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벅터벅 사색(史索) 중] "태종 이방원, 피의 숙청"

M스토리 입력 2023.12.18 14:30 조회수 1,982 0 프린트
 

태종의 피의 숙청
명나라 홍무제 또한 피의 숙청을 말리는 황태손 주윤문을 불러 가시나무를 집어보라 시키고서는 집지 못하자 “가시가 있으면 손을 찌르게 마련이다. 할애비가 살아 있을 때 그 가시들을 모두 없애주려 함이니라”라며 만명이 넘는 신하들을 숙청한다. 같은 마음이었으랴. 태종은 국가 운영을 위한 제도를 정비함과 동시에 왕권에 도전하거나 도전할 소지가 있는 세력들을 하나둘씩 축출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태종의 눈엣가시가 되었던 인물은 이거이였다. 태조 때의 무장이자 태종과 혼인 관계로 맺어져 영의정까지 지냈던 이거이였으나, 사병혁파에 반대했다는 이유에서 제거됐다. 그는 당대 가장 많은 사병을 거느렸다.

태종의 처가 민씨가의 몰락 
태종의 다음 타겟은 원경왕후 민씨의 집안으로 겨냥되었다. 외척으로서, 세자 양녕의 어린시절을 돌보았고, 태종을 도와 그가 왕위에 가장 오르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들이었기에 그 권력은 하늘 높은 줄 몰랐다. 그러나 두 번의 선위 파동과 함께 결국 원경왕후 집안의 4형제 모두 죽음을 맞이하였다. 세자를 끼고 권력을 행사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남들이 슬퍼할 때 기뻐했고 남들이 기뻐할 때 실망한 기색을 했다는 죄목은 아무래도 좀 우습게 여겨졌는지 결국 왕자들을 제거하려 했다는 것이 주 죄목이 되어 왕비의 변호조차 철저히 막아버렸다. 태종은 두 처남이 반역의 뜻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민씨 가문에 왕권을 위협할 만한 힘이 더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왕권에 도전하거나 도전할만한 모든 세력을 없애자는 것이 태종의 생각이었다. 

세종의 장인 심씨가의 몰락
개국정사좌명삼공신회맹문 <자료=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세종이 즉위하고 열흘 남짓 지난 어느 날, 명나라에 사은사로 심온이 발탁 되었다. 심온은 세종의 장인으로 심덕부의 다섯째 아들이다. 심덕부는 태조와 위화도 회군을 함께했고 개국 후엔 좌의정까지 지낸 인물, 아들들도 모두 높은 벼슬에 이르렀으니 그의 집안은 실로 당대의 최고 명문가라 하겠다. 심온은 그렇게 좋은 가문에 세종의 장인이라는 배경, 그리고 그 자신의 능력까지 인정받아 이미 40대 초에 이조판서의 지위에 올랐다. 태종은 심온을 영의정에 앉혔다. 그리고 명나라 사은사로 보내고 나서는 새삼 강상인의 보고 사건을 느닷없이 다시 끄집어내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이 사건에는 40대 중반에 이미 정승의 지위에 오른 좌의정 박은이 진두지휘하였는데 그는 심온에게 묘한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고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압록강을 건너 귀국하던 심온은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었고 조사는 임금의 장인이자 영의정이라는 신분은 조금도 고려되지 않고 하루도 안되는 사이 두차례 곤장을 맞고 세 차례나 압슬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무고한지라 끝까지 버텼지만 전 영의정 유정현의 말 한마디 “전하의 뜻을 모르겠습니까?”에 그만 무너져버리고 실토하여 다음 날 사약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자신의 처가인 민씨가에 이어 아들이 처가인 심씨가마저 박살 내버린 태종!

이로써 태종은 아들 충녕대군이 세종대왕으로 마음껏 치세할 수 있도록 배경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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