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생성일 2020. 02. 16.]

1953년 개봉해 전 세계를 강타한 오드리 햅번 주연의 <로마의 휴일>에는 바이크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알만한 유명한 스쿠터 ‘베스파 125’가 등장한다.
유럽의 한 왕국 공주인 앤(오드리 햅번 분)은 왕실을 대표해 공식 일정에 따라 유럽을 순방한다. 겉보기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통제된 일상에 지친 앤 공주는 결국 로마에서 탈출을 결심한다. 하지만 그녀는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로 도망쳐 로마의 어느 벤치에 쓰러져 잠이 든다. 잠 든 앤 공주를 발견한 사람은 로마에 파견 기자로 방문한 미국인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 분)였다. 곧 그녀가 앤 공주라는 사실을 깨달은 조는 특종을 잡을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며 앤 공주의 일탈을 돕는다. 앤과 조는 로마의 관광명소를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조의 속내를 모르는 앤 공주는 그를 따라 즐겁게 로마 거리를 활보한다. 자신에게는 마냥 친절한 신사로 보이는 조에게 앤은 서서히 정이 들기 시작한다. 단지 특종을 위해 앤 공주와의 만남을 이어갔던 조 또한 순수한 앤 공주의 모습에 점점 진심을 보이게 된다. 둘은 서로에게 이끌려 잠시간 마음을 나누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앤은 잠시간의 꿈같던 일탈을 뒤로 하고 공주의 위치로 되돌아간다. 조 또한 특종을 위해 남겼던 사진들을 보도하지 않고 기자회견 석상에서 앤에게 모든 자료를 넘겨준다.

영화에서 베스파 125가 등장한 장면은 짧았다. 하지만 로마를 배경으로 일탈을 꿈꾸며 베스파를 타고 달리는 앤 공주, 오드리 햅번의 모습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당시 <로마의 휴일>과 오드리 햅번의 영향력은 가히 놀라웠다. <로마의 휴일>에 등장한 베스파 125는 출시 직후 10만대가 판매될 정도였다. 이후 1962년까지 베스파가 등장하는 영화가 60편이 넘게 제작됐고, 1970년까지 베스파는 전 세계적으로 4백만대가 넘는 판매율을 보였다. 작고 아담한 크기에 세련된 디자인까지 겸비한 베스파 125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아직까지도 역사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다.

명배우 오드리 햅번의 대표작인 <로마의 휴일>은 전 세계적인 관광명소 로마의 풍경 안에서 피어나는 주인공들 간의 애틋한 로맨스를 담은 고전 명작이다. 단시간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오드리 햅번의 스쿠터로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베스파 125의 역사적 모습을 눈으로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