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는 정했으나 문제는 가는 방법이었다. 달랏에서 판랑탑짬까지 지도상으로는 거리가 가깝고, 달랏과 탑짬 모두 기차역이 있으니 기차를 타고 가면 쉽고 가까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아니, 전부 틀렸다고 해야 할까? 달랏과 판랑탑짬을 잇는 달랏-탑짬선은 약 30년에 걸쳐 건설되어 1930년도에 완공되었지만 베트남 전쟁 중에 파괴되었고 1968년에 정규 운행이 끝났다. 달랏에서 판랑탑짬까지 이어지는 길이 매우 가파르기 때문에 철도를 지그재그로 건설해야 했는데, 그러한 경험이 있는 스웨덴 엔지니어들이 고용되어 이 노선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2002년, 베트남 정부는 달랏-탑짬선 재건을 우선순위로 올렸지만, 아직 달랏에서 판랑탑짬을 오가는 기차는 없고, 달랏에 있는 달랏 기차역은 실제로 운영하는 기차역이 아닌 관광용에 가깝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달랏역에서 출발하는 기차 시간표를 찾을 수 없는지 의아해했다.
기차로 갈 수 없다면 버스로 가야 할 텐데 버스 시간표는 더는 운행하지 않는 기차 시간표만큼이나 찾기 어려웠다. 숙소 주인에게 혹시 판랑탑짬에 대해 아는지,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물어보니 관광으로 판랑탑짬에 다녀온 적이 있고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는 답을 들었다. 전화로 버스 예약을 할 수 있는데 베트남어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대신 버스를 예약해준다는 그의 친절 덕분에 수월하게 다음날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했다.
다음날, 예약한 버스 시간이 다가오고 숙소 주인인 존이 픽업 차량이 도착했다며 픽업 포인트까지 데려다주었다. 작은 봉고를 타고 약 10분 정도 달리며 시내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을 싣고 작은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봉고차에 타고 나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봉고차에서 내린 뒤 작은 버스 터미널 구석 테이블로 가서 예약한 이름과 버스비를 냈다. 존이 알려준 가격보다 2천 원 정도 비싼 가격을 얘기해서 항의했더니 외국인은 보험이 다르기 때문에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여행에 지장이 갈 정도의 금액이 아닌 이상 기분을 망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로컬보다 2천 원 더 비싼 약 8천 원의 금액을 내고 버스표를 받았다. 버스에 타기 전 실리기를 기다리는 화물들이 가득 늘어져 있었고 물건을 모두 싣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야 버스표에 적혀있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전화로 예약할 때 요청한 대로 창가 자리였고, 공항버스처럼 깨끗하고 레그룸도 넓어서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판랑에 도착해서 예약했던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민덕은 택시를 이용한다면 판랑 안에서 어딜 가든지 7-8천 원의 금액을 내야 한다는 민덕의 말에 우선 이륜차를 빌리기로 했다. 바이크 빌릴만한 곳을 민덕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민덕은 그새 자취를 감추어서 영어를 하지 못하는 숙소 스태프에게 구글 번역기로 이륜차를 빌리고 싶다고 적어 보여주니 나를 본인의 바이크 뒤에 태우고 렌트 샵까지 데려다주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이륜차를 빌렸을 뿐인데 벌써 해가 지고 배가 고파와서 저녁을 먹기 위해 바이크를 타고 음식점을 찾아 헤맸다. 음식점은 보이지 않고 노점이 하나 있길래 자리에 앉아 메뉴판이 있냐는 질문을 영어로 하니 역시 통할 리가 없다. 옆 테이블에 가족들이 먹고 있는 음식을 손으로 가리키며 ‘원.’하니 ‘오케이.’하는 답이 돌아오고 약 10분 뒤, 해물이 들어있는 반쎄오가 나왔다.
저녁을 먹고 바이크로 숙소 반경 3km를 탐험한 결과 근처에 가게나 식당이 극히 적고 길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이 동네는 밤늦게 혼자 걸어 다니기에는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달랏도 작은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판랑에 비하면 달랏은 대도시였다. 판랑은 공사장과 공터가 많아서 스산한 분위기였다. 숙소 바로 뒤에 위치한, 걸어서 3분 거리의 해변에는 이상하리만치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마 단체로 관광을 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