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나의 버킷리스트-운탄고도를 다녀오다

M스토리 입력 2025.07.30 16:23 조회수 28 0 프린트
 

지난 5월과 6월은 개인적으로 쉽지 않았던 2개월이었다. 그로 인해서 지난 두 달 동안은 장거리 투어를 떠나지 못하고 집에서 멀지 않은 코스를 중심으로 라이딩을 했었다.  

6월초에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험을 하고, 머리를 식히러 내가 선택한 코스는 스크램블러를 구매한 이유였던 정선의 ‘운탄고도’길이었다. 왕복 500km가 넘고, 임도가 최소한 17km 이상이 포함되는 길이라 맘 먹고 떠나야 하는 길이긴 하지만 이번엔 만약 힘들면 정선에서 하루 숙박을 하고 올 생각을 하고 출발. 숙박까지 생각했기에 오전 9시반경에 느즈막히 출발했는데 당일치기로 다녀온다면 다음엔 조금 더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이날은 임도를 연장해서 35km를 타기도 했지만, 느즈막히 출발했기 때문에 저녁 8시에나 복귀했다).

운탄고도에는 여러 길이 있지만 이번에 선택한 길은 ‘운탄고도 5길’이다.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중간에 도롱이연못과 1177갱(坑) 등의 랜드마크가 있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임도로 구성된 길로 중간에 포장된 마을 길들이 간간히 나오거나 계단 또는 좁은 산책로가 나오는 다른 길들과는 달리 소방임도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길이기 때문이다. 운탄고도 5길의 들머리는 만항재 또는 화절령인데 이번엔 만항재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 만항재는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로 여러번 들렸던 길이라 익숙한 편이기도 하고, 가는 길에 정선 소금강 계곡길을 따라 달리는 매력도 있어서 여러모로 절경을 만끽하기 좋다. 

출발지인 판교에서 만항재는 250km 정도로 대략 4시간 내외를 달리면 도착한다. 만항재 입구에서 쉬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 바로 운탄고도로 진입했다. 운탄고도 5길은 간혹 차단기가 내려와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내가 간 날에는 5길 전 코스에 차단기가 열려 있어서 코스 진입에 무리는 없었다. 운탄고도 5길은 석탄을 나르던 길인 만큼 차량으로도 갈 수 있을 정도의 길로 비록 파쇄석, 자갈, 짱돌(?)이 깔린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긴 하지만 비교적 ‘비단임도’의 범주에 들어가는 길이고 본격적인 오프로더나 어드벤처 바이크가 아닌 스크램블러로 가기에 딱 적당한 길이다.  

이 길을 간혹 온로드 바이크에 온로드 타이어로 다녀온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온로드 바이크의 낮은 최저지상고와 매끈한 온로드 타이어로는 쉽지 않은 길이다.  만약 가게 된다면 적어도 듀얼 타이어는 장착하고 가기를 추천한다.  
 
1177갱
그 이유는 만항재에서 1177갱, 도롱이연못까지는 상당히 순한(?) 임도로 충주 서운리 임도 수준을 벗어나지 않지만 도롱이연못에서 화절령까지의 내리막길은 두 개의 길이 있는데 하나는 두터운 파쇄석으로 바퀴가 빠지는 길이고, 또 하나의 길은 제법 큼직한 돌들이 있는 길이라 온로드 바이크의 낮은 최저지상고로는 배가 걸리거나 상할 가능성이 있다. 듀얼타이어를 장착한 클래식 바이크라면 만항재에서 도롱이연못까지 갔다가 다시 돌려서 만항재로 나오는 것을 추천한다.

