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스즈키 하야부사 시골마을과 폐역을 되살리다

서용덕 기자 입력 2020.08.18 17:07 조회수 5,000 0 프린트
하야부사역 축제 참가자의 모습. 사진제공=일본자동차공업회

하야부사는 스즈키의 슈퍼스포츠 투어러 바이크로 양산형 바이크 중 세계 최초로 시속 200마일(약 시속 320km)를 돌파한 전설적인 바이크다. 2018년 단종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판매량과 재구매율을 보이는 등 탄탄한 팬층을 가진 모델이다. 폭발적인 성능과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는 스즈키 하야부사 덕분에 일본의 한 시골마을과 폐역이 부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의 하아부사 라이더라면 순례자들이 성지를 순례하듯 매년 8월이면 꼭 찾는 곳이 있다. 그곳은 일본 혼수의 동해 연안에 있는 돗토리현의 야즈정 와카사철도(돗토리현의 지방철도회사) 하야부사역(隼駅)이다. 하야부사역에 주로 모이는 바이크는 스즈키의 슈퍼스포츠 투어러 바이크인 하야부사다. 스즈키 하야부사와 이름이 같은 하야부사역이 있는 야즈읍(八頭町)에 ‘하야부사역 축제’가 매년 개최되면서 지역에 다양한 활력을 불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하야부사역 축제의 발생과 운영에 대해 학술적인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야부사의 ‘성지’ 하야부사역를 목표로 전국의 하야부사 라이더가 집합

매년 8월 열리는 하야부사역 축제에는 일본 전역에서 하야부사 라이더들이 모여든다. 사진제공=일본자동차공업회

일본의 하야부사 라이더라면 하야부사역에 바이크를 세우고 인증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하나의 ‘약속’처럼 자리 잡혔다. ‘하야부사역 축제’는 하야부사역을 ‘성지’로 보고 투어의 목적지로 설정해 최북단인 북해도에서부터 최남단인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에서 하야부사 라이더가 한자리에 모이는 날에 야즈읍 주민들이 이들을 환영하는 축제를 여는 행사다. 
지난해 8월 4일 열린 제11회 ‘하야부사역 축제’에는 2300여대의 바이크가 모여 축제장인 후나오카 죽립공원에는 행사를 즐기는 라이더와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야부사역 축제’에서는 일본 전역의 하야부사 라이더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하야부사 라이더라면 꼭 가야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축제에서 만난 하야부사 동지와의 다시 만나기 위해 매년 참가하는 라이더도 상당하다.
‘하야부사역 축제’는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이하 지키는 모임)’ 등 야즈읍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축제 실행 위원회를 꾸려 매년 8월에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가장 무더운 달인 8월에 열리는 축제이기 때문에 하야부사역을 방문한 라이더를 위해 현지의 우체국 등은 빙수와 차가운 물수건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축제에는 유명 모터사이클 선수 초청 토크쇼와 교통안전 교육 프로그램, 하야부사 라이더 교류 행사를 비롯해 마을주민과 학생 등이 준비한 공연 등이 열리는 등 하야부사 라이더 축제이자 지역의 여름축제를 겸하고 있다. 축제 방문자 수가 증가 추세에 있으며 단일 모델 이륜차 행사로는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행사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도 관심 갖는 ‘하야부사역 축제’ 

