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벅터벅 사색(史索) 중] 임진왜란 - 1 -

M스토리 입력 2024.07.31 14:24 조회수 3,568 0 프린트
 

100여년 넘게 이어져온 일본의 전국 시대는 ‘오다 노부나가(織田 信長)’가 통일을 목전에 두고 부하 아케치 미쓰히데(明智光秀)의 쿠데타로 죽자 그를 계승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 의해 끝나고 전국이 통일되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00여년의 전란을 수습하고 천하를 통일했다는 자부심과, 끝없는 전쟁을 통해 정예로 훈련된 수십만의 군대와 지금은 제압되어 수하에 있지만, 여전히 틈만 생기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는 독립 지향적이고 욕심이 많은 영주들을 고려했을 때 “내부갈등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외부로 발길을 돌릴 것인가”에 대한 구상을 세운다. 그것이 바로 대명정복!

이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결심을 읽은 휘하의 무장 고니시 유키나가(소서행장)은 조선에 사신으로 파견돼 일본 전국을 통일한 힘으로 명국을 복속시키려 하니 조선에서 길을 빌려줄 것을 청하게 된다. 조선은 상대의 말이 너무 무례하고 맹랑한지라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일본은 거듭 사신을 통해 통신사의 파견을 요구했고 아무래도 일본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고 여긴 조선은 마침내 통신사 파견을 결정하였다. 

선조 23년 3월, 정사 황윤길, 부사 김성일, 서장관 허성이 이끄는 통신사 일행이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향했다. 김성일은 이황의 애제자로, 후배들 사이에서는 유성룡 못지않은 평판을 받던 인물. 그러나 교양 있는 유학자로서의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본 것일까? 정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통신사가 돌아온 것은 이듬해인 선조 24년 3월. 1년이면 충분히 일본의 상황을 보고 느꼈을 만도 하건만, 황윤길과 김성일은 다른 입장을 선조에게 고하게 된다. 황윤길은 “틀림없이 일본은 조선을 침략할 것”이라고, 김성일은 “그런 낌새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사람은 무릇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전쟁은 없다. 고로 대비할 필요도 없다.”라는 결론을 선조는 내린다.

이때 통신사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로부터 받아온 답서의 내용인 즉,

1. 전국동란이 계속되었던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조정의 명령은 무시되어져 왔다. 이에 나는 스스로 일념발기해서, 수년간 이어지던 '조정에 대한 반역'을 토벌하고, 일본 전국을 통일했으며, 이역원도의 지경도 복속시켰다.

2. 나는 본래 천한 신분의 출신이었지만, 내 어머니 태내에 잉태되었을 때, 어머니는 '대양이 회중에 들어왔다'는 꿈을 꾸었다. 그때 점쟁이는 "태어날 아들은 성인이 된다면 반드시 전세계 구석구석까지 퍼진 인덕을 받아들여, 천하에 그 위명을 떨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서로움'덕택에, 싸우면 반드시 이겨서 천하를 다스렸고, 백성을 아꼈으며, 민을 풍요롭게 하고, 공납도 늘여서, 조정은 '무사태평'하게 되었고, 교토는 유래없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곳이 되었다.

3. 그러나 나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동아시아의 국가들이 산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것을, 떳떳하게 여기지 않고, 바로 대명국에 들어가서, 일본의 풍습을 중국 전역에 미치게 하고, 일본의 정화를 영원히 이식하고 싶은 것이다.

4. 조선은 가장 먼저 스스로 나에게 복속했기 때문에 걱정할 것은 없다. 내가 명 정복의 군사를 낼 때, 사졸을 이끌고 달려 참여하면, 더욱 우호 관계가 깊어질 것이다.

5. 나의 바램은 아름다운 이름을 3국(일본, 중국, 인도)에 빛내는 것뿐이다.
 
 
내용을 보면 유비무환으로 왜침을 대비했을만도 하건만, 왜침을 대비하자는 주장은 서인의 주장으로 인식되었고, 김성일식 주장은 동인의 공식 견해로 자리 잡았다. 이때만 해도 동인이 집권한 상황이라서 김성일의 판단이 채택되었다. 동행했던 서장관 허성도, 무장 황진도 황윤길과 같은 주장을 하였지만 묵살되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두려움이 있어서 선조는 이순신, 송상현 등을 남쪽 최전방에 배치하였고 전국에 축성, 성곽 보수 등을 명하였다. 

임진년 봄, 왜관은 이미 텅 비었다. 전쟁을 대비해 조금씩 모두 철수한 것이었다.

개국이래 200여년 동안 무사안일했던 조선은 조용했고, 준비된 자들을 위한 전쟁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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