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령경찰서가 지난 2021년 12월 1일 공고한 보령해저터널의 이륜차 통행금지 처분이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이는 단순히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행정행위가 애초부터 효력이 없었다고 본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다. 해당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지음의 이호영 변호사는 유튜브채널 ‘앵그리라이더’를 통해 이번 판결이 가진 법적 함의와 향후 대응 계획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취소’를 넘어 ‘무효’… 극히 드문 사법 판단
이번 대전지방법원 판결의 핵심은 ‘무기한 이륜차 통행금지’ 처분의 무효 확인이다. 법원은 보령경찰서장이 고시한 이 통행금지 조치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 변호사는 “행정소송에서 ‘무효’ 판단은 매우 드물다”며 “이번 판결은 법원이 경찰의 판단을 단순히 잘못된 정도가 아니라, 법리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중대한 하자로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2020년 의정부시의 서부로 이륜차 통행금지 사건에서 법원이 ‘위법하므로 취소한다’고 판결한 것보다 더 진일보한 결과다.
무효와 취소는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다. 무효로 인정되면 법률행위가 성립한 때부터 당연히 효력이 없기 때문에 해당 법률행위로 처벌이나 규제를 받았던 것도 무효가 된다. 그러나 취소의 경우 취소가 되기 전까지는 해당 법률행위가 유효한 것이라고 본다.
왜 ‘무효’인가?…경찰의 통행금지 권한 남용 지적
이번 소송의 핵심 논리는 도로교통법 제6조 제1항과 제2항에 대한 법리 해석에 있었다. 제1항과 제2항 모두 필요에 따라 도로에 대한 통행제한을 할 수 있지만 경찰서장이 도로에 대한 통행제한을 고시할 경우, 도로교통법은 반드시 ‘기간’을 정해 처분해야 한다. 하지만 보령경찰서장은 명확한 기간 없이 ‘무기한’ 통행을 금지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러한 조치가 법률에 반하는 명백한 위법이며,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변호사는 “만약 제6조 제1항에 따라 고시한 것이면 경찰서장은 권한이 없기 때문에 당연 무효이고, 제6조 제2항에 해당하더라도 합리적 사유가 없고 재량권 일탈로 당연 무효”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찰이 주장한 ‘터널이 길다’거나 ‘누수가 있다’는 이유는 이륜차에만 해당하는 위험이 아니며, 합리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판결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이륜차는 여전히 통행 불가
이번 승소에도 불구하고, 현재 보령해저터널은 여전히 이륜차의 통행이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보령경찰서장이 소송 도중 기존의 표지판의 통행금지 기간 ‘2021년 12월 1일부터’ 제한 기간을 정하지 않은 무기한 통행금지 표지판을 ‘2027년 7월 19까지’라는 기간을 명시한 새로운 통행금지 처분을 내려 현재도 유효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즉, 이번 판결은 기존 이륜차의 통행을 무기한 금지했던 조치의 무효를 확인했을 뿐, 현재의 금지 처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변호사는 이를 “소송의 실익을 없애려는 전략”으로 보았고, 법원도 이러한 시도를 간파해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크다”며 무효 확인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앞으로의 전략은?…“보령해저터널 소송 시즌 2 시작할 것”
이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두 번째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유효한 ‘기간제 통행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법리적으로 다툴 계획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판결을 전국적인 이륜차 도로 통행제한 해제 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전국에는 보령해저터널을 포함해 약 40여 곳 이상의 이륜차 통행금지 구간이 존재하며, 상당수가 ‘무기한 통행금지’라는 유사한 법적 하자를 안고 있다. 이 변호사는 “각 지역별로 소송인단을 꾸려 순차적으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른바 ‘도로 뚫기 운동’의 서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