하야부사역 축제 참가자들이 하야부사를 뜻하는 송골매 준자를 만들었다. 사진제공=일본자동차공업회

돗토리대 지역학부 시라이시 히데토시(白石秀壽) 강사는 상경 학술지인 현대유통변용의 제상 2019년 9월 판에 ‘지역주도형 브랜드 커뮤니티- 스즈키 하야부사와 돗토리현 야즈마치 하야부사역 축제의 전개’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게재했다. 시라이시 씨의 논문은 마케팅론의 관점에서 ‘하야부사역 축제’가 ‘브랜드 커뮤니티’로서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마을에 미친 영향에 대해 조사 및 연구한 것이다. ‘브랜드 커뮤니티’란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 등의 상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리적 한계를 뛰어 넘어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해 만든 커뮤니티를 말한다.
‘브랜드 커뮤니티’는 크게 메이커가 주도하는 사례와 사용자가 주도하는 사례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이륜차 제조사가 고객 서비스로 실시하는 오너스 이벤트 등은 메이커 주도형 브랜드 커뮤니티라 할 수 있다. 반면 같은 이륜차 모델을 소유한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즐기는 것은 사용자 주도형 커뮤니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하야부사역 축제’는 앞선 두가지 사례와 다소 차이가 있다.
시라이시 씨는 “하야부사역 축제의 경우 스즈키 하야부사라는 명확한 제품 브랜드를 핵심으로 합니다. 그러나 브랜드 커뮤니티를 주도하는 것은 제조사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야즈읍 주민들이 솔선해 축제를 주최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독특합니다. 전 ‘지역 주도형 브랜드 커뮤니티’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례가 드믄 귀중한 케이스입니다”라고 말했다.
스즈키 이륜홍보선전부 무라카미 시게루(村上 茂) 씨는 “하야부사역 축제는 전국의 하야부사 라이더를 만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로 매년 다양한 측면에서 스즈키도 관련돼 있습니다. 그러나 축제 운영에 참가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하야부사역이 있는 지역 주민들의 축제에 협력하는 형태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폐역 위기에 몰린 하야부사역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하야부사역 축제’

일본 하야부사 라이더의 성지로 불리는 하야부사역. 사진제공=일본자동차공업회

‘하야부사역 축제’를 시작한 ‘지키는 모임’ 니시무라 쇼지(西村昭二) 씨는 “지역의 과소화로 하야부사역이 폐지된다는 소문이 났을 때인데 하야부사역에만 이륜차가 자주 와서 의문이 들었습니다”라며 축제 개최 즈음인 2007년에서 2008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니시무라 씨의 의문은 2008년 8월 어느 이륜차 전문지에 실린 ‘하야부사역에 햐야부사로 모이자!’라는 기사로 해소됐다. 
니시무라 씨는 “하야부사역과 같은 무인역에도 많은 사람이 와준다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든 역을 떠들썩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역의 200여 가구를 설득해 2009년 3월 ‘지키는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하야부사역을 찾아오는 라이더에게 뭔가 대접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것이 ‘하야부사역 축제’리는 형태가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지키는 모임’은 하야부사역을 깨끗하게 단장하고 스즈키에 협력을 요청해 대형 하야부사 포스터를 역사에 거는 등 하야부사 라이더를 맞을 준비를 하고 2009년 8월 제1회 ‘하야부사역 축제’를 개최했다. 야즈읍 주민들은 ‘하야부사역 축제’를 찾은 하야부사 라이더들을 정성스럽게 맞이했다. 주민들의 환영에 감동한 라이더들은 재방문을 약속했고 ‘하야부사역 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졌다.
니시무라 씨는 “저는 하야부사 라이더 덕분이 하야부사역을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의욕이 생겼고 마을도 활성화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야즈읍에 활기를 불어 넣은 ‘하야부사역 축제’

하아부사역 축제에서 전통춤 공연을 선보이는 야즈 지역 주민들의 모습. 사진제공=일본자동차공업회

‘하야부사역 축제’는 야즈읍 진흥대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야즈읍사무소에서 하야부사역 축제 실행위원회 사무국을 맡고 있는 키모토 유키오(木本幸雄) 씨는 “야즈읍은 관광자원이 적습니다. 그러나 하야부사 라이더가 많이 오는 지역으로 전국에 알려지면서 큰 홍보효과를 얻었습니다. 폐교를 재활용한 ‘하야부사lab’은 시민의 휴식처이자  IT관계자 및 이노베이터가 모이는 워크스페이스로 미디어와 기업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하야부사역 축제의 성과가 기반이 돼 이러한 도전이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도시로 청년들이 떠나 쇠락하던 야즈읍에 다시 청년이 돌아오고 있다. 하야부사역 인근에 위치한 카페 레스토랑 ‘HOME8822’와 라이더를 위한 도미토리 ‘BASE8823’은 지역의 명물이다. 레스토랑과 도미토리는 도쿄로 상경했던 야즈읍 청년들이 돌아온 청년들이 함께 세운 ‘토리쿠미’라는 회사에서 운영한다. ‘토리쿠미’는 일을 통해 고향을 활성화 하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다. 
토리쿠미 대표인 후루타 타쿠야(古田琢也) 씨는 “1년에 한 번 많은 라이더가 방문해 주는 것으로도 지역에 활기가 납니다. 축제 때뿐만 아니라 야즈가 좋아서 지속적으로 찾아주시는 분도 많기 때문에 레스토랑과 숙소 운영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도미토리인 BASE8823을 담당하는 야마다 케이(山田 景) 씨는 “라이더가 편리하고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야부사역 축제가 가까워지면 점점 마음이 들뜨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지키는 모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야마무라 슌타(山村俊太) 씨는 하야부사역 축제를 계기로 야즈읍에 정착했다. 야마무라 사무국장은 “몇 번 하야부사역을 찾으면서 이 지역 사람들을 좋아하게 됐고 ‘하야부사역 축제’ 운영도 돕게 됐습니다. 그리고 6년 전 야즈읍으로 이주를 결정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야부사를 통해 이어지는 만남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이 지역의 훌륭함을 여러 사람에게 전해 ‘하야부사역 축제’를 지속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야부사를 이용한 지역 홍보도 좋은 반응 불러와

