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탈 많은 이륜차 지정차로제 위헌소송 심리 착수

서용덕 기자 입력 2021.02.26 14:46 조회수 6,235 0 프린트

[기사작성 2021년 2월 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최근 이륜차 운전자들이 제기한 지정차로제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부 심판에 회부하기로 결정해 이륜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헌재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이륜차를 대형 화물차와 특수차 등과 함께 오른쪽 차로만 주행하도록 제한한 규정이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이륜차 운전자들의 주장이 합당한지 심판해보기로 한 것이다. 

헌재는 지난 1월 12일 지정차로제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부 심판에 회부할 것을 결정하고, 이튿날 헌법소원을 대리한 법무법인 삼율의 이호영 변호사에게 심판회부통지서를 발송했다.
이호영 변호사는 “지정차로제에 대한 헌법소원이 심판 청구의 형식적인 요건을 충족해 헌재가 위헌인지 아닌지를 내용적으로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헌재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본안으로 나아간 것이니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의의를 밝혔다.

지정차로제에 대한 헌법소원은 지난해 10월 23일 지정차로제 헌법소원 청구인단모임인 ‘앵그리라이더’와 ‘이륜자동차시민연대 창립준비위원회’ 등 370명이 청구한 것이다. 이들은 이륜차를 대형 차량 등과 함께 오른쪽 차로로 통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지정차로제는 도로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교통안전을 위해 차량의 제원과 성능에 따라 차로별로 통행 가능한 차종을 지정한 제도다. 그러나 현행 지정차로제를 규정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6조 ‘차로에 따른 통행구분’ 조항과 같은 시행규칙 별표 9 ‘차로에 따른 통행차의 기준’에 따르면 이륜차는 대형승합차와 화물차, 특수차, 건설기계 등과 함께 오른쪽 차로로만 통행해야 한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륜차 운전자들은 1970년 12월 26일 지정차로제가 처음 도입할 당시 국내 이륜차는 대부분 배기량 100cc 미만인 저속 차량에 해당해 대형차량과 같은 차로를 운행해야 하는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로이용 효율성을 높인다는 입법목적에 최소한의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시대 및 기술의 변화에 따라 현재 사용신고된 이륜차의 절반 이상이 배기량 100cc 이상이며, 기술 발달에 따라 배기량 100cc 이상 이륜차는 시속 100km 이상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이륜차를 더 이상 저속 차량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륜차를 저속 차량으로 규정해 오른쪽 차로로만 통행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입법목적에도 반하고 이륜차 운전자의 안전만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형 차량과 연관된 사고의 치사율이 일반 차량 사고보다 2배가량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형차량과 함께 오른쪽 차로로 주행할 것을 강제하는 것은 생명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밝혔다. 또한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된 통행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륜차를 저속 차량으로 분류할 근거가 없음에도 오른쪽 차로로만 통행하도록 제한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로 명백히 평등권을 침해하는 주장이다.

이륜차와 관련해 지정차로제가 헌법소원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헌재 입장에서는 생소한 사건이기 때문에 심판 결과가 언제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헌재가 이번 사건을 재판부 전원 심판에 회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 서면심리와 변론, 증거자료 제출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최종적으로 ‘인용’과 ‘기각’, ‘각하’ 등의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인용’은 재판부가 심판청구에 이유가 있다가 판단할 경우로 지정차로제를 규정한 조항들의 효력이 즉시 상실된다. 이외에 심판 청구가 이유 없는 경우는 ‘기각’, 심판 청구가 부적합할 때는 ‘각하’ 판결이 난다.

이륜차를 대형 차량과 함께 오른쪽 차로로만 주행하도록 한 현행 지정차로제에 대해 헌재가 위헌 여부를 심리함에 따라 헌법소원을 대리하는 이호영 변호사는 헌법소원 청구인단을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다. 

이호영 변호사는 “더 많은 분들이 헌법소원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헌재에 지정차로제를 위헌으로 처리해달라고 촉구하는 의미가 될 것이며, 헌재 재판관들도 더욱 신중하게 이 사안을 다루게 될 것”이라며 많은 라이더의 참여를 당부했다.    
 

서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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