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영 여행기] 한여름 더위를 즐기는 방법

M스토리 입력 2025.09.01 14:58 조회수 929 0 프린트
명지폭포

올해도 긴 여름이다. 매년 그렇지만 올해 여름도 롤러코스터처럼 잠시 시원해지는 듯 우리를 속이다가 다시 리부트 되어 한낮 기온이 34도를 넘나들고 있다. 그나마 입추였던 8월 7일부터 아침 저녁이라도 약간 덜 더운 점이 다행일 정도다. 

아무튼 매년 여름마다 라이더인 우리들은 불볕더위 속에서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의 고민을 하게 되고 나가기로 정해도 목적지에 대해서 더 고민을 하게 되곤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계속 내 여행기를 구독해주시는 독자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나는 이제 10년차에 접어든 라이더로 할리데이비슨 투어링바이크인 로드글라이드 스페셜과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400X를 가지고 있다. 할리데이비슨만 두대 째 타다가 400cc 바이크인 스크램블러를 기추하고 크게 느끼는 차이는 역시 배기량이 큰 바이크가 훨씬 뜨겁다는 거다. 그동안 어떻게 절절 끓는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여름에도 뽈뽈거리면서 돌아다녔는지 모를 정도로 할리데이비슨에 비하면 스크램블러 400X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안 뜨겁다(하지만 이것도 배기량이 400cc로 낮은 편이기 때문이고, 클래식 바이크들도 900cc나 1200cc로 올라가면 그 열기가 할리데이비슨에 못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올 여름엔 할리데이비슨과 트라이엄프를 거의 1:3 비율로 타고 있다. 길이 막히지 않는 장거리 투어는 주행풍으로 인해서 열기가 잘 안느껴지기도 하고, 대배기량 투어링 바이크인 할리데이비슨 로드글라이드가 압도적으로 고속 장거리 주행에 유리하기 때문이다(막히는 길에서도 400cc 스크램블러는 바이크의 열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약하고, 스크램블러들은 임도도 쉽게 들어갈 수 있어서 샛길로 쏙쏙 빠져 돌아다니기에도 좋아 더 자주 탄 듯 싶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나의 피서는 할리데이비슨의 묵직한 배기음을 즐기며 동해안으로 냅다 달려서 속초나 강릉해변에서 망중한을 즐기다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계곡도 좋지만 계곡엔 쉽게 발을 들이지 않았었다. 계곡은 주차가 애매한 경우도 많고 가벼운 임도를 통과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전에 한번 잘못 들어갔다 고생했던 기억 때문이겠다) 덩치 큰 할리데이비슨 투어링을 가지고는 선뜻 가지 않았었다.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를 기추하고 내 바이크 라이프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스크램블러는 바이크의 폭이 월등히 좁고 가벼운 덕분에 주차의 부담은 거의 사라졌고, 장르 특성상 임도가 ‘부담이 되는 길’이 아니라 오히려 ‘찾아다닐 만큼 즐거운 길’이기에 계곡을 찾아가는 것도 즐거운 여정이 되기 때문에 부쩍 ‘바닷물’ 보다 ‘민물’을 찾아다니고 있다. 민물인 계곡들은 라이딩 복장 그대로 퐁당 입수를 해도 끈적함이 없어서 바닷물에 입수한 것과는 달리 샤워도 굳이 필요 없고, 젖은 옷으로 달리면 옷이 말라가면서 느껴지는 시원하고 청량함이 더위를 잊게 한다.

새로운 장르의 바이크를 기추하면서 포장/비포장을 가리지 않고 싸돌아 다녀보니 클래식이나 스크램블러 장르의 바이크들이 대형/고중량 바이크들 보다 훨씬 다양한 경험을 선사해 주기 쉽다고 느낀다(아마도 대형투어링 바이크 오너들이 슈퍼커브, 헌터커브, 베스파 등의 가벼운 탈것들을 기추하는 것도 이런 ‘부담 없음’ 때문이리라).  

지난 달에 스크램블러로 버킷리스트였던 운탄고도는 다녀왔으니 올 가을은 매번 할리데이비슨을 데리고 갔던 제주도에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400X를 가지고 가보려고 한다. 선적운임이 거의 4분의 1인 점은 차치하더라도 제주도의 아름다운 임도들을 달리기엔 가볍고 부담 없는 400cc 정도의 바이크가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계획대로 9월 중에는 제주도 뽈뽀리의 경험을 독자 여러분들과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라이더 여러분들도 폭염 속에서도 안전하고 즐거운 바이크 라이프를 즐기시기 바란다. 

--------------------------------------------------------------------------------------------------------------------------------
초보도 발 담궈 볼 만한 계곡
 
카페 오렌지루프 (경기 가평군 설악면 유명산길 79-76)
유명산 자연휴양림 안에 있는 카페로 카페와 개울이 붙어있다. 카페에서 음료를 사면 개울에 들어갈 수 있는 손목띠(?)을 주는데 이걸 손목에 감고 들어가면 된다. 카페 주차장이 파쇄석인 점이 살짝 아쉽지만 초입에 주차하면 파쇄석 구간은 거의 지나지 않아도 되고, 그마저 부담스럽다면 카페입구 아스팔트 구간에 주차하고 조금만 걸어와도 된다. 

가평 명지산 군립공원 (경기 가평군 북면 가화로 2089-47 인근)
명지산 군립공원 앞에 있는 계곡입구로 한여름에는 사람이 넘쳐나는 곳이다. 군립공원 주차장이 바로 앞이라 주차도 어렵지 않다(차량은 많지만 구석구석 바이크를 세울 곳은 많다). 인천하우스 옆으로 계곡 입구가 있고 사람들의 통행이 많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계곡에 몸을 담근 후에 용소계곡까지 쭉 라이딩을 하면 젖은 옷이 말라가면서 그야말로 시원한 ‘피서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가평 도대리 인근 (경기 가평군 북면 가화로 1953 인근)
인천하우스 앞이 붐빌 때, 나는 조금 더 아랫쪽에 있는 ‘호수유원지 민박’에 붙어있는 계곡에 퐁당하고 오기도 한다. 인천하우스 쪽이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활달하고 북적이는 분위기다. 반면, 호수유원지 쪽은 식당과 민박 손님들이 대부분이라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편안하다 (이 곳은 데이트를 조용히 즐기는 연인이 더 많다).  입구에 넓은 주차장이 있어서 이 곳도 주차에는 전혀 부담이 없다. 
장준영
M스토리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