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편에서 나는 포항을 경남권 여행의 좋은 거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이번 편에서는 포항을 거점으로하는 부산투어 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포항은 자체적으로도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지만 포항부터 부산까지의 코스는 거기에 하나의 매력을 더한다. 올해 들어서 나는 포항을 벌써 일고여덟 차례 다녀왔는데 다녀올 때마다 아직도 새롭다. 나는 부산까지 내려가는 코스는 최대한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가며, 경유지는 해당 루트에 있는 곳들로 네비에 찍어두고 가는데 보통 양포항을 거쳐서 해안도로를 따라 간절곶을 지나서 부산 송정으로 들어가곤 한다. 포항에서 해안도로 쪽으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다가는 자기도 모르게 자동차전용도로로 들어설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내려가는 길에는 속초, 강릉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카페들이 많고 대부분 상당히 큰 규모의 기업형 카페들이다. 예전에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카페들이 규격화된 인테리어 및 음료가격으로 고객들을 유인했다면 이제는 대규모로 자신만의 독특함을 나타내는 개별 대형카페들이 경쟁력을 가지는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포항에서 부산 송정을 다녀오면 대략 260~280km 정도로 순수 라이딩 시간이 대략 5~6시간 정도의 코스가 된다. 나는 보통 간절곶까지는 해안을 타고, 그 이후에는 경주를 경유해서 포항으로 들어가곤 하는데 이렇게 하면 대략 270km 정도가 된다. 내 경우는 포항에 무료숙소(친구야 고맙다)가 있으니 포항으로 복귀하지만, 만약 수도권에서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는 경우라면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를 거쳐서 영도에서 숙박하고 거제, 여수 쪽으로 여행을 이어가는 것도 좋다. 요즘 같이 해가 긴 여름에는 하루 5~6시간의 라이딩에 3~4시간 남짓의 식사 및 휴식을 포함한 여정이라도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굳이 아침 일찍 출발할 필요도 없다. 내려가는 여정에 많은 좋은 카페들이 있지만, 경험상 카페들은 음료 한잔 정도는 괜찮지만 식사를 하기에는 애매한 경우가 많아서 아예 포항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출발하거나 울산 정도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았다.
이번에 나는 포항 연일물회 식당이 문을 열자마자 늦은 아침을 10시에 해결하고, 양포항을 거쳐서 느긋하게 간절곶을 지나 내려갔다. 경주 문무대왕릉도 지나게 되는데 여긴 그냥 경유지로서의 가치밖에는 없다는 점이 아쉽다. 영국은 정말 별것 아닌 스톤헨지를 뛰어난 기획으로 관광상품화해서 볼 것도 많고 특색 있는 기념품들이 구매욕을 당기게 만들어 놓은 반면, 문무대왕릉은 가서 보면 황량하니 보이는 것도 없고 너무 방치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아무튼 이 해안도로를 따라서 내려가다 보면 가로수 사이사이로 보이는 해변과 운치있게 굽이치는 해안도로를 할리데이비슨으로 묵직하고 느긋하게 달리면 미국의 PCH 해안도로 정도는 아니지만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싶더라. 부산까지 내려가는 길에 아쉬운 포인트는 해안을 따라서 가다 보면 울산 산업단지를 지나게 되는데 이 구간은 대형 트레일러와 트럭들이 도로를 점령하고 달리는데다 무거운 트럭들에 아스팔트가 눌려서 물결치듯이 울렁이는 노면이 자주 나타난다. 이번 코스에서 특별히 주의해야할 구간이며, 산업단지의 퇴근시간 무렵에는 교통정체가 극심하니 복귀할 때 퇴근시간 이전에 이 구간을 통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구간이 싫다면 통도사 쪽으로 돌아서 바로 기장으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 경우 간절곶을 비롯한 해안도로의 상당부분 역시 건너뛰어야 하는 아쉬움은 있으니 라이더의 성향에 따라서 선택하시면 된다.
간절곶은 예전에 자동차로 부산여행을 갈 때 가끔씩 들렸던 곳인데, 여기도 기장과 마찬가지로 갈 때마다 계속 새로운 카페와 건물들이 생겨나는 느낌이다. 간절곶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나사리 진하해수욕장은 살짝 지중해스러운 매력이 있고 감각 있는 카페와 식당들도 근처에 여럿 있어서 가볼 만 하다. 물론, 나사리도 모든 식당이 다 친절하고 합리적인 것은 아니라 사전조사를 어느정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해변 좌판들에서 바가지를 썼다는 후기들도 있지만 내가 들렸던 카페나 식당들은 그런 적은 없었다). 간절곶에서 기장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쭉 뻗은 구간도 많아 느긋하게 주변을 즐기며 달리기에 나쁘지 않고, 직선도로가 재미없다면 해안을 따라 있는 소로를 느긋하게 달리는 것도 좋다. 나는 주로 큰 길보다는 바다를 바로 곁에 두고 달리는 해변도로를 좋아하기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느긋하게 지도에 길이 나 있으면 들어가보는 편이다.
기장까지 들어왔다면 가까운 송정해수욕장 해변카페에서 음료 한잔을 마시며 해수욕장만이 가지는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좋다. 오늘의 코스는 중간에 멋진 카페들이 많아서 하루에 음료 2~3잔은 할 생각을 하는게 좋고, 그렇게 많은 카페에 들렸음에도 아직도 못 가본 카페들이 많아 늘 새롭다.
이렇게 송정해수욕장에서 시원한 음료 한잔을 하며 쉬다 보면 어느덧 복귀해야 할 시간이다. 퇴근시간 전에는 울산산업단지를 통과해야 불필요한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으니 해안도로를 타고 간다면 늦어도 4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복귀는 여러 루트가 있지만 이번에 나는 아예 산업단지를 피해서 35번 국도를 타고 통도사 앞을 지나 포항으로 돌아왔다. 이 코스는 거리는 조금 더 길지만 정체구간이 적어서 냅다 복귀하기에 좋아 부산에서 오래 머물러 울산산업단지의 정체를 피하기 어려운 경우에 선택하곤 한다. 경주의 한옥분위기 카페에서 한번쯤 쉬어가도 7시 전에는 포항에 도착하고 일몰 전이라 익숙하지 않은 도로라도 위험요소가 적다. 여름은 타 들어가는 낮기온은 힘들지만 대신 해가 긴 것이 매력이라 해가 떨어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해서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보내는 저녁시간은 하루의 여정을 수다로 마무리하며 다음의 여정을 계획하기에 좋다.
추천식당 및 들들 만한 곳

