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질주하는데… 존재감 사라진 전기이륜차

M스토리 입력 2023.07.17 10:21 조회수 2,943 0 프린트
충전 중인 전기이륜차. Photo by Ather Energy on Unsplash

온실가스와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전기이륜차가 주목 받으며, 정부는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이륜차로 전환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이륜차 업계는 각종 규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 수요 감소 등으로 고사 위기에 몰려 있어 산업 발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이륜차 4만대를 보급하기 위해 국비 32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 2만대 보급하기 위해 국비 180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것과 비교해 보급 대수는 두 배, 예산액으로는 78% 증액된 규모다. 전기이륜차 누적 보급대수가 6만2917대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전기이륜차 보급 목표와 예산은 파격적인 규모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이륜차 보급 의지와 달리 시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ev.or.kr)에서 공개하는 전기이륜차 구매보조금 지급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14일 기준 상반기 전기이륜차 보급물량 1만8412대 가운데 접수대수는 3724대, 출고대수는 2889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조금 접수대수 가운데 배달용은 2대에 그쳤으며, 일반용이 2719건으로 전체 접수대수의 70%를 차지했다. 정부와 전기이륜차 업계가 이륜차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달시장을 주요 타겟으로 보급하려는 노력과 달리 배달 업계에서는 전기이륜차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전기이륜차는 뛰어난 가격 경쟁력으로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매년 더해지는 규제로 인한 인증비용 증가와 AS확약보험 부담 추가, 환율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비현실적인 성능 향상 목표 등으로 전기이륜차 가격 상승요인은 많아졌다. 반면 전기이륜차 업계의 난립으로 업체별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제조원가를 낮추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코로나 종식 선언 이후 배달 수요가 크게 감소하며 이륜차 시장이 크게 위축되며, 가뜩이나 어려운 전기이륜차 시장은 존폐 위기에 몰렸다.

전기이륜차 보급사업 초기에는 환경부의 1회 충전 주행거리 및 소음인증 등 환경인증과 보조금을 받기 위한 보급평가만 통과하면 됐다. 그러나 전자파적합성과 구동축전지 및 고전원전기장치 안전성 등 안전 규제가 하나 둘 추가돼 전기이륜차 1개 모델을 인증받는데 최소 6000~7000만원이까지 상승했으며, 전자장비 종류나 배터리 용량에 따라 인증 비용은 더 커진다. 또한 영세한 전기이륜차 업체가 부도 등으로 소비자가 AS를 받지 못하는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AS확약보험이 추가돼 전기이륜차 1대당 10여만원의 보험료 부담이 추가됐다. 이외에도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더해져 전기이륜차 원가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전기이륜차 성능 향상을 명분으로 무제한적인 성능 향상을 유도하는 보조금 산정 방식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전기이륜차 보조금은 연비와 배터리 용량, 그리고 등판 성능에 따라 보조금이 차등 지급된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등판 성능이다. 도로구조 규칙에 따른 최대 경사도는 17%(+1%)로 20%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보조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한 경쟁이 심화돼 상온 등판 능력과 저온 등판 능력을 조합한 가중 등판이 100% 이상인 전기이륜차까지 등장했다. 국군의 신형 전차인 K-2 흑표의 등판능력이 60% 이하인 것을 생각하면 비현실적인 등판 성능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실제 도로 주행에 필요한 성능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성능 경쟁이 이어지면서 전기이륜차 제조 단가는 크게 상승한 반면 소비자는 성능 향상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이륜차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기이륜차 관련협회 주관으로 지난 7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기이륜차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그러나 전기이륜차 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현실과 동떨어진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쳤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 전기이륜차 업체는 지금의 전기이륜차 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용 충전시설 정책 마련, 시속 25km 이하 저속전기이륜차 규제 강화, 전기이륜차 1대당 지급 보조금 상향 등을 주장했으나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전기이륜차 운전자는 전기이륜차에 무관심한 정책당국을 질타하기도 했다.
송파에서 전기이륜차를 타고 왔다는 김기형 씨는 “전기이륜차는 이동하기 전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해 너무 불편한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 충전하면 BSS만 생각하는데 BSS는 도심 배달이나 근거리 이동에나 적합하지 원거리 이동에는 부적합하다. 배터리 용량을 키워 멀리갈 수 있는 전기이륜차도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전기차 완속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이륜차 업계 일각에서는 전기이륜차 1대당 지급하는 보조금이 축소되는 정책 방향을 거스르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실효성이 떨어지는 규제를 해소하고 개발 및 인증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전기이륜차 사용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전기이륜차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전기이륜차 제조사 관계자는 “환경부는 환경공단에서 보급평가를 볼 때 비용을 받지 않는데 국토부도 배터리 안전성 시험 등 국토부 관련 인증을 공공기관에서 받을 때 일정부분 할인해 준다면 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전기이륜차 업체 관계자는 “배달 시장 가장 큰데 배달 라이더가 전기이륜차를 안 쓰는 것은 내연기관을 탈 때보다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택시나 택배처럼 별도의 번호판을 발급하고 배달 번호판을 부착하고 전기이륜차를 타는 라이더에게는 보험료를 대폭 할인하거나 추가적인 배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내연기관 탈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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