잘 신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넘기고 그다음 해에 마음에 드는 장화를 구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름의 한 장면은 바이크를 타고 수영장에 다녀오는 길이다. 수영을 마치고 아직 햇빛이 어스름히 남아있는 저녁 시간. 락스 냄새가 나는 수영가방을 탑 박스에 넣고, 약간 젖은 머리에 헬멧을 쓰고 스로틀을 당긴다. 미지근한 공기가 부드럽게 온몸을 지나가는 느낌을 기억한다. 
by. 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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