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바이크의 제왕(The King of Sportbikes)’이 다시 한번 포효한다. 스즈키는 지난 7월 31일 배출가스 규제로 잠시 우리 곁을 떠났던 플래그십 슈퍼바이크 GSX-R1000R이 유로5+ 기준을 충족하는 새로운 심장을 얹고 화려하게 복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단순한 환경 규제 만족을 넘어, 레이스를 위한 잠재력까지 끌어올린 이번 GSX-R1000R의 귀환은 GSX-R 시리즈 탄생 4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와 맞물려 그 의미를 더한다.
이번 발표는 세계적인 내구레이스인 일본 스즈카 8시간 레이스와 2025 FIM 세계 내구레이스 챔피언십(EWC) 3라운드를 앞두고 이루어졌다. 스즈키 GSX-R1000이 2001년 이후 무려 15차례나 EWC 챔피언십을 제패했다는 사실은 이 머신의 레이싱 혈통을 증명한다.
1985년 GSX-R750F가 현대 스포츠 바이크의 개념을 정립한 이래 40년이 지났다. 스즈키는 GSX-R 시리즈의 위대한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과거의 영광을 담은 3가지 클래식 리버리를 선보인다. 각 컬러 모델의 페어링과 연료 탱크에는 40주년 기념 로고가 선명히 새겨져 전설의 부활을 알린다.
규제와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심장
새로운 GSX-R1000R의 핵심은 단연 엔진이다. 1,000cc 직렬 4기통 엔진은 2020년 MotoGP 월드 챔피언을 차지한 GSX-RR 프로토타입 레이서로부터 물려받은 스즈키 고유의 가변 밸브 타이밍(VVT) 시스템을 여전히 사용한다. 설정된 rpm에 도달하면 흡기 밸브 타이밍을 지연시켜 저중속 토크의 손실 없이 고회전 출력을 극대화하는 스즈키만의 비기다.
유로5+ 대응을 위해 크랭크샤프트, 크랭크케이스, 피스톤, 커넥팅 로드 등 엔진의 핵심 부품들이 새롭게 설계되었으며, 압축비는 13.8:1로 상향 조정되었다. 새로운 캠 프로파일에 맞춰 핑거 팔로워 밸브 트레인의 형상이 최적화되었고, 배기 밸브 직경은 24mm에서 25mm로 확대되었다.
연료 시스템 역시 업그레이드되었다. 연료 펌프 압력을 높이고, 상단 보조 인젝터의 분사 구멍을 10개에서 8개로 변경하여 연소 효율을 개선했다. 동시에 출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로틀 바디의 직경을 기존 46mm에서 48mm로 키웠고, 새로운 싱글 스테이지 퍼널을 통해 공기 흡입 효율을 높여 최고 출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이러한 개선의 결과 GSX-R1000R의 새로운 심장은 최고출력 195PS(1만3,200rpm), 최대토크 110.0Nm(1만1,000rpm)라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레이스 DNA가 담긴 차체와 에어로다이내믹
검증된 경량 알루미늄 트윈-스파 프레임과 스윙암은 그대로 유지하여 기존의 날카로운 핸들링 감각을 이어간다. 서스펜션은 쇼와(Showa)의 밸런스 프리 프론트 포크(BFF)와 밸런스 프리 리어 쇽(BFRC) 조합이 채용되었으며, 전자식 스티어링 댐퍼가 고속 주행 안정성을 보장한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브렘보(Brembo) 모노블록 캘리퍼와 320mm 더블 디스크가 전륜을 책임지며, 후륜에는 220mm 디스크가 장착된다. ABS 유닛은 기존보다 51g 경량화되었다. 경량 캐스트 알루미늄 휠에는 브리지스톤의 BATTLAX RACING STREET RS11 타이어가 기본 장착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윙렛(winglet)의 추가다. 스즈키 CN 챌린지 레이싱팀이 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에서 테스트하며 개발한 이 드라이 카본 윙렛은 고속 주행 시 다운포스를 증가시켜 안정성을 높이고 윌리(wheelie) 현상을 억제한다. 최적의 효과를 내면서도 핸들링을 무겁게 만들지 않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완성되었다.
라이더를 위한 최첨단 전자장비
6축 IMU를 기반으로 한 전자장비는 한층 더 정교해졌다. 특히 스즈키의 새로운 롤 토크 컨트롤(Roll Torque Control)이 통합된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이 주목할 만하다. 이 시스템은 IMU와 휠 스피드 센서 데이터를 통해 바이크의 기울임각과 속도를 계산하여 최적의 출력을 미리 결정한다. 이는 휠 슬립이 감지된 후에 개입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스핀 발생을 예방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여 코너 탈출 시 더욱 부드럽고 강력한 가속을 가능하게 한다.
40년의 역사를 기리다, 기념 컬러와 스타일링
새로운 GSX-R1000R은 3가지 특별한 컬러로 제공된다. 스즈키의 상징과도 같은 클래식 블루/화이트 조합을 필두로, 강렬한 레드/화이트, 그리고 세련된 옐로우/매트 블루 옵션이 준비되었다. 모든 모델의 페어링 하단에는 레트로 스타일의 'R' 로고가, 시트와 머플러에는 GSX-R 로고가 새겨져 플래그십 모델의 자부심을 드러낸다.
날로 까다로워지는 환경 규제의 벽을 넘어 더욱 강력하고 정교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슈퍼바이크의 제왕’ GSX-R1000R. 국내 팬들 역시 GSX-R1000R이 한국 땅에 출시될 날을 손꼽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스즈키 GSX-R1000R은 2026년부터 유럽, 북미 등 세계 각국에서 공식 출시될 예정이며, 국내 출시 일정은 내년 상반기다. 가격은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