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상반기 국내 이륜차 시장이 정부의 잇따른 규제 도입과 미숙한 정책 시행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수십 년 만에 도입된 이륜차 안전검사 제도는 준비 부족으로 중고 시장을 마비시켰고, 친환경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던 전기이륜차 시장은 침체와 뒤늦은 표준화 정책에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통행 제한 규제까지 맞물리며 이륜차 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검사받다 끝난다”… 사용검사에 마비된 이륜차 시장
올 상반기 업계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단연 ‘이륜차 안전검사 제도’의 시행이다. 정부는 이륜차 교통사고가 늘자 안전을 강화하겠다며 기존의 배출가스·소음 검사에 더해 제동장치, 조향장치 등 19개 항목을 확인하는 안전검사를 도입했다.
그러나 지난 4월 28일 전격 시행된 이후 현장은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가장 큰 혼란은 ‘사용검사’에서 비롯됐다. 사용검사란, 사용폐지된 이륜차를 다시 등록해 사용하고자 할 때 받는 검사다. 자동차의 경우 보통 폐차를 위해 말소된 차량을 다시 등록하기 위해 받는 검사지만, 이륜차는 다르다. 겨울철 등 특정 계절에 운행하지 않거나, 중고 판매를 위해 잠시 사용을 폐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륜차의 특성을 무시한 채 자동차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시장 전체가 멈춰서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용검사는 전국 59곳의 교통안전공단(TS) 검사소에서만 독점적으로 시행된다. 이로 인해 검사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고, 지방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 운전자들은 검사를 받기 위해 번호판이 없는 미신고 상태로 수십 km를 위험하게 운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결국 대형 이륜차 중고 시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제도 시행 초기, 일부 지자체는 제도 자체를 숙지하지 못해 사용검사 증명서 없이 사용신고를 받아주거나, 검사소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달라 운전자들의 혼란을 키우기도 했다.
업계는 "정부가 충분한 홍보와 유예기간 없이 제도를 밀어붙였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국토부는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개선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설자리 잃은 전기이륜차 시장, 표준화에도 시장은 위축
한때 친환경 운송수단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전기이륜차 시장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은 줄고 차량 가격은 오른 데다, 일관되지 못한 정책으로 불신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전기이륜차 보급 대수는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2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배터리 교환형(BSS) KS표준화 정책이 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배터리 표준화는 어떤 제조사의 전기이륜차를 타든 공용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게 하려는 좋은 취지를 가졌지만 표준화가 너무 늦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LG에너지솔루션(쿠루)이 정부 방침에 따라 KS표준을 적용한 2세대 배터리와 충전 스테이션('G스테이션')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 신형 배터리와 충전소는 기존에 보급된 1세대 비표준 제품('O스테이션')과 전혀 호환되지 않는다.
수도권에만 약 440기가 설치된 기존 충전소는 한순간에 '구형'이 되어버렸다. 기존 이용자들은 "사실상 버려진 느낌"이라며 불만을 터뜨렸고, 막대한 돈을 들여 독자적인 규격으로 충전 인프라를 구축했던 업체들은 기존 투자가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결국 시장은 신구 시스템이 뒤섞여 당분간 극심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끝나지 않는 법적 논쟁… 법정 다툼은 ‘계속’
이륜차의 운행 방식과 통행권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과 법적 다툼도 상반기 내내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이륜차를 버스나 화물차처럼 오른쪽 차로로만 통행하도록 한 규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륜차의 주행 특성이 다른 운전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지만, "오히려 오른쪽 차로가 더 위험하다"는 운전자들의 반발과 일부 재판관의 반대의견도 나와 이륜차 운전자에게는 희망의 불씨를 남겼다.
한편, 법원에서 라이더들이 승리하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대전지법은 보령경찰서장이 보령해저터널 개통과 함께 내린 이륜차 통행금지 처분이 '권한 없는 자'에 의해 내려졌다며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경찰이 기간을 명시한 새로운 금지 처분을 이미 내린 상태라 실제 통행 재개까지는 추가적인 법적 다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상반기는 안전과 효율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정부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했을 때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