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획기적인 스토리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2008년 개봉작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는 다양한 바이크가 등장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데이비드 핀처의 감독상, 브래드 피트의 남우주연상, 타라지 P.헨슨의 여우조연상 등 무려 13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으며 이중 미술상, 분장상, 시각효과상 총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영화는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말의 뉴올리언즈를 배경으로 한다. 80세의 외모를 가진 사내아이인 벤자민 버튼은 부모에게 버림을 받아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외모가 젊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12살이 된 벤자민은 60대의 외모로 어느 날 6세 소녀 데이지를 만난다. 청년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 벤자민은 어엿한 성인이 된 데이지와 만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나날이 젊어지는 벤자민과 점점 늙어가는 데이지는 막막한 현실에 부닥쳐 고뇌하게 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바이크는 벤자민이 창고에서 발견한 인디언 모터사이클이다. 이는 1931년 출시된 101 스카우트로 알려졌다. 101 스카우트는 1928년에서 1931년 사이에 제작된 차량으로 인디언모터사이클의 바이크 중 최고의 바이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찰스 B. 프랭클린이 설계한 101 스카우트는 기존 스카우트를 대체하기 위해 1928년 중반에 출시됐다. 당시 기술력에 비해 뛰어난 핸들링을 자랑해 레이서나 트릭 라이더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모델이었지만 과도한 설계비와 낮은 수익률 등의 문제를 갖고 있어 대공황 경제 위기를 맞으며 생산이 중단됐다. 영화 촬영에 사용된 실제 모델은 현재 캘리포니아 코스타 메사의 호보 존(Hobo John)이라는 사람의 소유로 Antique Motorcycle Club of America의 오랜 회원이라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서 발견한다는 영화 속 설정에 쏙 들어맞는 바이크다.

다음으로는 1956년 모델인 T110 트라이엄프 타이거다. 영화에서는 트라이엄프 타이거가 가장 오래 등장한다. 벤자민과 데이지가 재회 후 사랑을 이어나가는 시기에 등장하는 바이크로 미국의 아름다운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이후 로얄엔필드 불릿 클래식 350이 벤자민이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 안식을 찾기 위해 떠난 인도에서 등장한다. 더불어 혼다와 베스파 또한 뒷 장면에서 잠깐씩 등장한다.
여러 클래식 바이크가 등장하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시대에 따라 등장하는 바이크와 극중 스토리가 잘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어간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바이크뿐만 아닌 벤자민이 착용한 바이크 의류로도 명성을 떨쳤다. 브래드 피트가 착용한 벨스타프의 가죽 재킷은 라이더들의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에 사용된 제품은 벨스타프가 영화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2009년, 기존 패턴에서 제작된 세 가지 모델을 경매에 내놓았고, 그 중 일부는 브래드 피트의 Make it Right Foundation으로 진행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