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끄러운 오토바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이륜차 운전자들의 정당한 외침이 또다시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륜차 운전자들이 청주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동소음 규제지역 고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이 항소심에서도 각하됐다. 법원이 이륜차 운전자들의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배기소음 95데시벨(dB)을 기준으로 한 이른바 ‘이동소음 규제지역 고시’를 통한 소음 단속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220만 이륜차 운전자의 이동권에도 직결되는 사안으로, 향후 대법원 판단이 이륜차 소음 규제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전고등법원 청주원외재판부 행정1부는 지난 7월 23일, 이륜차 운전자들이 청주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동소음 규제지역 변경 고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1심과 동일하게 각하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이 타당하다”며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소송 비용 또한 원고 측 부담으로 판결했다.
이 사건은 환경부가 2022년 11월, 배기소음 95dB을 초과하는 이륜차를 이동소음 규제 대상으로 지정한 것을 계기로 불거졌다. 환경부의 고시에 따라 청주시 등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일정 지역을 ‘이동소음 규제지역’으로 고시하고 해당 지역 내 95dB 초과 이륜차를 대상으로 단속에 나섰다. 이에 반발한 이륜차 운전자들은 “규제는 위법”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일부 지자체는 논란을 우려해 고시를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주시는 환경부의 보조참가 지원을 받아가며 소송에 적극 대응했다. 운전자 측은 환경부 고시가 헌법상 법률우위의 원칙과 법률유보 원칙을 위반한 무효처분이며, 청주시의 고시는 신뢰보호 원칙·평등 원칙·비례 원칙을 위반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주시와 환경부는 해당 고시가 행정처분이 아닌 일반적·추상적 성격의 규범행위일 뿐이며, 이륜차 운전자들이 자신이 규제 대상인지 입증하지 못해 원고적격이 없다고 맞섰다. 실제 단속과 과태료 부과는 ‘처분’에 해당하지만, 규제지역 지정 고시 자체는 ‘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법원은 이 같은 청주시와 환경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현재까지 청주시가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한 상황이다. 원고가 상고를 포기하거나 대법원에서도 동일한 판단이 내려질 경우, 유사한 방식의 ‘이동소음 규제지역 고시’를 도입하려는 지자체들의 움직임은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지자체들은 이륜차 소음 민원에도 불구하고 법적 반발을 우려해 규제를 주저해왔지만, 법적 쟁점이 해소될 경우 적극적인 규제 시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 단속에 적극 나서지 못했지만, 판결이 확정되면 시민 대상 홍보를 강화한 뒤, 관계 기관과 협의해 본격적인 단속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이륜차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이륜차 업계 관계자는 "법리적으로는 타당한 해석일지 모른지만 라이더들에게 95dB 규제 고시는 결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규제가 아니다. 당장 내일 아침, 내가 아끼는 바이크의 시동을 거는 것 자체를 망설이게 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