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일찍, 페낭 HOG 챕터의 바네시 빌루 회장이 숙소 호텔 로비로 찾아왔다. 함께 간단한 조식 뷔페를 마친 뒤, 차량으로 페낭 할리데이비슨 센터로 이동했다. 지난 호에서 잠시 소개했듯, 이곳 할리 페낭 대리점은 중국계 화인(華人/화교)이 운영하며, 선대로부터 페낭을 비롯해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에도 여러 사업체를 두고 있다고 한다.
도착하자마자 페낭 할리 오너와 인사를 나누고, 양국의 할리 문화에 대한 관심사를 짧게 공유했다. 이미 매장에 와 있던 페낭 HOG 임원진과 멤버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할리’라는 공통의 매개체 덕분에 처음 만나는 사이임에도 금세 친근한 친구처럼 우정을 나누게 된다.

페낭은 말레이시아 본토 서쪽에 위치한 섬으로, 약 280만 명이 거주하는 말레이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페낭주의 주도는 ‘조지타운’으로 도시면적은 약 121㎢며, 약 8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조지타운은 북부 말레이시아의 상업 중심지로,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과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으로부터 말레이시아 도시 중 가장 높은 수익 성장 잠재력을 가진 도시로 평가받는다.
내가 만난 현지 할리 라이더들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싱가포르에서 사업이나 직장을 가진 말레이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의 높은 인건비와 인프라 부담을 대신해 페낭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참고로, 매년 7~8월경 열리는 ‘조지타운 페스티벌(George Town Festival)’은 한 달간 예술축제, 거리 공연, 전시, 워크숍 등 다양한 문화행사로 도시 전체가 활기를 띤다. ‘아시아의 음식 천국’이라 불릴 만큼 음식 문화도 발달해 있다. 말레이, 중국, 인도, 태국 등 다양한 문화가 혼합된 음식은 그 자체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으며, 유튜버들이 즐겨 찾는 먹방 명소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페낭 음식으로는 볶음 쌀국수인 ‘차쿠이 티아오(Char Koay Teow)’, 다양한 카레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나시 칸다(Nasi Kandar)’, CNN이 선정한 세계의 맛있는 음식 50선에 오른 신맛 생선 국수 ‘아삼 락사(Asam Laksa)’, 그리고 무더위에 제격인 디저트 ‘첸돌(Cendol)’이 있다.
나는 페낭 할리(Harley) HOG 챕터들과 함께 준비한 기념품과 펜던트를 교환하고, 방문 기념 환영 단체 사진까지 촬영한 뒤 인근 말레이시아 현지 식당으로 향했다.
고맙게도 한국에서 처음 방문한 나를 위해 할리 모터사이클을 무상으로 대여해 주었고, 나는 이틀 동안 페낭의 주변 지역과 조지타운의 헤리티지 명소들을 HOG 멤버들과 함께 라이딩할 수 있었다.
페낭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조지타운은 1786년경, 동남아시아 최초의 영국 정착지로 조성되었다. 말라카 해협을 따라 해상 항로와 가까운 입지 덕분에 아시아 각지에서 많은 이민자가 유입되었고, 이후 점차 도시의 규모가 확장되었다.
1957년, 말라야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직전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의해 정식 도시로 선포되며, 국가 역사상 최초의 도시로 재탄생하였다. 이후 조지타운은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수 세기에 걸쳐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혼합된 독특한 건축 및 문화 도시 경관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조지타운이라는 이름은 1820년경, 당시 영국과 아일랜드의 군주였던 킹 조지 3세(George III)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다. 이 도시는 영국 식민지 시절의 건물들과 중국계 페라나칸(Peranakan) 문화, 인도 사원, 말레이 모스크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도시 전체를 거리마다, 골목마다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기만 해도 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를 체감할 수 있다.
조지타운을 즐기는 데에는 소형 스쿠터를 임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추천할 만한 주요 문화유산 스팟으로는 ‘아르메니안 스트리트(Armenian Street)’, ‘카피탄 클링 모스크(Kapitan Keling Mosque)’, ‘페라나칸 맨션(Peranakan Mansion)’ 등이 있다.

1801년에 지어진 카피탄 클링 모스크는 조지타운의 무슬림 커뮤니티의 중심지로, 인도-무굴 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비무슬림도 정해진 시간에 방문할 수 있으나, 모스크 방문 시에는 반드시 복장에 유의해야 한다.
‘Rumah Peranakan’이라 불리는 페라나칸 맨션은 중국과 말레이 문화가 융합된 ‘페라나칸’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화려한 장식과 골동품으로 가득한 이 저택은 페라나칸의 부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며, 인테리어 디자인에 영감을 얻기에도 매우 좋은 장소로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