하야부사 랩핑 열차를 따라 달리는 하야부사 라이더의 모습. 사진제공=일본자동차공업회

하야부사는 야즈 지역 홍보에 활용돼 매번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첫 번째는 와카사철도에서 운영하는 하야부사 랩핑 열차다. 2016년부터 운영됐으며 2019년에는 재 디자인한 하야부사 랩핑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랩핑 열차는 오사카모터사이클쇼 스즈키 부스에서 생중계 되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다. 폐역을 눈앞에 뒀던 하야부사역을 지나는 철도도 일일 10회 왕복에서 올해 봄부터는 일일 15회 왕복으로 증편됐다.
지역 우체국에서 발행한 하야부사 우표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2014년 처음 발행한 하야부사 우표는 1300시트가 즉시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야즈마을 후나오카우체국 가세다 쇼시로(笠田昭四郎) 우체국장은 “스지키 디자이너의 협력을 받아 우표를 디자인했습니다. 가격은 하야부사 배기량을 상징하는 1340엔으로 하는 등 고집있게 만들었습니다. 단일 이륜차 우표가 판매된 것은 처음인데 마을 홍보에도 공헌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야부사역 축제’를 알리다 하야부사 라이더가 됐다는 야즈읍 관광협회 아즈미 마사히코(安住真彦) 사무국장은 “이륜차로 오는 것이 즐거운 지역으로 야즈읍의 매력을 더욱 홍보하고 싶습니다. 햐아부사를 본떠 지역의 배를 쓴 ‘하야부사 사이다’를 상품화 했는데 탄산이 강력해 자극적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야부사역 축제’ 성공 비결… 긍지 높은 하야부사 라이더의 품격
지역의 홍보와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해도 이륜차에 관심이 없던 마을 사람들이 10년 이상 걸쳐 하야부사 라이더를 계속 환영하고 축제를 지속할 수 있던 요인은 하야부사 라이더의 긍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돗토리 대학 강사인 시라이시 씨는 “하야부사를 타고 야즈 지역을 찾는 라이더의 도덕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현지 주민을 배려해 난폭운전을 하거나 밤 늦게까지 소음을 내는 일이 결코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야부사 라이더의 매너가 좋다고 말합니다. 브랜드 커뮤니티의 효과 중 하나로 하야부사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을 할 수 없다는 하야부사 오너의 긍지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야부사역 축제 실행위원회 맴버는 야즈 지역 관계자 외에도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뜻있는 라이더로 구성된 ‘하야부사역을 지키는 모임‧교통안전부’가 있다. 교통안전부는 현지의 경찰과 협력해 하야부사역 축제 전날부터 지역을 방문하는 라이더에게 안전운전을 호소하고 주차 유도 안내, 교통정리 등 축제 운영을 뒤에서 돕고 있다. 그러한 활동이 있는 것도 야즈 지역이 하야부사 라이더를 환여하는 축제를 지속할 수 있는 큰 힘이 된다고 한다.
한편, 올해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하야부사역 축제’가 취소됐다. 하야부사역 실행위원회는 올해의 분을 포함해 내년에는 성대하게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서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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