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묵은 헬멧 안전기준 현실적으로 개정 추진... 숙원 풀리나?

M스토리 입력 2025.07.15 15:22 조회수 1,158 0 프린트
 

지난 20년간 제자리걸음이었던 국내 승차용 안전모(헬멧) 안전기준이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지난 7월 4일 설명회를 열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며 현실적인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기준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업계가 꾸준히 제기해 온 불합리한 시험 항목을 개선하고, 광변색 쉴드 등 신기술 제품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가혹했던 내관통성 시험, 20년 만에 국제 기준으로
이번 개정안의 눈에 띄는 개선점은 ‘내관통성 시험’의 합리화다. 현행 국내 시험은 지나치게 뾰족한 형상의 강철 스트라이커를 사용해, 유럽, 미국 등 국제 안전기준을 통과한 고품질의 수입 헬멧조차 불합격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이로 인해 수입·제조사들은 비현실적인 기준으로 인한 비관세 장벽이라며 고충을 토로해왔다.
국표원은 이러한 문제를 인정하고, 시험용 스트라이커의 형상을 국제 기준에 맞춰 완화하기로 했다. 스트라이커 끝단 형상의 각도를 보다 완만한 형태로 개선해, 헬멧 외피(쉘)의 방어 성능 평가 방법이 국제 수준과 유사한 수준으로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는 불필요한 개선 비용을 줄여, 소비자들이 더 다양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준 없어 판매 중단' 광변색 쉴드, 드디어 시장에 나온다
라이더들의 편의성을 개선한 '광변색 쉴드'의 국내 판매길도 열린다. 광변색 쉴드는 자외선 양에 따라 렌즈 색 농도가 자동으로 변해 터널 진입이나 야간 주행 시에도 쉴드를 교체할 필요가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관련 안전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국표원은 지난해 돌연 광변색 쉴드 제품에 판매 중지 조치를 내리는 등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국표원은 이번 개정안에 광변색 쉴드의 투과율, 변색 속도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관련 업계가 제품을 판매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광변색 쉴드 기준 마련 이후 시험장비 도입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승차용 안전모 안전기준 개정 이후 유럽 기준(UNECE R22.06) 또는 국제표준(ISO)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면 이를 인정해 보다 빠르게 광변색 쉴드가 시장에 다시 판매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표원 생활어린이제품안전과 정대환 과장은 "변색 쉴드에 대한 기준은 최대한 빨리 마련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낡은 규제 벗고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증 방식은 더욱 현실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낡은 규제를 벗고 국제적인 흐름을 따르고 있다. 한곳에 동일한 충격을 두 번 가하던 기존 방식은 실제 사고 상황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1차 충격은 강하게, 2차 충격은 약하게 가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현실성을 높였다. 

헬멧 전체에 힘이 가해져 턱끈 외적인 요소로도 불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었던 정적 시험 방식을, 순간적인 충격에 끈이 버티는 능력을 평가하는 동적 시험으로 개선한다. 2종 헬멧의 내부 보호 패딩 범위를 귀와 통풍구를 제외한 전 영역으로 확대해 안전성을 높였다. 또한 시험용 머리 모형을 3종에서 6종으로 늘려, 다양한 두상에 맞는 정확한 안전성 평가가 가능해졌다. 

남은 과제, '안전 사각지대' 미인증 해외직구 헬멧
이처럼 환영할 만한 개정 소식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시름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바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미인증 해외직구 헬멧'과 '장식용 헬멧'의 범람 때문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안전기준을 강화해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가볍다는 이유로 생계형 라이더들이 찾는 미인증 불법 헬멧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장식용'이라는 문구를 붙여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판매되는 제품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표원 정대환 과장은 "해외직구 제품 규제는 소비자 반발로 어려움이 있으나, 문제가 있는 제품은 판매 사이트에서 내리도록 강제하고 사후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장식용을 승차용으로 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한국제품안전관리원에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안전기준 개정은 국내 모터사이클 시장을 한 단계 성숙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인 제도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라이더의 생명을 위협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는 불법·미인증 제품에 대한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단속과 관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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