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전검사에 업계 도산 위기... 정부 즉각 대책 마련해야

M스토리 입력 2025.05.19 21:12 조회수 1,895 0 프린트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 이진수 회장

정부 정책이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보다 오히려 생계를 위협할 때, 그 행정은 반드시 되돌아봐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28일부터 시행한 이륜차(오토바이) 안전검사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교통안전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제도 시행의 충격은 고스란히 이륜차 판매업자들에게 전가되었다. 준비 없는 졸속 시행, 일방적인 통보, 현장의 혼란은 행정의 기본조차 저버린 결과물이며, 정부 정책이 어떻게 국민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국토부는 이번 안전검사 제도를 통해 불법 튜닝과 차량 관리 미흡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취지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시행 방식에 있다. 홍보 부족으로 인해 이륜차 업계는 사전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제도가 시행된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내용을 접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미 사용폐지된 차량을 매입해 재고로 보유 중이던 영세한 이륜차 센터들은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으로 중고 이륜차를 판매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륜차 안전검사 제도가 이륜차 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몰랐던 영세 업체들은 제도 시행 이후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재고는 공간을 차지하고, 자금은 고정비용에 따라 빠져나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의 생존 문제로 이어진다. 영세한 이륜차 센터들은 대기업과 달리 회전 자금이 빠듯하다.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 매입해둔 차량이 졸지에 ‘팔 수 없는 물건’이 되자, 월세와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무책임한 졸속 행정이 생존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제도 시행 이후 나타난 현장의 혼란이다. 검사소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서로 다르다. 어떤 곳은 이륜차 제원표를, 다른 곳은 폐지증서만 요구하고, 또 다른 검사소는 매매계약서까지 제출하라고 한다. 동일한 제도에 대해 지역이나 검사소별로 해석이 제각각인 상황은 행정 혼란의 극치다. 통일된 지침도, 일관된 운영도 없는 상황에서 판매업자와 소비자는 서로 다른 설명을 들으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전화로 안내를 받으려 해도 대부분의 검사소는 연결이 어렵고, 어렵게 통화가 되더라도 검사 예약은 보통 10일에서 15일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이러니 등록 일정은 줄줄이 밀리고, 고객 민원은 판매상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더욱 황당한 사실은 이 모든 사태의 배경에 실제 피해를 볼 수 있는 현장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이 허술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안전 관리 강화’라는 추상적 명분만을 앞세운 채, 제도의 적용 대상이 누구인지, 시행 시 업계와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이륜차 판매업은 전국에 수천 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이 1~2인의 소규모 점포로 구성된 영세 자영업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제도 시행 직전까지도 정부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아무런 안내를 듣지 못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미숙을 넘어, 국민과의 신뢰를 저버린 처사다.

물론, 불법 개조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이륜차 사고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하지만 제도적 접근 방식은 달라야 한다. 이해 당사자를 정확하게 파악해 이륜차 안전검사 제도가 어떤 제도이며, 어떤 영향을 주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유예기간을 충분히 부여해 시장의 충격을 완화했다면 시장의 혼란과 피해를 크게 줄였을 것이다. 또한 각 검사소에 대한 표준화된 지침 제공, 문의 창구 일원화, 예약 시스템 개선 등도 함께 병행되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국토교통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정책은 그 자체로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실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고 최소화하는 것이 진정한 ‘행정’이다. 업계와 사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정책은 언제든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륜차 판매업자들은 지금 제도의 일방적 시행을 즉각 중단하고, 공청회와 간담회를 통해 제도를 전면 재정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요구는 이기적 집단의 반발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마지막 호소다.

정부는 ‘현장과의 소통’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처럼 현실을 무시한 채 제도를 밀어붙인다면, 그 피해는 특정 업계를 넘어 국민 전체의 불신으로 확산될 것이다.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상식과 절차가 살아 있는 정책 운영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은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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