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본격적으로 논하기에 앞서, 용어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정치 용어 ‘야당–여당’과는 달리, 영화 <야당>에서의 ‘야당’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 용어는 마약 수사 현장에서 경찰이나 검찰과 연결되어 마약 유통 정보를 제공하는 중개인을 지칭하는 은어다.
주인공 이강수(강하늘)는 특별한 재능이나 직업 없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이다. 어느 날 밤, 대리운전을 하던 중 손님에게 목적지 도착을 알리자, 손님은 여자 친구를 보고 오겠다며 강수에게 오만원권 몇 장과 박카스를 건넨다. 강수는 이를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마신다. 그러나 손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강수는 차량에 남겨진 거액의 현금을 보고 갈등에 휩싸인다. 잠시 후 갑자기 정신이 흐려지고, 박카스에 마약이 들어 있었음을 알게 된 순간,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체포되어 억울하게 교도소에 수감된다.

교도소에 들어선 강수는 교도관으로부터 몇 가지 기본적인 주의사항을 듣는다. 혼거실에 입장할 때 문지방을 밟지 말 것, 방귀는 반드시 화장실에서 해결할 것 등이었다. 방에 들어서자 죄수들이 신고식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순간 방귀를 끼고 만 강수는 혼쭐이 난다. 감방생활을 묵묵히 견디던 강수를 눈여겨본 이는 구관희 검사(유해진)다. 구 검사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삼류 약쟁이에 불과한 강수를 이용하고자 한다.
구 검사는 강수에게 자신을 도와주면 형량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어 신상정보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건네주고, 1분 안에 외울 것을 명령한다. 강수는 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 모든 정보를 완벽히 암기해내며 그의 비상한 기억력을 증명한다.
첫 번째 미션은 인천 지역 마약 밀매 조직의 총책 고흥식과 친분을 쌓는 것, 두 번째는 그의 조직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구 검사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강수는 교도소 내에서 설 자리를 만들고자 조폭 보스에게 계속해서 시비를 건다. 끈질긴 도발 끝에 조폭들은 자리를 내주고, 강수는 고흥식의 신뢰를 얻게 된다.

고흥식의 배려 속에 안정된 감방생활을 이어가던 강수는, 조직원들의 신상 정보를 하나둘 파악해 구 검사에게 넘기며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강수의 재능을 눈여겨본 구 검사는 그에게 ‘야당’으로서의 전문 활동을 제안하고, 출소 이후에도 함께 일하게 된다.
한편, 비 내리는 어느 날. 마약수사대 2팀장 오상재(박해준) 형사는 팀원들과 함께 인기 여배우 엄수진(채원빈)의 차량을 급습한다. 겁에 질린 수진은 문을 잠그고 저항하지만 결국 체포된다. 그녀는 마약 공급책 엄태수와의 파티가 예정되어 있다고 진술하고, 오 형사는 급히 출동해 검거를 시도한다. 그러나 이강수의 개입으로 검찰 측이 먼저 작전을 수행하고, 강수와 구 검사는 현장에서 마약 파티 중이던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데 성공한다.
마약 판을 설계하는 야당 강수, 출세를 꿈꾸는 구 검사, 정의감으로 뭉친 형사 오상재. 세 인물은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채 서로 얽히며 팽팽한 긴장감을 만드는데…….
마약 범죄라는 무거운 주제를 과하고 진지하지 않게, 속도감 있는 전개와 통쾌한 연출로 풀어낸다.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세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은 극에 몰입감을 더하며, 아군과 적의 경계가 흐려지는 관계성은 관객에게 끊임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전형적인 범죄 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중간중간 삽입된 유머와 현실적인 설정은 영화를 한층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다만, 일부 자극적이고 수위 높은 장면들이 있어 심약한 관객들에게는 주의가 요구된다.
사전 정보 없이 관람하는 것을 권하며, 오랜만에 ‘맛있는’ 범죄영화를 찾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