이 운탄고도 5길은 이번에 타고 간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400x 정도의 바이크에 딱 맞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더 무거운 바이크라면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클래식 바이크로도 타이어만 바꾸면 주파는 가능하지만 주의가 필요하고, 본격 어드벤처 바이크로는 과하기도 하고 너무 쉬운 길이라 밋밋하게 느낄 수도 있는 반면, 스크램블러류의 바이크는 가벼운 무게를 바탕으로 즐겁게 라이딩하기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계획과는 달리 만항재에서 화절령까지 내려간 후에 다시 만항재로 나오면서 거의 35km 정도의 임도를 즐겁게 주행했다(그래서 도롱이연못에서 화절령까지의 두 갈래 길을 모두 경험했는데 두 길 모두 스크램블러 바이크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운탄고도는 개인적으로 바이크로 꼭 와보고 싶던 ‘버킷리스트’였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라는 400kg에 육박하는 아메리칸 대형투어러로는 올 수 없는 길이기에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고 가벼운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를 1월말에 출고했고, 중간에 여러 개인사가 있어서 6월말에야 온 길인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음엔 1박2일 정도로 정선에 숙소를 잡고 운탄고도를 비롯한 정선의 주변길들도 느긋하게 느껴볼 생각이다. 운탄고도 5길은 대형 어드벤처 바이크로 여러 대가 달리기에는 요란하고 민폐스러운 면이 있고 그 정도의 본격바이크를 필요로 하는 길도 아니다. 오히려 혼자 또는 2~3대 정도의 스크램블러 바이크로 느긋하게 달리며, 등산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천천히 경치를 만끽하기에 좋은 길이다. 고려해야 할 점은 운탄고도는 정선에서도 높은 지역에 위치한 곳으로 서울의 날씨와는 제법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내가 다녀온 날도 서울근교가 30도를 넘어서는 무더운 날이었음에도 운탄고도는 한낮에도 20도를 살짝 넘는 정도로 시원했기에 조금 일찍 출발하게 된다면 오히려 바람막이를 준비해야 할 수 있고, 정선지역은 안개가 끼는 날이 많은데 안개가 끼거나 비 온 후에는 코스의 난이도가 제법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간 날은 뽀송뽀송한 날이라 타이어가 자갈길에서도 그립을 잃지 않아 수월했었지만, 비 온 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생 첫 바이크를 할리데이비슨 포티에잇으로 시작해서 줄창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만 탔던 내가 운탄고도를 오기 위해서 주로 연습한 코스들은 충북 음성의 맹동임도, 충주의 서운리 순환임도였다. 시트고가 매우 낮은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만 타던 나로서는 스크램블러 400X의 835mm의 시트고가 부담되기도 하고 예전에 MTB로 산을 타던 감각을 찾기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인데 아마도 나처럼 임도가 처음인 라이더들이 임도를 가기 전에 연습(?)해보기에는 이 두 코스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체력이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지만 이번에 500km를 넘는 당일투어를 스크램블러로 다녀와 보니 생각보다는 피로도가 높지 않아서 장거리 남도투어도 조만간 스크램블러로 다녀올 생각이다. 이제부터 장마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에 접어든다. 라이더 여러분들도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하고 즐거운 라이딩을 즐기시기를 바란다.
 
임도 연습하기 좋은 코스
 
맹동저수지 임도 (충북 음성군 맹동면 군자길 1492)
맹동낚시터 앞에서 진입하거나 맹동지 관광농원 앞에서 진입하면 된다. 대략 14km 정도의 순한 맛 임도로 저수지를 끼고 달리는 길이라 고저차도 거의 없고, 노면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중간에 간혹 모래가 있는 구간이 있고, 비 온 후에는 진창길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임도를 처음 타는 라이더가 연습하기엔 상당히 좋은 길이다. 이 코스는 클래식 바이크 정도라면 무리 없이 주행이 가능하고 온로드 타이어로도 조심스럽게만 달린다면 크게 무리는 없다(코스를 주행하다 보면 승용차들을 자주 만날 정도로 노면은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서운리 순환임도 (충북 충주시 동량면 지등로 2003) 
충주의 자연산식당 앞에서 시작하는 순환임도다.  지난 편에 소개하기도 했지만 이 길은 자연산식당 앞에서 좌회전해서 고봉을 먼저 돌거나 자연산식당 앞에서 직진해서 돌아도 결국 자연산식당 앞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한바퀴의 길이는 15km 정도로 이 코스는 맹동임도에서 약간 업그레이드(?)된 임도다. 조금 더 다양한 노면(파쇄석, 모래, 짱돌(?)등이 있는 구간이 간간히 나온다)과 고저차가 제법 있는 편으로 업힐과 다운힐을 경험해보기에 좋은 길이다.  덤으로 고봉 정상에서 보이는 경치도 좋다. 나는 처음엔 고봉쪽으로 돌고, 두번째 갔을 땐 반대편으로 돌아봤는데 양쪽 다 다른 매력이 있어서 양쪽 방향을 다 돌아보기를 추천한다. 서운리 임도를 무리 없이 돌 수 있으면 운탄고도 5길은 크게 어렵지 않다.  운탄고도는 서운리 임도에서 자갈이 조금 커지고, 파쇄석이 두터워지는 정도로 서운리 임도보다 약간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서운리 임도는 클래식바이크로도 충분히 주파가 가능하긴 한데, 그래도 모래와 파쇄석 등의 미끄러운 노면이 있기에 타이어는 듀얼 타이어를 추천하며 클래식 바이크라면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 서운리 임도는 오프로드 모드가 있는 바이크라면 오프로드 모드로 하는 편이 좋다.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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