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수 시인의 문화 산책] 원조 춘향

M스토리 입력 2022.09.19 14:46 조회수 2,192 0 프린트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리리라.
- 하여가 -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 가실 줄이 있으랴.
- 단심가 -

교과서에 실려 있는 시조다. 이방원이 위의 첫 시조 ‘하여가’를 읊은데 대해, 정몽주가 선죽교에서 테러를 당하기 전에 이방원에게 둘째 시조 ‘단심가’를 들려주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정몽주가 읊은 시조가 사실은 백제의 한주라는 낭자가 읊은 것이라 한다. 춘향의 원조 격인 백제의 한주낭자와 이몽룡의 원조 격인 고구려의 안장왕 사이에 있었던 러브스토리가 실린 『조선상고사』를 요약해본다. 

<고구려 안장왕(519∼531)이 태자 시절에 첩자로 위장하여 백제에 잠입했다. 백제의 정세를 살피고 귀국하는 길에 태자는 발각될 위기를 당하자 국경 근처 개백현의 장자 한씨네 집에 피신을 하게 된다. 마침 한씨의 딸 한주가 거처하는 별당에 은신하게 되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백년가약을 맺고 무사히 고구려로 돌아간다.
그즈음 개백현 태수는 미인으로 소문난 한주를 성으로 불러들여 첩으로 삼고자 수청을 들게 한다. 하지만, 그녀가 완강히 거절하자 그녀를 강제로 옥에 가둔다.
한편, 고구려로 돌아간 태자는 광개토대왕의 손자인 아버지 문자명왕이 죽게 되자 그 뒤를 이어 왕이 되었고, 한주를 구출할 특공계획을 세운다. 
그때 개백현 태수는 생일을 맞아 잔치를 열고 한주낭자를 옥에서 끌어내 다시 수청들 것을 강요하지만 한주낭자는 바로 이 <단심가>를 읊으며 수청 들기를 거부한다. 이에 분노한 태수가 한주를 죽이려는 찰라, 위장 잠입해 있던 고구려 특공대가 태수를 물리치고 그녀를 구출하여 두 연인은 행복하게 재회한다.>

이 사랑 이야기는 사실 고구려의 고국원왕(16대, 331∼371)과 백제의 근초고왕(13대, 346∼375) 사이에서 빚어진 비극적인 150년간의 복수열전의 막장이라 할 것이다. 
일찍이 고구려 고국원왕이 백제의 근초고왕과의 전투 중에 비참하게 살해되는데, 그 원한을 광개토대왕 대에 이르러 갚게 된다. 하지만 더 깊어지는 양국 간의 원한과 전쟁의 연속. 그런 비극의 역사를 사랑으로 화합하여 태평성대를 만들자는 민중적 소망의 러브스토리가 아닌가 싶다. 
백제와 신라 사이에도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 공주의 러브스토리인 <서동요>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역사적 토대 위에 만들어진 춘향전. 하지만 이러한 사랑이야기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양반과 천민을 아름답게 이어주는 춘향전으로 완성되기까지는 오랜 세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각색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어찌 보면 평범한 집안이나 한 개인의 일생도 그런 과정과 유사하게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집안 마다 조상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갖가지 경험담을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전하고 그것을 아버지나 어머니가 받아 <우리 집안은 한때 이렇고 이런 집안이었댄다.>하고 들려줌으로써 가풍이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각색되는 역사적 의미나 가풍이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화합, 소통, 정의……? 유복, 다복, 오복,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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