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령해저터널 내에서 이륜차 통행을 무기한 금지한 충남 보령경찰서장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정선오 부장판사)는 2025년 6월 26일, 이륜차 운전자 53명이 보령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통행금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보령경찰서장)가 2021년 12월 1월 보령해저터널에 관하여 한 통행금지 처분 중 이륜차에 대한 부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소송비용은 피고인 보령경찰서장이 부담하도록 했다.
보령경찰서, 터널 개통과 동시에 '이륜차 금지' 처분
보령해저터널은 충남 보령시 신흑동과 오천면 원산도리를 연결하는 길이 약 6.927km의 해저터널이다. 보령해터널의 개통으로 인해 보령시 대천해수욕장과 태안군 안면도 영목항의 거리는 95km에서 14km로, 소요시간은 90분에서 10분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보령경찰서장이 해저터널 내 사고 위험과 차량 흐름 저해 우려 등을 이유로 지난 2021년 12월 1일부로 별도의 종료 기한 없이 보령해저터널 내에서 이륜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 자전거, 보행자, 동기계 등의 통행을 금지하면서 이륜차 운전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재판 중 통행금지 처분 법적 근거 슬그머니 바꾼 보령경찰서
재판 과정에서 보령경찰서장은 처음에는 도로교통법 제6조 제1항을 이륜차 통행금지 처분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원고가 보령경찰서장에게는 도로교통법 제6조 제1항의 처분권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에 이후 근거를 같은 법 제6조 제2항로 변경했다.
도로교통법 제6조 제1항과 제2항은 모두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해 통행제한‧금지를 할 수 있다. 핵심적인 차이는 통행제한‧금지 권한자와 통행제한‧금지 기간의 종기가 있는지 여부다. 제1항은 권한자가 시‧도경찰청장이며, 도로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기간을 정하지 않고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제2항은 권한자가 경찰서장이며, 도로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경우 기간을 명확히 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재판부는 “처분의 권한은 충남지방경찰청장에게 있다. 그리고 피고에게 그 권한을 위임한다는 근거 법령이 없기 때문에 피고에게는 처분 권한이 없다. 처분 권한이 없는 자가 행한 처분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뒤늦게 기간 설정했지만 ‘하자 치유’ 안 돼
보령경찰서장은 2024년 7월 17일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통행금지 조치의 기간을 ‘2021년 12월 1일부터 2027년 7월 19일’로 변경해 하자가 치유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새로운 처분으로 보아 “기존 처분의 하자를 치유하는 조치가 아닌, 기존 처분을 실질적으로 대체한 별개의 조치”라며, 2024년 7월 20일자 통행제한 조치로 이 사건 처분은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령경찰서장의 주장대로 하자를 치유하는 행위로 평가하더라도 무효인 행정행위의 치유는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하자가 치유될 수 없다고 원고의 주장을 일축했다.
보령경찰서장의 이륜차 통행금지 처분이 효력을 상실했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원칙적으로 무효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 그러나 재판부는 같은 사유로 유사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고, 처분의 위법성 확인 또는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판단되어 소의 이익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륜차 운전자, “차량 간 차별…평등 원칙 위배”
이륜차 운전자들인 원고측은 “이륜차의 통행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할 구체적인 사유가 전혀 없고, 통행금지 처분으로 얻게 될 교통안전이나 소통의 원활 등 공익은 매우 적고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큰 반면 보령해저터널을 통행하지 못하는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이 겪는 피해는 막대하다.”며 이륜차 운전자들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적합성 원칙, 필요성 원칙, 상당성 원칙,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원고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이번 승소에도 불구하고 당장 보령해저터널의 이륜차 통행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보령경찰서가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검토하고 있어 결론이 밀릴 수 있다. 또한, 경찰이 항소를 포기하더라도 보령경찰서장이 지난해 2027년 7월 19일까지로 기한을 정해 이륜차 통행금지 처분을 다시 내렸기 때문에 이륜차 통행 가능 여부는 아직 불명확한 상태다. 이에 따라 원고측은 추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