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가 이륜차 불법 개조와 관리 부실에 따른 사고를 줄이겠다며 '이륜차 안전검사 제도'를 전격 도입했지만, 제도의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은 물론, 충분한 준비와 홍보 없이 졸속 시행됐다는 지적이 업계 전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28일, 이륜차 안전검사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이륜자동차검사의 시행 등에 관한 규칙’과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하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는 그간 환경검사만 받아왔던 이륜차에 대해 자동차처럼 안전검사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배달 서비스 확대 등으로 이륜차 운행이 급증함에 따라 안전관리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사 항목은 원동기, 제동장치, 주행장치 등 총 19개로 확대됐으며, 검사 유형도 △정기검사 △사용검사 △튜닝검사 △임시검사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현장에 가장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사용검사’다.
사용검사는 사용폐지 처리된 대형 이륜차나, 4월 28일 이후 사용신고된 대형 전기이륜차가 다시 사용될 때 받아야 하는 검사다. 내구연한이 끝난 폐차를 앞둔 자동차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 실시하는 사용검사처럼 차량의 안전성을 확인하자는 취지지만, 이륜차는 ‘폐차’가 아닌 단순 보관이나 일시적 미운행을 위해서도 사용폐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동차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검사 인프라 부족이다. 사용검사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TS) 자동차검사소에서만 가능하지만, 전국 검사소는 고작 59곳에 불과하다. 대형이륜차는 전체 이륜차 중 10%도 안 되지만 거래 과정에서 사용검사를 받지 않으면 사용신고가 불가능해 중고 이륜차 시장이 사실상 마비 상태다.
사용검사를 받기 위해선 사전 예약이 필수인데 통상 예약 후 1~2주 이상 대기해야 한다. 지방의 경우 검사소가 없는 지역도 많아 사용검사를 받기 위해 미신고 상태로 수 시간 운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불합격 시엔 다시 미신고 상태로 재방문해야 하는 이중고도 발생한다.
검사소와 지방자치단체의 일관성 없는 행정처리도 문제다. 검사소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제각각이라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제원표, 폐지증서, 매매계약서 등 요구 항목이 다르며, 일부 지자체는 제도 자체를 숙지하지 못해 사용검사증 없이 사용신고를 처리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관된 행정지침 없이 검사소·지자체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아 이륜차 업계와 라이더가 혼돈에 빠진 현 상황은 명백한 정책 실패다.
명의변경을 통한 중고이륜차 거래는 사용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후 정기검사에서 안전검사 항목 불합격 시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분쟁 소지가 있다. 사용검사 대상이 아닌 중소형이륜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용신고 후 62일 이내에 받아야 하는 정기검사 항목이 사용검사와 동일해, 사실상 대형이륜차와 유사한 분쟁이 벌어질 우려가 크다.
업계는 제도 시행 전 충분한 유예기간과 홍보가 선행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사 인프라 또한 TS 검사소에 국한하지 말고 민간검사소인 지정정비사업자로 확대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검사소 관계자는 “사용검사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중고 거래 자체가 멈춘 상태”라며, “민간검사소에 교육을 실시해 일정 자격을 갖춘 곳에 사용검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대표 이륜차 상권인 퇴계로 오토바이 거리 상인들은 이륜차 안전검사 제도에 반발하며 집단행동과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현장을 외면한 제도를 성급하게 추진한 결과, 시장은 지금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