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 1등 신부 10등 신랑

M스토리 입력 2022.08.01 14:27 조회수 3,051 0 프린트
 
 
 
최근 달력에 붉은 동그라미가 많아졌다. 코로나가 주춤하면서 그동안 미뤄졌던 각종 모임과 결혼식이 많이 열린다는 표시다. 모바일로 날아오는 청첩장에는 호텔 급 결혼전문예식장(명칭을 읽기조차 힘든)이나 미리 사전에 찍었다는 신랑신부의 예복사진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아내가 

“당신은 요즘 같았으면 결혼, 꿈도 못 꾸었을 거야.”

한다.

아내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홀어머니에 외아들, 거기다 단신에 무일푼이었으니 무리가 아니다. 어느 하나 아내에게 마땅한 조건이 아니었을 터, 그런데 아내는 왜, 나 같은 별 볼일 없는 남자와 결혼을 했을까?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결혼정보회사의 직업별 등급표를 보게 되었다. 남자 1등급은 s대 법대 출신의 판사(속칭 경판)였고, 여자 1등급은 부모님이 장차관급 또는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천억 원대의 기업가나 강남의 대형병원장, 장차관급 판검사 등이었다. 

3등급까지 모두 부모님의 재력이나 대외적인 평가가 등급의 조건이었고 본인의 능력으로 평가되는 것은 4등급에 가서야 비로소 미스코리아와 스타급연예인, 메이저방송 아나운서 등이었다. 아마 남자는 본인의 능력, 여자는 부모님의 재력과 본인의 외모가 우선이 아닌가 싶다. (현재는 여자들도 남자의 외모를 중시한다고 하지만)

등급표에 따르면 결혼 당시의 나는 15등급 밖이었고, 그나마 몇 차례 전직을 하여 겨우 얻은 직장의 젊은 남자는 13등급내지 10등급에 턱걸이다. 

어느 날인가, 식탁에서 아이들이 한 마디 씩 던진다.

“엄마는 어떡하다 (저런 등급 밖) 아빠하고 결혼을 하셨어요?”

“(저런) 아빠한테 뭘 기대하신 거예요?”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아온 아내를 응원하고 위로한다는 말이리라. 그때마다 나는 또 할 말을 잃는다. 

<아, 아이들의 눈에도 아빠는 등급 밖이로구나!>

하지만 아내가 말한다.

“너희들 만나려고 그랬지.”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려면 대개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구입할 수 없으면 전세자금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런데 아파트 가격이 너무나 오르고 덩달아 전세금도 장난이 아니다 - 특히 서울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 - 결혼을 포기했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래서 <3포 시대>라 한다던가! 적령기의 젊은이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다. 5포란 말도 있다. 3포에 덧붙여 ‘집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하고, 7포는 ‘꿈과 희망’마저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이다. 절망적이고 서글픈 시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논리일 뿐이다. 그리고 등급표 역시 결혼정보회사의 영업적인 수단일 것이다. 사실상 그들의 논리와 분류표에 흔들리는 일부 부류를 제외하고 대다수는 자신의 분수에 맞게 나름대로 1순위를 정하여 그에 어울리는 상대와 결혼하고 집 장만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대략 다소 미흡하고 부족하나마 사랑 충만한 마음으로 서로 만나 지지고 볶고 싸워가면서 말이다. 

내가 아는 어느 누님은 늘 1등 신랑감으로 금융인 그리고 1등신부감으로는 교육자를 꼽았다. 남편이 은행원이었기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었고 아내인 자신은 초등학교 교사였기에 아이들의 육아와 교육이 수월했다는 이유였다. 하여 사위는 유능한 증권인을 골라잡았고 며느리 역시 조신한 중학교 교사를 맞아들였다. 나름 성공한 케이스였다.

그렇다면 과연 그 누님네 가정은 행복했을까? 단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대략 행복했다는 것 같다. ‘대략’이라고 진단하고 ‘같다’라고 추측한 이유는 행복이란 누군가의 주장과 일방적인 계획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선택한 본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어떤 선택을 하던 결국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라고 했고, 불교의 원효대사는 사람의 삶은 모두 ‘마음에 달렸다(一切唯心造)’고 했다던가!

과연 나와 우리 가정은 행복한가? 잠시, 생각해보는 뜨거운 여름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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