포항에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물회집으로 고추장 베이스 물회의 정석이다. 여름에는 얼음을 갈아서 함께 주는데 시원하게 넣어서 먹으면 좋다. 개인적으로 포항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는 집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연다.

거대한 황금색 고릴라가 시선을사로잡는 카페다. 금속공예 작품으로 카페 내부에도 많은 고릴라들이 있고 카페 내에서 바라보는 뷰도 괜찮다. 물론, 음료와 빵의 가격은 사악하지만 나름 랜드마크라 한번쯤 들려볼 만 하다.

건축상을 받은 건물로 시원한 통창이 매력이고 뷰에 비해서 음료는 가격(특히 아메리카노)이 괜찮은 편이라 뷰와 건물을 감상하면서 쉬어 가기에 좋다.

크고 화려한 피자집은 아니지만 인테리어에서부터 주인장의 다양한 관심사와 꼼꼼함을 보여주는 소품들과 분위기가 흥미를 더한다. 피자와 스파게티 모두 괜찮고, 힐링이 되는 피자집이다.

최근 트렌드의 대형카페 답게 멋진 뷰와 건물을 갖추고 있다. 음료의 가격은 대형카페 답게 저렴하지는 않지만 뷰와 건물을 생각하면 납득할 수준이다.

호미곶 남쪽 오션뷰 카페다. 역시 음료의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멋진 뷰가 음료의 가격을 잊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